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총리 살해’ ‘단명정권’ 등 사연 많아 총리들 이사 꺼려…“푹 잘잤다” 웃으며 대답
1929년 건립된 일본의 총리 공저는 사연 많은 장소다. 일례로 1932년 젊은 해군 장교들이 공저에 난입해 이누카이 쓰요시 총리를 살해한 사건이 유명하다. 1936년에는 육군 장교들이 1400여 명의 사병을 이끌고 공저를 포위하는 쿠데타가 벌어지기도 했다. 쿠데타는 실패로 끝나 장교 2명이 자결했으며, 19명이 군법회의에서 사형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후 일본 총리들은 ‘탈 많은’ 공저에 입주하기를 꺼려했다. “유령이 출몰한다”는 괴담도 괴담이지만 “구조가 낡아 살기 힘들다”는 이유도 있었다. 2005년에는 대대적인 개보수 공사까지 진행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단명정권’ 징크스가 입방아에 올랐다. 2005년부터 공저에 입주한 총리 6명 전원이 모두 1년 안팎으로 퇴임했기 때문이다.
2012년 민주당 정권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가 물러난 뒤 공저는 계속 비어있는 상태였다. 같은 해 12월 총리직에 오른 아베 신조 전 총리는 도쿄 시부야구에 있는 자택에서, 후임자인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는 중의원 숙소에서 각각 지내며 관저로 출근했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총리가 공저에 살지 않는 것은 위기의식이 부족한 게 아니냐”며 맹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만약 지진 같은 긴급사태 발생 시 총리가 자택이나 중의원 숙소에 있다가 관저로 복귀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려 대응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전 총리들과 달리, 기시다 총리는 9년 만에 ‘말 많고 탈 많은’ 공저로 입주하게 됐다. 관련 소식이 전해지자 트위터에서는 “단명정권 징크스를 과연 깰 수 있을까” “밤마다 군홧발 소리가 들린다던데 무섭지 않은가” “기시다 총리 용기가 대단하다” 등등 의견이 잇따랐다.
마이니치신문에 의하면 “기시다 총리는 공무에 전념하기 위해 이번 이사를 결정했다”고 한다. 최근 수도권에 지진이 잦은 것도 배경이다. 기자들이 “위기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이냐”고 묻자, 기시다는 “위기관리 차원에서 공저에 머무는 게 의미가 크긴 하나, 공저든 의원 숙소든 모두 만전을 기해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12월 13일 공저에서 첫 출근하는 기시다 총리에게 기자단으로부터 이런 질문이 나왔다.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이 있는데….” 그러자 기시다 총리는 “아직 보지 못했다”고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어젯밤에도 (공저에서) 푹 잘잤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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