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복이(文福·분푸쿠)는 도살 직전 구조된 보호견이었다. 시바견종의 믹스견으로, 나이는 12세로 추정된다. 요양원에 온 것은 2012년 4월. 어느덧 10년차 ‘고참’견이다. 그런 문복이의 이상 행동이 눈에 띈 것은 요양원에 산 지 2년째 되던 해였다. 2층 유닛장인 이데타 게이코 씨는 “어느 날 입주자의 방문 앞에 문복이가 앉아 있는 것을 보게 됐다”고 운을 뗐다.
“다음날이 되자, 문복이는 직원 뒤를 따라 들어가 입주자가 누워 있는 침대 곁을 지켰고, 며칠 후 입주자가 숨을 거둘 땐 침대 위로 올려가 이별을 아쉬워하듯이 얼굴을 핥아줬다”는 이야기다. 직원이 말을 걸어도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요양원의 고령자가 최후를 맞이할 때마다 문복이는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반나절이 지나 간병인이 오면 비로소 함께 들어가 침대 옆에 앉는다. 그러고선 꼼짝도 하지 않고 입주자를 바라본다. 마치 입주자가 혼자 세상을 뜨는 일이 없도록 곁을 지키는 것처럼 말이다. 와카야마 원장은 “돌연사 이외에는 반드시 문복이가 어르신들의 최후를 지켜봤다”면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마 냄새로 임종이 가까워지는 것을 아는 게 아닐까 한다”고 전했다.
문복이는 과연 임종을 예측하는 ‘능력’이 있는 걸까. 수의학박사 이리마지리 마미 교수는 “개가 사람의 죽음을 예측할 수 있는가에 관한 연구는 아직 발표된 것이 없으며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다만 “고령자가 노쇠로 숨을 거둘 때 체취 변화를 느끼는 의료진도 있다”면서 “후각이 훨씬 뛰어난 만큼, 개가 죽음을 감지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스태프 회의에서 “몸에 부담을 주는 외출은 신중해야 한다”며 반대 의견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데타 씨는 “문복이의 간병활동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으니 잠시 다녀오게 해달라”고 청했다. 그러자 문복이를 지켜봐온 직원들이 찬동했고, 결국 스즈키 씨는 딸과 간호사의 지원 아래 추억이 담긴 사지마 항을 방문할 수 있었다.
걱정이 컸으나 스즈키 씨의 몸 상태는 안정을 찾았고, 혈중 산소 농도는 오히려 상승했다. 그리고 사지마 항을 방문한 지 6일 후 문복이의 간병활동이 시작됐다. 스즈키 씨는 가족들에 둘러싸인 채 평온하게 눈을 감았다고 한다. 스즈키 씨의 일화를 포함해, 문복이의 이야기는 ‘간호견 문복’이라는 책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이 책은 아마존재팬과 라쿠텐에서 도서판매 상위권에 오르는 등 큰 관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와카야마 원장 또한 “처음에는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요양원을 설립할 계획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한 고령자의 사연을 접한 것이 계기가 됐다. 요양원에 입소하면서 어쩔 수 없이 반려견을 보호소로 보낸 고령자는 죄책감에 삶의 의욕을 잃고, 반년도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후회하고 자책하면서 최후를 보낸 것이다. 이 사건에 충격을 받은 와카야마 원장은 “복지 방식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고 반려동물과 헤어지지 않아도 되는 요양원을 설립하게 됐다”고 밝혔다.
반려동물과의 요양원 생활은 생각보다 훨씬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다. 존재만으로도 치유가 되는데다, 치매 완화 및 건강 개선으로도 이어졌다. 일례로 한 고령자는 팔 관절이 경직돼 움직일 수 없었는데 상당히 좋아졌다. 문복이를 쓰다듬는 것이 최고의 재활 훈련이 된 셈이다. 치매에 따른 불안증상으로 밤마다 이상 행동을 보였던 고령자도 증상이 완화됐다. 와카야마 원장에 의하면 “강아지와 함께 잠자리에 들자 마음이 안정되어 불안증상이 없어졌으며 행동도 안정됐다”고 한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