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집단감염·연말연시 인구 이동 등 요인…시민 “한박자 느린 정부대책, 6차 유행 놀랍지 않아”
#코로나 감염 폭증한 까닭
NHK는 “확진자 수가 급증한 원인은 오미크론 변이의 높은 감염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례로 확산세가 가장 거센 오키나와 현의 경우 지역에 있는 미군기지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오미크론이 퍼졌다. 1월 7일 오키나와의 확진자 수는 1414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NHK에 따르면 “주일미군은 PCR 검사를 하지 않고 입국하는 등 ‘방역의 사각지대’였다”고 한다. 집단 감염이 발생한 기지 내 미군 장병들이 자유롭게 밖으로 외출하면서 지역 감염 확산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오키나와뿐 아니라 미군기지가 있는 히로시마와 야마구치 현 등에서도 최근 확진자 수가 폭증세다. 세 곳은 모두 지난 1월 9일부터 긴급사태 선언에 준하는 ‘만연방지 등 중점조치’가 내려졌다.
또 다른 요인은 유동인구의 증가다. 도쿄 번화가의 야간 인구밀도는 2021년 9월 긴급사태를 해제한 이후 크게 상승했다. 특히 12월 하순엔 한 해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이와 관련, NHK는 “오미크론 유입과 함께 연말연시 연휴 기간에 귀성과 가족여행 등으로 대규모 인구 이동이 이뤄지면서 감염이 확산됐다”고 전했다.
PCR 검사 건수 증가도 확진자 수가 늘어난 원인으로 꼽힌다. 1월 5일 기준 PCR 검사 수는 8만 5750건. 코로나가 한풀 꺾였던 지난 11월에는 주중 3만~5만 건의 검사가 이뤄진 것에 비하면 배로 늘어난 셈이다. 현재 일본 정부는 ‘증상이 있을 경우에만 무료 검사’에서 ‘원하는 사람 모두 무료로 검사’할 수 있도록 방침을 바꿨기 때문에 PCR 검사 건수는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중증화율 낮아도 낙관할 수 없는 이유
일본 내 코로나 급증세는 경증 환자가 많은 오미크론 변이가 이끌고 있다.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 양성 판정을 받은 감염자 192명 가운데 191명이 경증이었고, 중등증(中等症·중증과 경증 사이)은 1명이었다. 산소 투여가 필요한 중등증이나 중증은 없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변이가 워낙 감염력이 크기 때문에 전례 없는 감염자 수가 나올 경우 중증자 수도 증가할 수 있다”며 신중론을 펼친다. 코로나 치료를 담당하는 현장 의료진은 “현재 감염 확대에는 젊은 층이 중심이고 경증자가 많은 것이 특징이지만, 고령자와 중증 위험군까지 감염이 확산되면 의료붕괴 핍박은 피해갈 수 없다”고 경종을 울렸다.
강한 전파력을 지닌 오미크론은 백신접종을 완료해도 돌파하며 감염자를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사이타마 의과대학의 오카 히데아키 교수는 “더욱이 2021년 백신접종 시기가 빨랐던 고령자의 경우 벌써 감염 예방 효과가 상당히 감소한 상태”라고 우려했다.
일본 정부는 “경구용 치료제(먹는 치료제)를 진단 다음날까지 투여하는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오카 교수는 “2021년 말 특례 승인된 ‘몰누피라비르’의 경우 입원이나 사망 감소 효과가 30%에 그치는 데다, 알약이 커서 복용하기 힘든 노인들도 있다”면서 “비장의 카드가 되긴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향후 중증환자 증가율과 고령자 시설 및 의료기관의 집단 감염의 빈발 정도가 긴급사태 선언이 내려질지의 포인트가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또 다시 ‘코로나 비상’ 일본 정부의 대책은?
일본 정부는 1월 9일부터 오키나와, 야마구치, 히로시마 현에 긴급사태 선언에 준하는 ‘만연방지 등 중점조치’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해당 지역은 자치단체장의 판단 하에 음식점 영업시간 제한 등 유동인구를 억제하는 비상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일례로 오키나와 현에서는 음식점 영업시간이 오후 9시까지로 제한된다. 대신 단축영업 요청을 따르는 점포에게는 하루 2만 5000~3만 엔(약 26만~31만 원)의 협력금을 지급한다. 현민을 대상으로는 요청에 응하지 않는 점포의 이용 자제, 혼잡한 장소나 감염 위험이 높은 장소로의 외출 자제, 다른 지역으로의 불필요한 이동을 삼가도록 호소하고 있다.
도쿄도는 1월 10일 기준 신규 확진자 수가 871명이었다. 전주 대비 8배 늘어난 수치이나 사망자 보고는 없었다. 병상 사용률은 10.4%이며, 중증자는 4명에 머물고 있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현재 오미크론 감염자는 입원이 원칙이지만,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병상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경증·무증상의 경우 숙박시설 요양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음식점의 경우 한 테이블당 4명 이내로 인원을 제한하는 등 방역이 강화됐다.
도쿄에 주재하는 한국인 여성은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일본 정부는 통제보다 기업과 개인의 책임에 맡기고 있다”면서 “강제성이 없더라도 알아서 방역 지침을 지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백신 미접종자라고 해서 제한을 받는 일은 없다”고 한다. 반면 백신패스 우대 정책은 실시한다. 가령 스마트폰 앱을 통해 백신접종을 증명하면 음식점 할인이나 서비스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도쿄의 경우 백신접종자는 음식점에 5명 이상 모이는 것이 가능하다.
센다이에 사는 일본인 여성은 “정부의 지시가 언제나 한 박자 늦기 때문에 그걸 기다리느니 회사나 개인적으로 방역을 철저히 하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6차 유행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터라 크게 놀랍지 않으나 확산 속도가 빨라 걱정된다”면서 “중증화율이 높아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초 일본 정부는 ‘부스터샷’인 3차 접종을 ‘2회 접종 완료로부터 8개월 후’로 정하고, 2022년 1월부터 일부 고령자를 대상으로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 감염이 확산되자 접종시기 간격을 6개월로 단축했다. 1월 11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3월 이후 실시하기로 한 일반인 3차 접종 시기를 앞당기려고 한다”면서 “2021년과 마찬가지로 자위대를 동원한 대규모 백신 접종 회장을 개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외국인 신규 입국 금지 조치도 2월 말까지 연장한다”는 방침이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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