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의 한 장면. |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 김재원과 황정음, 남궁민 등의 물오른 연기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 드라마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장면은 마지막 회에 등장한 동주(김재원 분)와 준하(남궁민 분)의 베드신(?) 장면이었다.
그런데 이 장면엔 비밀이 숨어있다. 마지막 회에 방영된 이 장면은 사실 사이판 로케에서 초반에 촬영된 장면이었다. 특히 두 사람이 처음으로 만나 촬영한 장면이어서 둘의 어색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남궁민은 “마지막 방송분을 하필 처음 찍는 바람에 베드신 전의 상황을 잘 몰라 몰입하기가 힘들었다”며 “남자와 한 침대에 누워 연기하는 것도 처음이고 김재원 씨와도 첫 만남이라 어색함에 NG가 수차례 났다”고 밝혔다.
당시 NG 장면은 남궁민이 김재원의 몸을 타고 올라 두 손을 못 움직이게 하는 등 이성과의 베드신을 연상시키는 수위 높은 장면이었는데 지나치게 긴장한 두 사람 때문에 벌어진 일종의 해프닝이었다. 초반부터 뜨거운 몸의 대화(?)를 나눈 덕분인지 두 사람은 극중 뜨거운 형제애를 선보이며 드라마의 인기를 이끌었다.
KBS 드라마 <못된 사랑>. 첫 회 방송된 차예련과 권상우의 격정적인 키스신은 당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며 화제가 되었는데, 최근 두 사람의 키스신이 다시 한 번 화제가 됐다. 차예련이 한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당시 권상우와 나눈 키스가 초면에 이루어졌음을 고백한 것.
차예련은 제주도에서 진행된 당시 촬영에 앞서 선배 권상우와의 만남에 무척이나 긴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긴장감도 잠시, 촉박한 촬영 일정으로 두 사람은 뻘쭘하게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만 나눈 채 곧장 키스신에 돌입했다. 저녁 7시부터 시작된 키스신이 다음날 새벽 3시까지 이어졌는데 제 아무리 첫눈에 반한 사이일지라도 현실에선 절대 불가능할 불타는 키스의 연속이었다.
차예련뿐 아니라 권상우 또한 한 인터뷰를 통해 “당시 차예련의 스타킹을 찢는 등 농도가 짙은 키스신이었는데, 서로 서먹서먹해서 힘들었다”며 “지금까지 촬영해온 키스신 가운데 가장 힘들었던 키스신이었다”고 말했다. 드라마 초반 화제성 높은 키스신을 넣어 시청률을 올리려는 제작진의 의도에 배우들의 고충이 그만큼 커졌던 것이다.
반면 서로의 어색함을 푸는데 초면 키스(?)만큼 좋은 것도 없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에릭 한예슬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화제를 불러 모은 KBS 드라마 <스파이 명월>. 에릭은 드라마의 제작보고회장에서 “한예슬과 친해진 계기는 키스였다”며 “싱가포르 로케이션 당시 서먹서먹했지만 키스신을 찍은 뒤 급격히 친해졌다”고 고백했다. 뿐만 아니라 “장희진과의 첫 만남 또한 키스신이었다”면서 “몇 마디 말도 못 나눠 어색한 사이였지만, NG가 나며 여러 각도에서 키스신을 찍다보니 친밀감(?)을 느끼게 됐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한편 배우 사이의 어색한 첫 만남을 그대로 작품으로 옮긴 경우도 있다. 이재용 감독의 영화 <여배우들>이 대표적이다. 고현정 최지우 이미숙 윤여정 김민희 등 당대 최고 여배우들의 팽팽한 기 싸움을 담아낸 이 작품은 여배우들의 숨겨진 뒷모습을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노출시켰다.
작품 속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고현정과 최지우의 싸움장면은 실제로 두 사람이 처음 만난 날 이루어졌다. 감독이 일부러 촬영 전 배우들이 모두 만나는 자리를 주선하지 않았다. 당시 촬영장에는 얇은 시나리오만이 놓여있었고, 시나리오마저 ‘당황해 자리를 피하는 지우’ 등의 간략한 지문만이 적혀있었다.
최지우는 “학창시절 <모래시계>를 통해 봤던 고현정 선배와의 만남이 긴장됐지만, 15년차 배우로서 기에 밀리고 싶지 않아 매우 떨렸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긴장된 나머지 샴페인을 원 샷하고 촬영에 임했지만 고현정 선배의 노련함을 당할 수 없었고, 큰 스크린 가득히 당황하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창피했다”고 당시 촬영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배우들이 처음 만나 어색한 연기를 펼치는 바람에 아예 촬영이 중단된 경우도 있다. 임순례 감독의 영화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촬영장에서의 일이다. 여주인공 공효진이 연극배우 출신 김영필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는 날이었는데 촬영 내용은 헤어진 지 7년 만에 재회한 연인이 장례식장에서 만나 술잔을 기울이는 것이었다.
영화의 시작점이자 둘의 관계를 관객에게 일러주는 중요한 신이었지만 “아직도 날 보면 엉덩이에 점 생각나?” 등 야릇한 대화를 나눠야 할 두 사람은 연신 어색해하며 의도치 않은 발연기(?)를 선보이고 말았다.
임 감독은 결국 첫 촬영을 중단하고 현장을 철수하는 초강수를 뒀고, 다음날 두 사람은 재촬영에 임해야 했다. 여전히 어색해하던 두 사람이었지만 전날과 다르게 둘은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다. 숨은 비밀은 바로 술이었다. 어색함을 극복하기 위해 두 사람은 실제로 소주를 마신 뒤 촬영에 임했고, 그제야 감독이 원하는 연기를 펼칠 수 있었다고. 술이 약한 것으로 알려진 공효진은 당시 소주 한 병을 마시는 ‘소주투혼’(?)을 보였다는 후문.
배우들이 꼽는 가장 친해지기 어려운 스타는 미남 배우 K다. K는 배우들과 처음 만날 때부터 작품이 끝날 때까지 어색한 사이를 꾸준히(?) 유지하게 만드는 주범으로 알려졌는데 그 이유는 K의 지나친 과묵함 때문이라고. 미녀스타 S는 K와 함께 작품을 하며 단 한 번도 편한 적이 없었다는 속내를 사석에서 털어놓기도 했다. S는 “진지한 성격은 이해하지만 여배우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역시 K와 함께 작품을 했던 또 다른 미녀스타 K는 “일 년에 세 마디 하는 사람 같다. 첫 만남이 오히려 가장 편했던 것 같다”며 그의 과묵함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