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디자인 그 첫 번째는 바다다. 몇 해 여름 동안 ‘숨은 바다’와 ‘맛이 있는 바다’ 등을 꼼꼼히 추천했는데, 이번에는 ‘나에게 힘을 주는 바다’라는 주제로 장소들을 꼽아봤다. 작은 테마는 세 가지. ‘희망’, ‘다짐’, ‘휴식’이다.
▲ 정동진. |
그러나 이게 전부라면 심심하기도 할 터. 다른 뭔가는 없을까. 정동진에는 세계에서 가장 바다와 가까운 기차역인 정동진역이 있다. 이 역으로 가면 바다열차를 탈 수 있다. 강릉~동해~삼척을 잇는 58㎞의 해안을 따라 달리는 열차다. 2007년 7월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총 1시간 20분 동안 푸른 바다를 품으며 달린다. 상·하행 각 3차례 운행한다. 좌석은 모두 창 측을 바라보고 있다. 프러포즈룸이 별도로 마련돼 있어 사랑을 고백하고픈 사람이 있다면 ‘강추’ 아이템이다.
정동진에서 안인진으로 이어지는 괘방산트레킹도 괜찮다. 약 9㎞의 길로 그리 부담스럽진 않다. 오름내림도 거의 없어 힘들지 않다. 특히 코스 초반과 막바지 부근에서 바라보는 강릉바다 조망이 기막히다.
정동진에서 남쪽으로 약 15분만 달리면 곧 동해시 어달해변이 있는데, 이곳도 괜찮다. 해안선의 길이는 짧지만, 경치가 그만이고 한적해서 좋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떠오르는 곳. 울산 간절곶이다. 경도상으로는 포항의 호미곶이 바다 쪽으로 더 멀리 나가 있지만, 간절곶이 위도가 낮아서 해가 더 빨리 뜬다고 한다. 간절곶은 그래서 유명해진 곳이긴 하지만, 이번에 찾아가는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니다. 새로운 다짐을 하기 위해서다. 이곳에는 소망우체통이 있다.
2006년 12월 설치된 소망우체통은 높이 5m, 가로세로 각 2m의 거대한 규모다. 사람들이 언제든지 우체통 안에 들어가서 사연을 적어 보낼 수 있도록 문이 개방되어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 또는 오랜만에 손글씨로 소식을 전하고픈 사람에게 엽서를 보낼 수 있다. 내부에 무료 엽서가 비치돼 있다.
제안하건데, 이 우체통을 찾아 나에게 엽서를 써 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껏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자는 다짐을 하는 것이다. 일주일 후 내게 배달된 그 엽서를 보면 세상을 살아갈 새로운 각오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휴가로 간절곶 바다를 다녀온 의미도 더욱 빛나고 말이다.
▲ 간절곶 바로 옆의 진하해수욕장. |
25분쯤 북쪽으로 달리면 울기공원이 나오는데, 바다에 섬처럼 떠 있는 기암괴석과 울창한 송림이 대단한 풍광을 보여주는 곳이다. 이곳도 함께 간절곶 여행 동선에 넣었으면 좋겠다.
연륙교가 완성되면서 이제는 육지에 편입된 섬, 전남 신안군 신안군도 중 하나인 증도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슬로시티다. 비록 배를 타고 떠나는 낭만이 수증기처럼 증발하고 말았지만, 증도는 참 깨끗하며 조용한 ‘섬’이다. 그래서 휴식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다. 섬 중앙에 엘도라도리조트가 있는데, 이곳을 끼고 증도로 휴가를 떠나길 권한다. 숙박업소가 별로 없어서 딱히 대안이 없기도 하지만, 시설이 무척 잘 되어 있어서 편안한 휴가를 보낼 수 있다.
증도에는 우전해수욕장이 있다. 길이 4㎞에 달하는 해수욕장으로 백사장과 갯벌이 혼합된 해변이 특이하다. 호수처럼 바다가 잔잔하고 수온이 따뜻해서 어린 아이들이 놀기에 좋다. 우전해수욕장은 짱뚱어다리와 연결돼 있다. 길이가 472m의 다리다. 갯벌 위로 건설된 다리인데, 아래를 보면 짱뚱어와 칠게, 농게 따위가 바글바글하다. 짱뚱어는 증도의 명물. 이 다리를 건너면 마을과 연결되는데, 짱뚱어요리집들이 많다.
증도는 ‘소금섬’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태평염전이 이곳에 있다. 염전은 무려 140만 평에 달한다. 여기에서 한 해 생산되는 소금이 1만 5000톤가량 된다. 염전에서는 소금수확체험을 해볼 수 있고, 그 옆으로는 갯골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한낮의 햇볕이 부담스러울 때는 해변일주로를 따라서 드라이브를 즐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송원대 해저발굴기념비까지 이어지는 일주로 곁 풍경이 그야말로 기막히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
▲잠자리: 간절곶민박(052-239-8301), 티엔트펜션(052-4439-3314), 나사리펜션(052-239-9845), 비학펜션(052-239-6468) 등이 간절곶에 있다. 가까운 진하해수욕장에는 모텔이 많다.
▲먹거리: 간절곶에서 해안도로를 따라서 남쪽으로 내려가다보면 떡바우횟집(052-238-3136)이 있다. 회도 신선하지만, 성게비빔밥이 참 맛깔스러운 집이다. 진하해수욕장에는 쇠고기 갈비살전문점 히노케(052-239-0688)가 있다.
▲문의: 울산시청 관광과 052-229-3853. 관광안내소 052-229-6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