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투수 양현종 선배와 함께 뛰어 설레…‘미래의 경쟁자’ 신인 들어오면 바짝 긴장”
11년 만에 두 번째 프로 소속팀에서 스프링캠프를 마친 나성범은 "최형우 선배가 KIA로 옮긴 2017년에 팀이 우승했듯 나도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사장·단장·감독을 모두 교체하고 새 출발을 선언한 KIA가 자신에게 투자한 150억 원의 무게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성범은 국가대표 발탁, 골든글러브 수상, 한국시리즈 우승 등 수많은 환희의 순간을 경험했다. 그는 “언제든 나보다 더 잘하는 선수에게 밀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올해는 무조건 모든 지표에서 지난해보다 더 나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적 후 첫 스프링캠프를 마쳤다.
“환경도 새롭고 유니폼도 새롭고 선수들도 새로웠다. 모든 게 새롭다 보니 팀을 옮긴 직후에는 솔직히 적응하기 좀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하루하루 지나면서 조금씩 편해졌고, 합숙이 시작되고 선수들과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좀 더 가까워졌다. 생각보다 빨리 적응해서 캠프를 잘 치렀다.”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 광주로 돌아왔다.
“광주는 내가 스무 살까지 산 곳이다. 본격적으로 다시 광주에서 생활하게 된 건 14년 만인데, 그동안 정말 아파트도 많이 생기고 많이 발전했다. 물론 아직까지는 프로 생활 내내 가족과 함께 살았던 창원이 더 익숙하다. 앞으로 계속 광주에서 지내다 보면 점점 더 편해질 거라고 본다. 사실 그동안 아들이 공룡을 굉장히 좋아했다. 아빠의 첫 팀이 다이노스(공룡) 팀이니까. 요즘은 아내한테 ‘타이거즈 모자나 마스코트 인형 같은 걸 사다주라’는 얘기도 하고, 빨간색 KIA 유니폼도 자꾸 보여주면서 서서히 세뇌를 시키고 있다(웃음).”
―구단, 선수, 팬이 모두 많이 반겨줬다.
“솔직히 정말 감사하다. 충분히 가치를 인정받고 왔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다. NC 때도 시즌을 열심히 준비하긴 했지만 확실히 올해는 마음이나 느낌이 뭔가 다르다. 정말 기대가 되는 한 해다. 재미있는 분위기 속에서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평소와 다르게 준비한 건 없나.
“준비는 똑같이 했는데, 환경이 많이 달랐다. 내 입장에선 도전을 선택한 거였다. 솔직히 계속 창원에 있었다면, 구단 사람들도 다 알고 기존 선수들과 호흡도 거의 다 맞춰진 상태라 심신이 편했을 거다. 반면 KIA에 와서는 만나는 모든 분이 다 새롭고 투수든 야수든 전부 새로 손발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라 말 그대로 ‘도전’ 같은 느낌이 들었다.”
―KIA가 시범경기를 창원 NC전부터 시작한다.
“하필 그렇더라. 얄궂긴 하지만 앞으로 계속 상대해야 하는 팀이라 어쩔 수 없다. 받아들일 수밖에(웃음). 가능하면 NC 투수들을 최대한 많이 만나보면서 적응하고 싶다. 여러 기사들을 보니 NC 투수들이 전부 ‘성범이 형을 만나면 삼진 잡겠다’고 하더라. 다들 나를 다 만만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웃음). 투수들 말만 들으면 NC전 모든 타석에서 삼진만 당하게 생겼다. 사실 그 친구들도 내 약점을 알 거고 나도 잘 알고 있다. 분명 어떤 볼 배합을 할지 알면서도 또 막상 경기 들어가면 잘 안 되기도 하니까. 그래서 실투가 들어왔을 때 내가 어떻게 해결하느냐, 유인구가 왔을 때 얼마나 잘 참느냐, 이런 게 관건인 것 같다. 재미있을 것 같다.”
―부담보다 기대가 커 보인다.
“주변에선 부담감 이야기를 많이 묻는데 솔직히 나는 (올 시즌이) 진짜 기대된다. 2017년 FA로 최형우 형이 왔을 때 KIA가 우승하지 않았나. 물론 우승은 쉬운 게 아니지만 나도 올해 내 나름의 목표와 꿈을 갖고 선수들과 하나가 돼 정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고교(광주 진흥고) 시절부터 봤던 양현종과 올해 같이 뛰게 됐는데.
“현종이 형은 누구나 아는 대단한 투수다. 같은 팀에서 뛸 기회가 올지 몰랐는데 이렇게 타이밍이 잘 맞아서 한 팀에 몸담게 됐다. 예전에 형을 보면서 ‘이런 투수 하고 같은 팀에서 같이 뛰면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생각을 좀 했는데, 막상 진짜 이렇게 같은 팀이 되니 기분이 정말 좋다. 현종이 형도 올해 승승장구해서 2017년 우승할 때만큼 승을 올리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나도 현종이 형 등판할 때마다 수비와 타격 모두 열심히 할 생각이다.”
―신인 드래프트를 매년 챙겨본다는 게 의외였다.
“항상 꾸준히 보고 있다. ‘이번엔 어떤 후배들이 들어와서 우리 팀을 더 강하게 해줄까’ 생각하면서 본다. 또 만약 팀이 신인 외야수를 뽑으면, 내 경쟁자가 생기는 거니까(웃음). 신인 드래프트를 보다가 외야수 이름이 불리면, ‘올해 좀 더 준비를 잘해야겠다’는 다짐도 한다.”
―나성범처럼 신인 때부터 주전이었던 선수는 그런 불안감이 거의 없을 듯한데.
“대놓고 말한 적이 없을 뿐 그런 상상은 매년 한다. 어떤 선수가 팀에 들어올지 아무도 모르지 않나. FA나 트레이드도 그렇고, 신인 선수도 마찬가지고. 모든 선수가 당장 내년, 내후년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 매년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준비를 조금씩 더 하는 것 같다. 주전이라고 너무 안심하고 있으면 ‘적당히’만 하게 되고 노력을 안 하게 된다. 프로라면 ‘이 정도만 하면 되지’ 하고 방심하면 안 된다. 나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다들 이런 생각으로 열심히 할 거다.”
―다른 외야수들은 또 나성범을 넘으려고 열심히 할 것이다.
“젊은 선수들이 매년 계속 들어오지 않나. 내가 그 선수들보다 기술적으로 더 좋을 수는 있지만, 이제 더는 스무 살도 아니고 계속 나이를 먹어간다. 몸 상태는 계속 안 좋아질 거고, 나는 무릎 수술을 한 이력도 있기 때문에 젊은 선수를 이기려면 준비를 매년 더 탄탄하게 해야 한다고 본다. 15세 이상 나이 차가 나는 후배들을 이기려면 이런 마인드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올 시즌 궁극적인 목표는.
“팀은 당연히 우승을 목표로 한다. 나도 그 길에 힘이 됐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작년보다 모든 지표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도록 하겠다. 또 나뿐 아니라 우리 팀 모든 선수가 작년보다 더 좋은 기록을 냈으면 좋겠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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