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작 부족한데다 추가 출점도 차질, M&A로 돌파구 찾지만 재무 부담 우려…GS “투자활동 지속”
GS리테일의 영업이익은 2017년 1660억 원, 2018년 1800억 원, 2019년 2390억 원, 2020년 2530억 원으로 꾸준히 성장했다. 2010년대 이후 불어 닥친 이커머스 돌풍, 2017~2018년 편의점 과잉 출점 논란 및 최저임금 대폭 인상,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등 악재 속에서도 상승을 이끌어 낸 것이다. 이는 다른 유통 채널에 비해 이커머스 영향이 덜한 편의점이 주력 채널이고, 브랜드 이미지가 양호해 점포를 빠른 속도로 늘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0년 이후 별다른 히트작을 내놓지 못하고, 추가 출점 전략이 막히면서 실적이 둔화되는 모양새다. 비 편의점 부문도 신통치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GS리테일의 기업형 슈퍼마켓(SSM) GS더프레쉬(GS슈퍼)는 매출이 지속해서 줄고 있고, 파르나스호텔은 여전히 부진하다. 그룹 차원에서 결정된 GS홈쇼핑 합병안에 대해서도 “부담되는 짐을 떠안았다”는 평가가 다수다.
#수익성 추구하다 킬러 제품군 확보 실패
GS리테일의 편의점 GS25는 2019년 11월 점포 1만 3899개를 확보하면서 17년 만에 처음으로 CU(1만 3802개)를 앞섰다고 발표했다. GS25는 1등 탈환을 계기로 내실 경영 체제로 돌아섰다. 당시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가맹점주의 이익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았다. 이에 GS25는 투자보다는 안정적인 경영을 중시했다.
하지만 GS25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패착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GS25에 일등을 내준 CU는 오히려 투자를 늘리면서 2020년 5월 곰표 밀맥주를 출시했다. 곰표 밀맥주는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 롯데칠성음료 등 여러 회사가 협업해 내놓은 ‘이색 콜라보’ 제품으로 출시와 동시에 매진이 이어졌다. CU는 곰표 밀맥주 외에도 곰표 나초 등 스낵류를 내놓아 인기를 끌었고, 현대카드 아워에일, 말표 흑맥주, 백양 BYC비엔나 등을 연이어 출시했다. GS25도 캠핑용품 업체 노르디스크와 제휴해 노르디스크 맥주를 내놓았고, 광화문·경복궁·백록담 등 지역명을 내건 수제맥주를 출시했지만 CU만큼 반향을 끌어내진 못했다.
GS25의 도시락 등 간편식에 대한 평가도 좋지 않다. CU는 TV 방송 프로그램인 ‘신상출시 편스토랑(편스토랑)’과 제휴해 편스토랑 도시락 시리즈를 내놓았고, 백종원 간편식을 출시했다. CU는 편의점 패스트푸드(FF) 생산공정을 단순화해 가격도 낮췄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CU가 히트 친 제품은 기껏해야 몇 개 수준이라고 평가 절하할 수도 있지만 이 미끼 상품으로 인해 전체 매출이 뛰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 봐야 한다”며 “배달의민족 B마트나 쿠팡이츠마트 등 배달 플랫폼 발전으로 온·오프라인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어 (어떤 유통채널이든) 압도적인 킬러 제품군을 확보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전했다.
메리츠증권은 BGF리테일(CU 운영사)의 4분기 실적에 대해 매출은 전년 대비 9.4% 늘어난 1조 6970억 원, 영업이익은 36% 증가한 470억 원으로 내다봤다. 음료와 스낵 등 고마진 상품 판매량이 늘어난 덕분이다. 또 기존점 매출이 2.7% 증가해 본사와 가맹점주 모두 ‘윈윈’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반면 GS리테일 편의점 부문의 4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3.5% 증가한 1조 7879억 원, 영업이익은 0.3% 감소한 373억 원을 예상했다. 신규점 출점 덕분에 매출은 늘어나지만 기존점 매출은 1%가량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GS25는 기존점 매출 부진으로 올해 출점 전략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CU의 점포수는 2021년 11월 1만 5814개, GS25는 1만 5168개다. CU의 재역전에 이어 점차 격차가 커질 조짐도 나온다. 유통업계 다른 관계자는 “GS25는 성장 둔화가 뚜렷해 편의점 가맹 사업자들이 다른 곳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며 “더구나 올해는 세븐일레븐이 미니스톱을 인수해 3강 간의 경쟁이 더 격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2020년까지 깜짝 실적의 주인공이었던 GS더프레쉬도 부진에 빠졌다. GS더프레쉬는 2017~2019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비주력 점포를 폐쇄하고 할인 지양, 중앙집권식 재고관리 등 수익성 위주 전략을 도입한 것이다. 당장은 영업손실이 줄어 실적에 긍정적이라고 호평받았지만 지금은 고객 충성도가 사라져 운영해도 아무 의미 없는 수준의 슈퍼마켓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갓생기획, 절반의 성공…M&A 효과도 당장은 기대 어려워
GS리테일은 2021년 6월 MD(상품기획자) 회의에 MZ세대만 들어가는 ‘갓생기획’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동시에 웹예능 프로그램도 론칭했지만 아직은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노티드 우유3종은 2021년 9월 출시 이후 270만 개 판매에 성공했지만 선풍적 인기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네이버페이와 제휴해 사실상 손해 보는 가격에 판매한 물량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GS리테일의 또 다른 승부수는 최근 인수합병(M&A)한 기업들과의 시너지 효과다. GS리테일은 2021년 이후 배달 플랫폼 부릉을 서비스하는 물류업체 메쉬코리아, 반려동물 전문몰 펫프렌즈, 배달 플랫폼 요기요, 푸드테크 스타트업 쿠캣 등을 인수하거나 지분 투자했다.
하지만 GS리테일의 M&A도 당장은 시너지 효과보다 재무 부담 요인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례로 요기요는 GS리테일과 협업해 애플리케이션(앱) 내 픽업25를 운영 중이지만 대부분 이용자가 체리피커(혜택만 뽑아먹는 이용자) 성향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윤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온라인 신사업 시너지에 주목해야 하지만 당장은 요기요 지분법손실 등 신사업 비용 투입이 예상된다”며 “본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거나 물류 및 오프라인 점포 등 사업부 간 시너지 효과, 온라인 신사업 비전 구체화 등이 나타나면 주가도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GS리테일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업들처럼 GS리테일도 미래 먹거리 확보나 시너지 도모를 위한 투자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며 “투자 집행 내역들이 큰 재무 부담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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