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하고 껌 좀 씹고…그땐 그랬지
한 아이돌 그룹이 속한 연예기획사 대표의 말이다. 신인들과 계약하기 이전 과거 행보를 체크하는 것이 이제는 통과의례가 됐다. 부적절한 언행이 담긴 게시물이 있는지 철저히 확인 후 삭제하는 작업까지 마친다. 이 대표는 “당사자뿐 아니라 친한 친구들의 미니홈피와 트위터까지 모두 확인한다. 이미지로 먹고 사는 아이돌 그룹 멤버의 경우 어두운 과거가 포착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데뷔 이후 네티즌들을 통해 학창시절의 어두운 과거가 드러나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연예인이 여럿 된다.
지난해 11월에는 그룹 남녀공학의 멤버가 고급 술집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공개돼 구설에 올랐다. 사진 속에 있던 열혈강호와 가온누리는 각각 1991년생과 1993년생, 즉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논란은 증폭됐다. 당시 소속사는 “열혈강호는 고교 졸업 후 가진 술자리였다”고 해명했지만 가온누리의 경우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남녀공학은 활동중단을 선언했다. 소속사는 “같은 소속사의 티아라의 활동이 시작되기 때문에 활동을 마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음주 사진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는 시기였던 터라 대중의 시선은 그리 곱지 못했다.
반면 어두운 과거를 딛고 왕성히 활동하는 스타도 있다. 걸그룹 A가 대표적이다. A는 멤버 대부분이 학창시절 일명 ‘일진’이었다는 이유로 ‘일진돌’로 불리기도 한다. A와 관련된 기사의 댓글에는 과거 그들의 행적에 대한 내용이 끊이지 않는다. 한 공중파 방송국 라디오 PD는 “A가 출연하면 과거 A에게 피해를 입었다는 실시간 댓글이 줄을 잇는다. 때문에 A를 출연시킬 때는 적잖이 부담이 된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A는 소속사의 극진한 노력과 전폭적인 홍보 전략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대부분 신인 그룹이 이름을 알리기 위해 데뷔 초반 언론 인터뷰와 예능 출연에 열을 올리는 반면 A는 음악프로그램 출연을 제외한 활동은 최소화했다. 괜한 가십을 만들기보다는 실력으로 먼저 승부하자는 의도였던 것. 이 전략은 주효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A를 데뷔시킬 때 주변에서도 걱정이 많았다. 안티 여론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A가 실력파 걸그룹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지면서 ‘일진돌’이라는 이야기는 조금씩 사그라지고 있다. 멤버들도 누구보다 열심히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학창시절 경찰서를 들락거린 스타도 있다. 가수 겸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김현중이 대표적이다. 고등학교 시절 부모님의 만류를 뒤로하고 자퇴를 결심한 김현중은 연예인이 되기 전 방황기를 거쳤다. 폭행 사건에 연루돼 경찰서에 가는 일도 다반사였다. 김현중은 한 방송에 출연해 “학창시절 많이 싸웠고 경찰서에도 굉장히 많이 갔다. 그때는 많이 어렸고 그런 게 멋있다고 생각했다”고 우울한 과거사를 털어놓았다.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김현중은 연예인이 된 후 검정고시를 치르고 현재 늦깎이 대학생이 돼 학업에 열중하고 있다.
손담비의 <미쳤어> <토요일 밤에> 등을 작곡해 유명해진 작곡가 용감한 형제는 연예계 데뷔 시절부터 ‘조폭설’에 휩싸였다. 실제로 그는 조직 폭력배의 일원이 되기 위해 기웃거린 과거를 갖고 있다. 당시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돼 수갑과 포승줄에 묶인 채 서울 경찰청으로 연행된 용감한 형제는 유치장 신세를 지기도 했다.
용감한 형제는 얼마 전 MBC 예능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출연해 이 같은 사실을 직접 밝히기도 했다. 그는 “실제 조폭 세계로 조금씩 다가서고 있었다. 하지만 보호관찰 2년을 다 받고 나온 뒤 ‘내가 왜 이렇게 살았을까’란 후회가 들었고 본격적으로 작곡 공부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용감한 형제의 솔직한 고백 이후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한결 따뜻해졌다. 그동안 확인되지 않은 ‘조폭설’을 뒷담화처럼 이야기하던 이들도 그의 화끈한 ‘커밍아웃’ 이후에는 용감한 형제의 인간적인 면을 바라보게 됐다. 또 다른 가요 관계자는 “막연히 용감한 형제를 두려워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무릎팍도사>를 본 후에는 오히려 용감한 형제의 아픈 과거에 공감하게 됐다”고 전했다.
연예인이 되길 반대하는 가족에게 반항하기 위해 가출을 시도했던 스타들은 부지기수다. 그룹 미쓰에이의 민은 무려 1년 넘게 가출 청소년으로 살았다. 미국에서 연습생으로 활동하던 시절 막연한 미래를 견디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 가족과도 연락을 끊고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18세인 동호는 연예인으로 데뷔한 후 가출을 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만만하니’로 스타덤에 오르고 KBS 2TV 예능 <천하무적 야구단>에 출연하며 인기를 얻던 시기에 가출 후 방송을 펑크냈다. 당시 동호는 자신의 명의로 된 주식을 모두 팔고 통장에 있던 돈까지 모두 인출한 후 잠적했다. 너무 이른 연예계 데뷔 후 빡빡한 스케줄에 지쳐가던 동호는 당시 연예계 생활까지 포기하려 했던 것. 당시를 회상하며 동호는 “엄마가 보낸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보고 마음이 흔들렸다”며 “가출해 있던 동안 외할아버지의 팔순잔치가 있었는데 참석하지 못해 나만 기념사진을 찍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씁쓸해하기도 했다.
인터넷 문화가 활성화되면서 더 이상 스타의 과거는 묻을 수 없는 사안이 됐다. 누군가는 그의 과거를 기억하고 있고 언제든 각종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공론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각 소속사는 어린 연습생들을 양성하며 예절 교육과 사생활 관리까지 병행하고 있다. 또한 숨기기 힘든 과거사라면 토크쇼 등을 통해 먼저 이야기를 꺼냄으로써 과거 행적을 ‘포장’하는 등 전략을 짜내고 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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