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6일 이재오 특임장관이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일협정 무효화를 위한 국민행동 준비위원회 발족식 및 강연회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최근 오세훈 시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이 친이계의 대선 주자 경쟁을 촉발시켜, ‘킹메이커’ 이재오 장관이 직접 무대로 나설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친이계는 유력 주자 가운데 한 명을 잃어 자칫 ‘박근혜 대세론’에 백기투항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이보다는 ‘위기는 곧 기회’라는 관점에서 대반격의 승부수를 집중적으로 살피는 모습이다. 친이계는 “박근혜 대세론이 공고화되면서 여론의 대권구도 변화 욕구도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하며 대세론의 허점을 파고들 태세다. 오 시장이 떠난 빈 공간을 이재오 특임장관이 잠식하며 김문수 경기도지사와의 친이계 내부 대권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친박계는 오 시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궁지에 몰린 친이계가 무리한 반격수를 던질 빌미를 주는 데다, 당내의 제3후보론이 더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오 시장의 공백은 ‘뻔한’ 경선 결과를 초래, 자칫 무미건조한 ‘박근혜 추대식’이 되는 것도 친박계에게는 찜찜한 시나리오다. 오세훈 시장의 대선 불출마가 여권의 대권 지형도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친이-친박계의 대응전략으로 나누어 다각도로 분석해봤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에 대한 친이계 의원들의 반응은 대체로 냉소적이었다. 이는 그동안 오 시장이 친이계의 주자로 ‘분류’되며 대권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그가 대권을 염두에 둔 적극적 행보를 하지 않아 의원들과의 연대감이 별로 없기 때문에 생긴 결과다. 소장파의 한 의원은 이에 대해 “그 사람의 정치 스타일을 잘 모르겠다. 서울시장을 재선까지 했으면 차기대권을 보고 당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든지 해야 하는데 그런 적극성도 없고, 친하게 지내는 의원도 별로 없다. 그런데 이번에 갑자기 무상급식으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정치적으로 판을 키우는 것을 보고, 대권 전략 ABC도 모르는 아마추어인지 아니면 앞뒤 안보고 도박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그의 대선 불출마 선언은 급조된 대권 전략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 시장이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장이라는 프리미엄에다 한나라당 대선주자 지지율에서도(5~7%) 박근혜 전 대표에 이어 꾸준히 2~3위를 지켜왔다는 점에서 그의 중도탈락이 가져다주는 친이계의 심리적 공포와 불안감은 적지 않다. 그의 존재는 친이계에 있어 ‘여차 하면 영건으로 도박을 해볼 수 있다’는 일종의 피난처 같았기 때문이다. 이런 친이계의 불안감은 박근혜 대세론이 이제 거역할 수 없는, 말 그대로의 대세로 받아들이는 또 하나의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대권 불임 계파’라는 위기감이 더 깊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이렇게 여권의 대권구도가 친이계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박근혜 중심’으로 쏠리며 점점 더 궁지로 몰리고 있지만, 친이계 일각에서는 ‘위기는 곧 기회’라며 적극적인 승부수를 던지자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오세훈 시장의 불출마 선언이 그 자체로 정치적 영향력은 크지 않겠지만 그 후폭풍이 박근혜 대세론을 허물어뜨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친이계는 그 작은 틈을 민심의 변화에서 찾으려고 한다.
친 이재오계의 한 핵심 의원은 오 시장의 불출마 선언이 ‘박근혜 대세론’이라는 거대한 성을 허무는 하나의 나비효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는 이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빠지는 것은 사실 큰 충격은 아니다. 겉도는 정치 스타일 때문에 당내 지지 세력이나 계파가 거의 없어, 그 자체로 여권의 대권 구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세론에는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유력한 라이벌 한 명이 빠지게 되면서 대세론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에 대세론의 허점이 있다. 대선을 앞두고 가장 극적인 장면을 연출해야 할 경선이 무미건조해지는 것을 국민 여론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오히려 민심의 대권구도 변화 욕구가 더 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박근혜 대세론은 여론의 변화 등 외부요소에 의해 그 철옹성이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오세훈 시장 불출마 선언은 민심의 변화 욕구를 더 부추기는 나비효과라고 본다”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인식은 친이계가 ‘불임 계파’의 한계를 극복하자는 더 적극적인 전략수립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친이계 내부의 대권경쟁에 오히려 불을 댕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친이계의 한 초선 의원은 이에 대해 “오 시장의 대권경쟁 중도하차는 친이계 내부의 대권경쟁 구도를 변화시킬 것으로 본다. 특히 이재오 특임장관이 8월 말 당으로 복귀하면 그 자신이 오세훈 시장의 대타라는 인식으로 대권 경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지금까지 킹메이커로서 자리매김돼 왔지만 그의 측근들 얘기를 들어보면 그도 보다 큰 꿈을 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오 장관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나라당의 한 핵심 전략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 장관은 그동안 킹과 킹메이커 사이에서 자신의 포지션을 저울질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그는 자신이 킹메이커로서 분류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다. 