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은 험난했다. 꿈을 찾아 미국으로 갔지만 메이저리그(MLB) 텍사스 레인저스와 산하 마이너리그 팀을 오르내리며 한 시즌을 보냈다. KIA는 자유계약선수(FA)가 된 그와 4년 최대 103억 원에 계약해 다시 에이스를 품에 안았다.
스프링캠프 마지막날 만난 양현종은 “올해는 TV에 더 많이 나오고 싶다”고 했다. 더 자주 마운드에 올라 더 오래 공을 던지고 싶다는 의미다. 그는 이미 2014~2020년 7년 연속 170이닝 이상 투구한 ‘이닝 이터’다. 그중 다섯 번은 180이닝을 넘겼다. 그런데도 여전히 ‘던지는 것’에 목마르다. 에이스의 미덕이다.
―복귀 후 첫 스프링캠프를 마쳤다. 개막 준비는 잘 되고 있나.
“아픈 데 없이 잘 끝나서 좋다. 연습경기엔 나서지 않았지만 라이브 피칭을 통해 내 공이 어떤지 타자들에게 많이 물어봤다. 스피드보다 공의 궤적이나 공 끝의 힘 등을 많이 생각하면서 던졌다. 타자들이 '나쁘지 않다'고 하더라. 계획대로 잘 준비되고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작년 이맘 때보다 심리적으로 안정됐을 듯하다.
“여러모로 좋다. 지난해는 새 팀에서 선발 경쟁을 하다 보니 조금 무리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 (선발진에) 한 자리가 있는 올해는 등판 날에 초점을 맞추고 몸을 만들 수 있어서 확실히 편하게 준비할 수 있다.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여러 가지 훈련들을 던지는 날에 맞춰서 해나가면 된다. 내 페이스대로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1년 만에 팀에 돌아와서 익숙한 동료들과 훈련했는데.
“다들 많이 반가워해줬고 나도 많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선수들이나 나나 마치 며칠 동안 가까운 데 다녀온 사람처럼 어색한 점 없이 자연스럽게 서로 잘 스며든 것 같다.”
―팀을 잠시 떠났다 돌아오니 최고참급이 됐다.
“그렇다. 나도 아직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팀에서는 고참이기 때문에 이제 말수를 좀 줄이려고 한다. 중고참일 때는 분위기를 이끌어가야 하기 때문에 선수들하고 장난도 많이 치고 이런저런 말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어린 선수들에게 얘기를 많이 하기가 나도 부담이 되더라. 말을 할 때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조심하게 된다. 나는 가볍게 말하더라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예민하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올해 1차 지명 김도영이나 2차 1라운드 왼손 투수 최지민처럼, 좋은 신인도 들어왔는데.
“워낙 나이 차가 많다 보니 둘 다 얘기를 많이 못했다. 아직은 서로 어렵고 조심스러운 것 같다. 나도 먼저 연락하고 살갑게 다가가는 성격이 아니다 보니 신인급 선수들하고는 많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시즌을 시작하고 같이 생활하다 보면 더 편해지지 않을까. 경기를 시작하면 서로 질문하고 뭔가 알려주기도 하면서 잘 지낼 것 같다.”
―작년에 TV로 봤을 때 많이 좋아졌다거나 인상 깊은 타자가 있던가.
“이정후(키움 히어로즈)는 정말 여전히 잘한다. 강백호(KT 위즈)도 많이 의젓해진 것 같다. KBO리그를 밖에서 본 입장에서 이제 우리나라에서 잘 치는 타자들은 누구든 상대하기 어렵고 까다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공부를 더 많이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MLB 경험이 올 시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시즌을 시작해봐야 알 것 같다. 1년만 다녀온 거지만 지난 시즌을 치르면서 이전과 많이 달라진 부분이 있을 거다. 올해 같은 경우는 KBO리그 스트라이크존도 달라진다고 하니 여러 변화에 대해 나도 적응을 해야 할 것 같다.”
―올 시즌을 어떤 마음으로 기다리나.
“재밌는 시즌이 될 것 같다. 나 스스로 기대도 많이 되고, 팀에 대해서도 기대가 크다. 사실 이맘때는 우리 팀뿐 아니라 10개 구단 모든 선수들이 다들 기대감을 갖고 개막을 기다리는 시기다. 팀마다 새로운 선수도 들어오고, 새 시즌 준비를 위해 모든 선수가 열심히 캠프 일정을 소화하면서 높은 곳을 향해 달린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다른 선수들처럼 이번 시즌이 기대되고 기다려지는 건 똑같은 것 같다. 특히 올해 정규시즌은 모처럼 관중도 많이(100% 수용 검토 중) 들어오실 텐데, 마운드에서 팬들의 응원 속에 공을 던질 날이 온다고 생각하면 많이 설레기도 한다. 올해 다시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가서 144경기 시즌을 치른 뒤 어떤 성적이 나와 있을지도 기대된다.”
―정말 모처럼 KIA 팬을 홈구장에서 만난다.
“선수들 못지않게 팬들도 (개막을) 많이 기다리고 계시는 것 같다. 작년에 TV로 KBO리그 경기를 봤을 때는 (코로나19 여파로) 팬이 야구장에 많이 오지 못하는 상황이라 마음이 많이 아팠다. 팬들이 응원을 크게 할 수 없다는 것도 아쉽더라. 빨리 상황이 좋아져서 더 많은 팬들이 야구장에 오시고 응원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올 시즌에는 내가 TV에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KIA팬뿐 아니라 모든 야구팬이 TV를 틀었을 때, ‘양현종 또 던지고 있어?’, ‘아직도 던지고 있어?’ 이런 말을 듣는 게 목표다. KIA팬들은 물론 나를 잘 아시겠지만, 작년부터 야구를 좋아하기 시작한 팬들은 ‘양현종’이라는 투수를 잘 모를 수도 있지 않나.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다른 팀 팬들도 나를 보면서 ‘또 나왔어?’ ‘이번 이닝도 또 올라와?’ 같은 말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마운드에 오래 서 있고, 오래 던지고 싶은 게 올해 가장 큰 목표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