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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결> 시즌3에서 가상부부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커플들. 연출하는 PD조차도 실제로 사귀는지는 알 수 없다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 ||
“가상 부부다. 그게 원칙이다” <우리 결혼했어요(우결)>를 연출하는 MBC 강궁 PD는 이렇게 분명한 선을 그었다. 하지만 “실제 감정이 생길 개연성은 충분하다”며 현실 속에서도 출연진이 교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우결>은 한 번 촬영할 때 12시간 정도 진행된다. 제작진의 개입은 최소화시키고 미리 배치된 카메라가 그들을 지켜본다. 카메라의 존재가 감정몰입을 방해할까 최대한 멀찌감치 떨어져서 촬영한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출연진도 서서히 상대방에게 호감을 느끼며 가상 부부로서 생활한다.
과연 이런 과정이 연기만으로 가능할까. “정말 사귀는 것처럼 보이는 커플이 있냐”는 질문에 강궁 PD는 주저 없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는 “두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먼발치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남녀 간의 묘한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그 이상 판단은 자제한다.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는 두 사람 사이에 괜히 개입했다가 어색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열애설에 특히 민감한 한국 연예계에서 ‘실제 연인 같다’고 ‘몰아가는 분위기’는 연예인 당사자와 소속사를 화나게 하기 십상이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우결>을 촬영하면서 상대를 이성으로 느끼지 않는 것이 비정상이다”고 단언했다. 배우들은 드라마 속에서 연인으로 출연하며 서로에게 애틋한 감정을 느끼곤 한다. 최수종-하희라, 차인표-신애라, 연정훈-한가인 부부처럼 작품 속 연인이 결혼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들은 대본에 의한 연기를 하면서도 서로에게 애정을 느꼈다.
하물며 <우결>은 정해진 대본도 없다. 상황만 주어질 뿐, 그 안에서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와 몸짓은 온전히 그들의 몫이다. ‘리얼(real)’ 프로그램이기 때문. <우결>에 출연하며 처음 만난 전진과 이시영이 실제 커플로 발전한 것이 이상하지 않다는 의미다.
배우 이장우와 가상 부부로 살고 있는 그룹 티아라의 멤버 함은정은 “장난치기 좋아하는 이장우와 호흡이 잘 맞는다. 티격태격하기도 하지만 성격이 비슷하다. <우결>에 출연하면서 정말 신부수업을 받고 있는 기분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결>에 출연하는 모든 커플이 화면 속에서 보이는 것처럼 다정하고 사이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싫은 사람과는 잠시도 함께 있기가 싫은 게 인지상정. 때문에 촬영 때마다 12시간씩 애정 행각을 벌여야 하는 <우결> 커플이 사이가 좋지 않을 때는 트러블도 생긴다. <우결>의 대표적 커플로 손꼽히는 A와 B가 대표적이다.
성격이 수더분한 A와 달리 B는 예민하기로 유명하다. B는 녹화 현장에 늦게 나타나기도 하고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실제 성격이 그대로 표출된다. <우결>에서 B는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점이 오히려 부각되며 인기를 얻었다. 반면 A는 그런 B를 받아주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역시 팬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겉으로는 완벽한 궁합을 자랑하는 듯 보였으나 A의 고충은 만만치 않았다.
A측 관계자는 “B의 성격이 보통이 아니었기 때문에 맞추기 쉽지 않았다. A-B 커플에 대한 반응이 워낙 좋아 오랜 기간 가상 부부 생활을 이어갔지만 인기가 높아질수록 A의 속병은 잦아졌었다”고 귀띔했다.
이들과 같은 경우는 아니더라도 많은 커플이 시행착오를 겪는다. <우결>의 제작진은 새로운 커플을 투입하기 전 많은 시간을 할애해 출연자와 인터뷰를 진행한다. 서로의 성향을 파악해 최적의 조합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하지만 예상은 번번이 빗나간다. 제작진과 인터뷰할 때 모습과 이성을 대하는 모습이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강궁 PD는 “새로 투입한 커플의 첫 촬영을 마치면 의외의 결과가 나와 놀라곤 한다. 처음 만나자마자 친해지고 다정한 모습을 연출하는 커플이 있는 반면 아옹다옹하며 갈등하는 커플도 있다.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지켜볼 뿐,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강궁 PD는 이어 “실제 부부도 마찬가지 아닌가. 연애할 때와 결혼 생활이 같을 수는 없다. 누구나 시행착오를 겪으며 부부의 삶을 만들어간다. 가상 부부이긴 하지만 <우결>에 출연하는 이들도 똑같은 과정을 겪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대부분 출연자는 <우결>에 출연하며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감정을 즐긴다. 이 프로그램은 ‘교제하는 이성이 없어야 한다’는 출연 조건을 걸고 있다. 외로운 선남선녀에게 <우결>은 마음껏 애정행각을 벌일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준 셈이다. 그 틀 안에서 출연자들은 상대방과 교감하며 실제 교제 가능성도 타진한다.
<우결>에 출연했던 한 연예인은 “‘실제로는 사귀지 말자’고 다짐하며 촬영에 임하는 출연자는 없을 것이다. 남녀 관계는 어떤 방식으로 발전할지 아무도 모른다. 가끔은 상대방에 대한 나의 감정과, 나를 향한 상대방의 감정이 실제인지 혼동돼 괴로울 때도 있었다. <우결> 출연자라면 누구라도 이런 딜레마에 한번쯤 빠져봤을 것이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들이 가상 부부를 넘어 실제 교제하는지 여부를 알기는 어렵다. 대부분 연예인과 소속사는 열애설이 불거지고 교제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당사자들이 <우결> 촬영을 전후해 교제하다 조용히 결별해도 알 길이 없다. 때문에 박소현과 김원준의 교제설도 ‘설’로 그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박소현과 김원준은 결혼 적령기가 지난 만큼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두 사람이 교제 사실을 당당히 인정할 때는 결혼까지 약속한 뒤가 아닐까 싶다”고 빙그레 웃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