그간 이 장관은 김 지사와 오 시장 모두 박근혜 대세론이 굳어지는 것을 보고 차차기로 선회할 움직임을 보이자 본인이 직접 나설 뜻을 측근들에게 자주 내비친 것으로 안다. 이런 상황에서 오 시장이 불출마로 선회해버리자 이 장관이 ‘그렇다면 내가 직접 친이계의 대표주자로 한번 나서보겠다’는 결심을 더욱 굳힌 것 같다. 최근의 독도 문제 제기는 그가 대권주자로서 독자적인 이슈 메이킹을 할 것임을 암시하는 첫 신호탄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 시장의 불출마는 김문수 지사의 친이계 단일후보론을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보는 ‘일반론’도 있다. 오 시장의 하차를 평가절하하는 측에서는 “어차피 친이계도 오 시장보다는 김문수 경기지사에 무게를 두지 않았느냐”라고 말한다. 유력한 경쟁자 한 명이 사라져버린 상황에서 친이계의 김문수 집중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김 지사 측은 오 시장 불출마에 상당히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 측근은 “어차피 오 시장 지지자들은 반박성향의 여권 지지자들 아닌가. 그 사람들이 김 지사 지지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것으로 본다. 김 지사의 지지율에 변화가 오면 그동안 관망하던 상당수 친이계 의원들도 우리를 지원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김문수 단일후보론’ 때문에 일각에서는 “(오 시장 불출마가)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 전 대표와 맞붙을 범 친이계 주자들의 위축으로 연결될 수 있다. ‘치열한 내부 경쟁으로 경선 판을 키워야 한다’는 입장의 범 친이계가 ‘흥행카드’ 한 장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이재오 장관의 ‘권력의지’를 높게 평가하는 측에서는 ‘오히려 친이계의 내부 대권경쟁이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본다. 이 장관이 오 시장의 하차로 조성된 빈 공간을 잠식하며 빠르게 대권경쟁에 뛰어들 것이란 분석이다. 친 이재오계의 한 초선 의원은 이에 대해 “오 시장의 불출마는 이 장관을 대권경쟁에 직접 뛰어들게 하는 촉매 역할을 하는 동시에 이재오-김문수의 2파전으로 대권주자 내부 경쟁을 촉발시키는 불쏘시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오세훈 시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은 여권의 대권구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만한 충격파는 아니다. 하지만 그의 불출마로 ‘박근혜 대세론’이 점점 철옹성처럼 굳건해지자, 여론의 반작용 또한 더욱 커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뒤로 한발 물러나 있던 이재오 장관을 친이계 내부의 대권경쟁에 직접 뛰어들게 하는 ‘요술피리’ 같은 역할도 하고 있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참는 자에게 ‘표’가 있나니…
▲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최근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올인’한 오세훈 시장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2017년 대선을 내다보고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밀어붙이고 있다”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실패할 경우 시장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오 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 ‘친정’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왕따’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당 안팎에서는 “오 시장이 무상급식 승부수에 실패할 경우 서울시장직도 잃고 내년 대선도 물 건너 가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말들도 나오고 있다.
사실 오 시장은 소장파와도 오랫동안 척을 지는 등 어정쩡한 대권 행보를 해왔기 때문에 대선 불출마 선언 자체가 여권의 대권 구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변수로까지 보기는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더구나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앞두고 내린 정치적 승부수라는 점에서 그 진정성도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당 지도부가 단일대오로 그를 지원하지 않아 주민투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당 주변에서는 “오 시장이 내년 대선을 접고 2017년 대선을 바라보고 이번 주민투표를 끝까지 밀어붙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전투’는 명분에서나 전략 면에서나 실패한 것으로 보고 차라리 2017년 대선을 대비해 포퓰리즘에 맞섰다는 명분이라도 쥐고 가겠다는 것이다. 그가 이런 ‘장기전’을 택하게 된 배경은 ‘2004년의 추억’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04년 총선에 불출마 선언을 함으로써 당내에서 ‘개혁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고 그 ‘인내’를 바탕으로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이 될 수 있었다.
그는 이번 주민투표 정국에서 당 지원을 사실상 받지 못함으로써 역부족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2012년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주민투표에 ‘올인’함으로써 포퓰리즘에 맞서는 ‘보수층 최후의 보루’라는 명분으로 2017년 대선에 도전하는 밑그림을 그렸다는 것이다. 오 시장 측은 이에 대해 “여러 가지 정치적 해석이 나오는 것 같은데, 오 시장은 무분별한 복지 포퓰리즘에 대한 분명한 대응이 있어야 대한민국의 발전이 있다고 믿는다”라고 반박했다.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