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절친 개그맨 이휘재와 김한석의 대표 유행어는 바로 ‘롱다리~ 숏다리~’다. 이들은 데뷔 초 자신들의 장단점을 유행어로 승화시키며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연예계라고 훤칠한 롱다리, 쭉쭉빵빵 8등신들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짧지만 강한 숏다리 군단부터 모델 포스의 롱다리 군단까지 연예인의 키 높이는 그들의 개성만큼이나 다양하다. 스타들의 키에 얽힌 에피소드들을 정리해본다.
‘키 컸으면 키 컸으면~’의 주인공으로 대표적 단신 개그맨인 이수근(164.7㎝). 그는 <개그콘서트> ‘키 컸으면’ 코너의 히트와 함께 작은 키 덕을 톡톡히 누렸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연예계 생활을 하며 작은 키로 인한 아픔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광고계약 파기 사건이다.
지난 2009년 꿈에도 그리던 CF 주인공 섭외를 받으며 자신의 유명세를 실감하게 된 이수근.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우유 브랜드 메인 모델이 된다는 생각에 한껏 들뜬 마음으로 계약서에 사인까지 마쳤다. 하지만 촬영을 고작 이틀 앞두고 광고 에이전시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광고주께서 이수근 씨를 참 좋아하시지만 이번 건은 반대하시네요. 키 작은 어린이들이 우유를 먹으면 키가 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야 하는데, 이수근 씨처럼 작은 키의 모델은 광고 효과가 떨어진다네요.”
다른 직업에 비해 연기자들에게 작은 키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키가 큰 상대 배우와 호흡을 맞추기 어려운 데다 투샷이나 풀샷에서 작은 키가 도드라질 수도 있다. 실제로 작은 키 때문에 굴욕을 겪는 연기자들이 매우 많다. 가수 겸 연기자 알렉스는 드라마 <연애의 발견>을 찍을 당시 작은 키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를 공개한 바 있다.
문제의 장면은 남자 혼자 사는 알렉스의 집에 놀러온 그의 상대역 윤지민에게 알렉스가 멋지게 백허그를 하며 “오늘 함께 있으면 안 돼?”라는 로맨틱한 대사를 날리는 것이었다. 문제는 모델 출신이라 키가 174㎝나 되는 윤지민의 키였다. 깔창까지 깔고 최선을 다해 촬영에 임했지만 방송분을 본 알렉스는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모습은 마치 키 작은 맹수가 기린을 덮치는 것 같았다고.
여자 연기자에게도 작은 키의 고충은 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동안미녀>의 여주인공 장나라. 사실 그의 키는 163㎝로 아주 작은 편에 속하진 않지만 유독 이 드라마에선 키로 인한 마음고생이 많았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최다니엘(186㎝) 류진(187㎝) 유태웅(184㎝) 홍록기(180㎝) 등 함께 출연한 남자 배우들이 하나같이 180㎝를 넘는 장신의 소유자였던 것. 장나라는 드라마를 촬영하며 키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하이힐을 착용함은 물론, 야외촬영에선 과속방지턱, 보도블록 등의 지형지물을 모두 활용해 눈높이 촬영이 가능하도록 한 것. 장나라는 “키 큰 배우들이 이렇게 많이 나오는 작품도 처음인 데다, 캐릭터 상 유독 가까이서 쳐다보는 장면이 많아 목이 아플 지경이었다”는 후일담을 전했다.
장나라의 상대역이었던 류진은 이와는 반대로 큰 키 때문에 겪는 불편을 털어놓은 바 있다. 그는 자칭 ‘키 작아 보이는 연기의 달인’이다. 상대 여배우와 투샷에서 키 차이로 인해 어색한 그림이 나올 때마다 항상 감독들의 원성을 들었다는 그는 언젠가부터 키 작아 보이는 연기를 연구하게 됐다고. 그는 3단계로 자신의 키를 낮춘다고 한다. 상대와 키 차이가 크게 안날 때는 짝다리 짚기, 약간 차이가 난다 싶으면 무릎 굽히기, 상당한 키 차이가 날 땐 아예 두 다리를 쫙 벌리고 선다고.
제 아무리 큰 키의 훈남 배우도 때에 따라 폼 안 나는 쩍벌남이 돼야 한다.
189㎝의 큰 키를 자랑하는 모델 출신 배우 김흥수 또한 큰 키로 인한 고역을 늘 겪는다. 그 역시 대표적인 쩍벌남 연기자 가운데 한 명인데 그는 여전히 가장 어려운 연기로 오열 장면도 키스신도 아닌 여배우와의 단순 투샷 장면이라고 한다. 쩍벌 포즈로 감정을 잡기가 그만큼 힘들다는 얘기. “다리를 한껏 벌린 채 사랑의 밀애를 속삭이는 연기를 안 해봤으면 말을 말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큰 키에 대한 콤플렉스(?)탓일까. 그는 한 포털사이트에 기재된 자신의 키 190㎝를 애써 189cm로 정정하기도 했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 사이에도 키에 관한 에피소드가 많다. 아홉 명의 개성 강한 멤버가 뭉친 소녀시대. 그들은 인터뷰 할 때 위치를 비롯해 무대 의상도 장신 팀과 단신 팀으로 구분된다. 단신 팀은 써니 태연 효연 제시카 등이고 장신 팀은 수영 유리 윤아 서현 티파니 등으로 나뉜다. 실제 제시카와 티파니는 키 차이가 고작 1㎝밖에 안 되지만 무대 밸런스를 위해 두 팀으로 나뉘게 됐다고.
두 팀의 차이는 하이힐 착용 여부다. 단신 팀은 하이힐 착용이 의무적이고, 장신 팀은 단화 착용을 권유받고 있는 것. 남의 떡이 더 크다고 했나? 하이힐을 신어 예쁘게 보이고 싶은 장신 팀과, 단화를 신어 편하게 춤추고 싶은 단신 팀은 서로를 부러워한다는 후문이다.
가수 전영록의 딸로 잘 알려진 그룹 티아라의 보람은 인터뷰를 할 때 항상 팀의 중심에 자리를 잡는다. 팀의 리더인 탓도 있지만 155㎝로 일곱 명의 멤버 가운데 키가 가장 작기 때문이다. 그를 중심으로 양 옆에 키 큰 멤버들이 차례대로 자리해 밸런스를 맞추는 것. 데뷔 초부터 항상 높은 하이힐을 고집했던 보람은 최근 ‘롤리폴리’ 활동을 하며 과감히 힐을 포기했다. 복고풍의 노래 콘셉트로 인해 트레이닝복과 운동화를 신어야만 했던 것.
한편 미모의 여자 연기자 A는 작은 키 때문에 코디네이터를 괴롭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작은 키로 인한 패션의 미완성을 코디네이터의 탓으로 돌리는 A의 괴팍함에 벌써 수십 명의 코디네이터들이 그를 떠났다고.
최근 그의 곁을 떠난 한 코디네이터는 얼마 전 A로 인해 겪은 일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하이힐만 고집하는 A에게 운동 경기 이벤트 행사 섭외가 들온 것. 하이힐이 아닌 운동화를 신어야만 하는 행사였는데 A의 운동화 기준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10㎝가량의 굽이 있어야 하며 밖에서 봤을 때 굽이 절대 티 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 결국 해당 코디네이터는 동대문 상가를 5시간 넘게 돌며 이런 조건에 가까운 운동화 수십 켤레를 구입해 겨우 A의 행사용 운동화를 댈 수 있었다고 한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