▲ 최근 사외활동으로 고가의 진행비와 시계를 받아 구설에 올랐던 전현무 아나운서. 작은 사진은 “마음껏 행사를 뛰고 싶어 프리 선언을 했다”는 신영일 전 아나운서. |
최근 예능의 대세로 떠오른 KBS 전현무 아나운서는 얼마 전 고가의 명품 수입시계 업체 행사 사진 논란으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일정 금액 이상의 사례비를 받을 수 없는 아나운서가 고가의 수입시계를 비롯해 거액의 돈까지 받고 행사를 진행했다는 혐의(?)에 네티즌들이 설왕설래한 것.
익명을 요구한 한 아나운서는 “전 아나운서에 대한 징계는 주의 차원에서 마무리된 상황”이라며 KBS 아나운서실 분위기를 전했다. “전 아나운서가 최근 인기를 끌면서 크게 이슈화된 사건으로 보이는데 전 아나운서가 KBS에 입사하기 전에 기자로 근무하다 퇴사한 매체에서 단독 보도한 사건”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전하기도 했다. 전 아나운서는 지난 2004년 해당 매체를 떠나며 인터넷을 통해 “제가 꿈꾸는 10년 뒤 20년 뒤 저의 모습은 아마도 튼실한 기득권의 보호막 속에 안주하며 펜대의 폭력을 휘둘러대는 기자가 아니라 긴장이 흐르는 스튜디오에서 매 분, 매 초, 시청자들과 교감하는 방송인이었나 봅니다”라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최근 전현무 아나운서 행사 논란 이후 아나운서들 사이에는 상당한 분위기 변화가 감지된다. 공중파에서 고정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아나운서들의 경우 한 달에 10여 차례 이상 각종 기업 행사와 강연 섭외가 줄을 이었지만 논란 이후 섭외 전화가 전무한 상태다. 회사 몰래 아나운서 아카데미 등에서 사례비를 받고 특강을 진행하던 일부 아나운서들 또한 조용히 발을 뗀 상태라고.
일부 아나운서들의 못 말리는 행사 사랑은 방송국에서 전설처럼 내려온다. 마음껏 행사를 하고 싶어 프리선언을 했다는 신영일 전 KBS 아나운서는 가장 잊지 못 할 행사로 자신이 프리선언 이후 처음으로 진행했던 2007년 11월의 한 마라톤 대회를 꼽는다.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그는 오전 8시부터 오후 늦게까지 진행된 시상식에서 막힘없는 진행 솜씨를 선보였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그는 “찬바람 때문에 힘들었지만, 마음은 따뜻했다”며 “특히 내 사진을 찍는 시민들이 더 이상 두렵지 않다는 게 너무 좋았다”고 당시 소회를 전했다.
실제로 몰래바이트를 뛰는 아나운서들은 사진과의 전쟁이 가장 힘들다고 전한다. 방송국에서 자신이 행사를 진행했다는 사실을 알리면 안 되기 때문에 각종 보도자료는 물론, 기념사진 촬영에도 응할 수 없는 게 그들의 현실이었다. 얼마 전 음주운전으로 징계 차 지방 발령을 받은 KBS 김기만 아나운서의 경우 한 네티즌이 포착한 과거 행사 진행 사진으로 인해 음주운전에 이어 또 한 번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한편 행사 업체 측은 이런 상황에서도 아나운서를 행사장까지 모시기 위해 다양한 당근을 내세운다. 현직 아나운서 K는 한 골프업체 행사의 진행을 맡으며 직접 라운딩에 나선 바 있다. 그가 열심히 행사를 진행했던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거액의 사례비는 물론, 골프 용품 평생 무료이용권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활동이 뜸한 또 다른 현직 아나운서 K는 한 수입자동차 업체의 대규모 행사에 진행자로 나섰는데 사례비가 일체 없었다고 한다. K가 수백만 원의 사례비를 포기했으므로 당일 행사 역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속내는 따로 있었다. 행사가 끝난 뒤 K는 차량을 해당 수입차종으로 바꿨고, 이 과정에서 엄청난 할인 혜택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월급 못지않은 거액의 달콤한 유혹은 비단 행사에만 그치지 않는다. 아나운서들은 공익을 위한 광고 출연이 허락되는 관계로 종종 그들의 모습을 광고에서 만나볼 수 있는데, 이들에게 주어지는 광고 출연료가 문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2006년 과도한 사례비를 받아 내부 주의 조치를 받은 KBS 전 아나운서 노현정과 강수정 등이 바로 그 주인공. 이들은 각각 ‘고객 알기제도 대국민 홍보’ 광고와 ‘쌀소비 촉진 캠페인’ 광고로 모두 공익광고에 출연했다. 그렇지만 1000만 원 이상의 출연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야기했다.
자신이 근무하는 방송국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웃돈을 챙겨 받아 짭짤한 수입을 올리는 내부 비리자(?)들도 있다. 오랜 경력을 자랑하는 공중파 방송 고참급 아나운서 C는 몇 해 전까지 자신이 출연하던 프로그램에서 매회 상당한 출연료를 받아왔다고 한다. 이유인즉 프로그램의 제작사가 외주제작사였기 때문. 해당 외주제작사는 C를 MC로 기용하기 위해 일종의 비공식 출연료를 지급했던 셈.
행사를 비롯한 영리 목적 사외활동에 대한 징계수위도 제각각이다. 지난 2007년 SBS 한 아나운서는 회사 몰래 기업체 행사 MC를 봤는데 하필이면 같은 회사 보도국 기자에게 발각돼 근신 10일의 명령을 받은 바 있다.
한편 MBC 마감뉴스를 진행하고 있는 김주하 앵커는 지난 2008년 한 대형 교회의 창립 행사 진행을 맡아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김주하 앵커를 향한 MBC의 징계는 최종적으로 없었다. 이유인즉, 김주하 앵커는 사외활동을 규정짓는 아나운서국 소속이 아닌 보도국 소속의 기자였기 때문. 또한 보도국에선 ‘개인적인 종교 활동’이므로 문제 삼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