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진 금강송숲길을 걷고 있다. |
울진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금강송군락지다. 금강송은 소나무 가운데서도 으뜸으로 치는 종이다. 껍질이 붉고, 그 껍질을 벗겨낸 몸통도 붉다. 육질이 단단한 데다 줄기가 곧고 덩치가 커서 목재로 금강송만 한 것이 없다. 보기에는 경주 삼릉이나, 보은 임한리 등지에 있는 형극의 세월을 지낸 듯한 모양의 소나무들이 좋을지 몰라도 그것들은 금강송의 기품에 견줄 것이 못 된다.
울진의 금강송군락지는 소광리 일대에 자리하고 있다. 무려 2247㏊에 달하는 넓은 면적에 금강송군락이 형성돼 있다. 총 1284만 그루의 금강송이 여기 있다. 그중 200년 이상 된 것만 8만 그루에 달한다. 500년 넘은 보호수도 있다. 숲에 들어가 쭉쭉 뻗은 금강송들을 보노라면 마음도 구김살 없이 쭉쭉 펴지는 듯하다. 게다가 그 숲은 도무지 더위가 침입할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오지에 있고, 피톤치드 또한 넘쳐서 상쾌하기 그지없다.
금강송군락지는 불영사에서 통고산자연휴양림 쪽으로 올라가다보면 오른쪽으로 뻗은 길이 나온다. 이 길을 따라 10㎞가량 들어가면 목적지에 도착한다. 비포장이 반절쯤 된다. 길을 따라서는 계곡이 길게 이어진다. 도중에 드라마 <영웅시대> 세트장을 지난다. 목재로 지어진 허름한 건물이다. 계곡가에는 캠핑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물이 깊거나 물살이 세지 않아서 캠핑하기에도 좋다.
금강송숲길을 걷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종일 걷기, 다른 하나는 잠깐 걷기. 전자는 13.5㎞, 후자는 왕복 3.34㎞다. 종일 걷기는 두천1리에서 오전 9시, 잠깐 걷기는 금강송숲길주차장에서 오전 10시에 해설사와 함께 출발한다. 두 코스 모두 하루 80명과 100명으로 인원제한을 두므로 사전예약이 필수다. 금강소나무숲길 인터넷사이트(http://www.uljintrail.or.kr)에서 예약하면 된다.
울진에는 쉬어가기 좋은 자연휴양림이 두 곳 있다. 통고산자연휴양림과 구수곡자연휴양림이다. 이곳에 숙소를 잡고 여름을 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자연휴양림에서 숙박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눈독 들이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예약하기가 그만큼 힘들다. 야영장 데크 잡기도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그곳에서 자지 않더라도 놀 수는 있다. 입장료(어른 1000원, 어린이 300원)를 내고 들어가 휴양림의 자연을 맘껏 즐기다 오는 것이다.
먼저 통고산자연휴양림은 계곡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을 야트막하게 가둔 저류지가 일품인 곳이다. 특히 이곳의 물은 맑을 뿐만 아니라 얼음처럼 차가워서 오랫동안 발을 담글 수 없을 정도로 시리다. 더위 먹을 걱정이 아니라 감기 들 걱정을 해야 할 정도다.
▲ 노랑어리연꽃이 만발한 불영사. |
불영사 계곡과 덕구계곡은 물놀이를 할 수는 없는 계곡들이다. 그러나 두 계곡은 걷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계곡 옆으로 길이 나 있는데, 나무들이 터널을 이루고 있다. 나무 사이사이로 계곡의 비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불영사계곡길은 불영사주차장에서부터 절까지 약 1㎞다. 본래 계곡은 약 15㎞ 길이로 근남면 행곡리에서 서면 하원리까지 이어진다. 기암괴석과 깎아지른 듯한 절벽, 그 위에 서 있는 낙락장송, 아래로 흐르는 푸른 물줄기가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불영사는 신라 진덕여왕 때 의상대사가 지은 천년고찰로 요즘 노랑어리연꽃이 만발했다.
응봉산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내에 있는 덕구계곡길은 원탕까지 왕복 8㎞ 코스다. 구수곡자연휴양림과 같은 산 아래 있어서 금강송이 울창하다. 선녀탕, 용소폭포, 효자샘 등 비경이 많다. 세계 각국의 것들을 본떠 만든 다리들도 볼거리다. 금문교, 노르망디교, 하버교, 장제이교 등 12개 다리가 있다.
동굴탐험은 좋은 피서 아이템 중 하나다. 제 아무리 끔찍한 더위라도 동굴을 넘보지는 못 한다. 성류굴은 특히 종유석과 석순이 기괴한 아름다움을 뽐내는데, 더위가 이곳에 들어가지 못 하는 이유는 아마도 무서워서일 것이다.
▲ 금강송숲길을 찾아가는 길은 작은 계곡이 계속 이어진다. |
몸을 최대한 웅크려야 지나갈 수 있는 지점이 두세 곳 정도 있다. 안전모를 쓰도록 유도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멋부린다고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다가 ‘하늘의 별’을 보게 된다. 동굴탐험은 30분가량 걸린다.
동해를 낀 울진은 바다도 함께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나곡, 후정, 봉평, 망양, 기성망양, 구산, 후포 등의 해수욕장이 줄줄이 사탕처럼 달려 있다.
봉평해수욕장은 바로 곁에 죽변항이 있다는 점이 좋다. 죽변항에서 해산물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죽변항에는 드라마 <폭풍 속으로> 세트장이 있다. 망양정해수욕장은 왕피천이 동해와 만나는 지점에 자리한 해수욕장이다. 언덕에 망양정이라는 누각이 있다. 기성망양해수욕장은 바다 곁으로 해송림이 우거져 있다. 야영하기 좋다. 구산해수욕장 역시 송림에서 쉴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백합채취를 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
▲길잡이: 중앙고속국도 풍기IC→36번 국도→봉화→울진, 영동고속국도 동해IC→7번 국도→삼척→울진
▲먹거리: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물회가 제격이다. 죽변항에 충청도횟집(054-783-6651)이 있는데, ‘삼삼삼슬러시물회’로 유명한 곳이다. 전국의 좋다 하는 특산물을 갈아 넣어서 육수를 만든다고 한다. 살얼음 낀 육수가 달면서도 매콤하다. 불영사 앞에는 불영사식당(054-782-9455)이 있다. 산채비빔밥과 도토리묵, 파전, 감자부침 등을 파는데 맛이 제법 괜찮다.
▲잠자리: 덕구온천지구에는 호텔덕구온천(054-782-0677), 벽산덕구온천콘도(054-783-0811), 백암온천지구에는 백암한화콘도(054-787-7001), 백암고려온천호텔(054-787-3191), 백암온천호텔피닉스(054-787-3044) 등이 있다. 성류굴 근처에는 성류파크관광호텔(054-787-3711)이 있다.
▲문의: 울진군문화관광과 054-789-6904, 울진금강소나무숲길 예약 http://www.uljintrail.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