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성민 미니홈피 |
2011년 하반기 방송가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프로그램은 단연 개그다. KBS <개그콘서트>가 홀로 유지해온 개그 프로그램의 명맥을 유지해온 가운데 최근 MBC <웃고 또 웃고>도 서서히 인기를 얻어가기 시작했다. SBS 또한 하반기에 <웃찾사>의 뒤를 이을 새로운 개그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개그 르네상스의 시대, 그렇지만 잡음도 따른다. 최근 개그맨 성민과 개그계의 대부로 불리는 박승대의 설전이 대표적이다.
성민이 지난 6월 5일 다음 미디어 아고라를 통해 ‘선배 개그맨 박승대가 출연을 방해해 SBS에 출연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된 논란은 “성민이 불성실해서 방송에 출연하지 못했다”는 박승대와 SBS 예능국 신정관 CP의 반박으로 이어졌다. 이에 성민은 “차라리 법적 대응으로 같이 가자”는 취지의 글을 통해 “조용한 해결이나 변명 대신 공식 사과를 하라”며 반박했다. 며칠 뒤 성민은 박승대와의 전화통화 녹취록까지 공개했다.
개그 관계자들은 이번 성민의 문제 제기가 새로 시작되는 SBS 개그 프로그램을 두고 벌어졌다고 얘기한다. 새로 만드는 SBS 개그 프로그램이 여전히 박승대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 성민과 같이 박승대와의 관계가 껄끄러운 이들은 또 다시 출연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라는 것. 이에 대해 박승대와 SBS는 모두 새 개그 프로그램과 박승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해결 방법은 성민이 SBS 새 개그 프로그램에 합류하는 것이다. 그럴 경우 성민은 SBS 출연금지가 풀리게 되고 박승대와 SBS 새 개그 프로그램이 무관하다는 것 역시 자연스럽게 입증될 수 있다. 하지만 성민은 이런 SBS 새 개그 프로그램에 합류한다는 합의설을 전면 부인했다.
“다시 방송에서 개그를 할 수 있게 된다면 정말 좋겠죠. 그건 제 꿈이니까요. 그렇지만 SBS 개그 프로그램으로 돌아가는 것은 힘들 것 같아요. 지금 상황도 뭔가 합의가 이뤄진 게 아니라 저쪽에서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고요.”
<일요신문>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성민은 지금의 상황이 자신의 문제제기가 해결된 것이 아니라 SBS와 박승대 측의 무대응으로 인해 조성된 상황일 뿐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공식입장을 곧 밝힐 것이라던 박승대 측은 아직까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SBS 역시 더 이상 밝힐 입장이 없다는 반응이다.
“맞장구를 쳐야 뭘 해볼 텐데 아무런 대응이 없어요. 초기에 저를 고소할 것처럼 강경한 입장을 보였는데 차라리 고소라도 해줬으면 좋겠어요. 아무런 연락도 없이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저쪽의 반응에 정말 지쳐버렸어요.”
성민은 이번 논란을 겪으며 정말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심지어 쌍둥이를 임신하고 있던 아내가 유산하는 일까지 겪어야 했다. 이로 인해 성민은 안타까움과 자책감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야 했다. 결국 SBS와 박승대가 공식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가운데 성민 역시 쌍둥이 유산이라는 충격에 빠지면서 양측의 설전이 중단됐던 것이다. 이로 인해 성민은 한동안 전화기를 꺼놓고 지냈다.
“아주 힘겨운 시간을 보냈지만 다행히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 저도 그렇고 제 와이프도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거든요.”
성민을 두고 합의설, SBS 새 개그 프로그램 합류설 등이 나돈 직접적인 원인은 그가 최근 <웃찾사> 동료들과 ‘난치병 아동 돕기 웃찾사 희망 나눔 콘서트’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개그맨들끼리는 지금도 너무나 사이가 좋고 친해요. 그래서 그들과 함께 좋은 일을 위해 무대에 섰던 거예요. 저 역시 정말 행복한 무대였어요. 개그맨이 제 직업이다 보니 너무 즐겁고 재미있는 무대였거든요. SBS에서 새로 만드는 개그 프로그램을 준비 중인 개그맨들하고도 다 친해요. 다만 제가 함께하지 못할 뿐이죠.”
현재 성민은 SBS가 아닌 타 방송사 개그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관계자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KBS의 경우 아예 공채 시험을 다시 봐서 합격해야 <개그콘서트> 출연이 가능하다. MBC 역시 신생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함께한 출연진이 탄탄하다. 성민은 가장 큰 문제가 자신에게 낙인 아닌 낙인이 찍혀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일로 인해 제게 낙인이 찍혀 버렸어요. 전 죄인이 아닌데 방송국에선 저를 죄인처럼 보고 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타 방송사와 접촉하고 있지만 힘이 드네요”
박승대와의 전화통화 녹취록까지 공개하며 박승대와 SBS 신정관 CP 등의 공개 사과를 강하게 요구했던 성민. 그러나 그는 많이 지쳐 있었다.
“이번 일로 잃은 게 많아요. 특히 개그맨은 제 오랜 꿈이었는데 그 꿈을 잃어버린다는 게 많이 힘드네요. 하지만 힘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해보려 해요. 많은 이에게 웃음을 주는 개그맨은 제 오랜 꿈이니까요.”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