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윤은 <무한도전> 출연 때 유재석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
KBS <개그콘서트>에 출연하는 개그맨으로, 또 이종격투기 선수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승윤. 그는 지난 2006년 <무한도전> 출연 당시를 잊지 못한다. 처절한 무명 시절 그를 너무나 잘 챙겨준 당대 최고의 MC 유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2006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멤버들에게 물이 가득 찬 축구공을 던져주는 모레노 심판으로 분해 <무한도전>과 인연을 맺게 됐다. ‘시범맨’으로 불리는 단역이었지만, 그를 대하는 유재석의 태도는 무척이나 남달랐다고 한다. 촬영이 끝나고 집에 갈 걱정을 하는 그에게 다가와 자신의 차에 함께 타고 이동할 것을 권하는 등 유재석은 톱스타답지 않은 따뜻한 인간미를 보여줬다고.
이후 이승윤은 또 한 번 <무한도전>에 출연할 기회를 얻는데 당시 촬영지는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한 온천이었다. 촬영이 끝난 뒤 유재석은 이승윤의 등을 밀어주겠다며 함께 목욕할 것을 권했고 역시 서울까지 자신의 차로 직접 바래다줬다. 게다가 헤어질 땐 유재석이 택시비로 쓰라며 5만 원까지 이승윤의 손에 쥐어줬다고 한다.
드라마 <광개토대왕>에 출연 중인 탤런트 이태곤. 그는 고 최진실에 대한 애잔한 기억을 갖고 요즘도 열심히 연기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그와 고 최진실의 인연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태곤이 군에서 제대를 하고 수영 강사를 하던 시절이다. 연예계 데뷔의 꿈을 안고 오디션을 보러 다니던 그는 운 좋게 생애 첫 광고촬영의 기회를 맞았다.
자동차보험 회사의 광고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친절히 서비스를 안내하는 직원 역할. 그리고 그의 상대역이자 광고의 메인 모델은 바로 고 최진실이었다. 당대 최고의 톱스타 최진실과 함께 광고를 찍는 것도 그에겐 부담스러운 일이었지만, 그는 촬영 내내 무릎을 굽히고 운전석의 최진실을 상대해야 해서 상당한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고 한다. 무릎이 시큰거리고 온몸에 열이 났지만, 무명의 신인인 그가 몸이 아프다고 호소할 수도 없는 노릇. 그런 그를 대신해 최진실은 스태프에게 연신 “쉬었다 합시다”를 외쳤다고 한다. 그리곤 조용히 “무릎이 그렇게 아파서 어떻게 연기를 할 수 있겠느냐”며 그를 다독였다는 후문이다.
모든 스타가 감동을 주고 그들의 롤 모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때론 스타의 지나친 인간다움(?)에 실망해 이를 박박 가는 경우도 있다.
‘출산드라’로 이름을 알린 뒤 개그맨에서 연기자로 변신에 성공한 배우 김현숙. 그는 무명 시절 자신이 출연했던 작품의 주연배우 A를 잊지 못한다. 당시 김현숙은 연극 무대와 영화의 단역 배우로 출연하며 연기자의 꿈을 키우고 있었다. 한 영화 촬영 현장에서 평소 좋아했던 연기파 배우 A를 만나게 된 김현숙. 그는 A의 연기를 가까이서 보고 배우려고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A를 지켜봤다고 한다. 그러나 이내 큰 실망감에 휩싸여야 했다. 자신의 실수로 비롯된 NG임에도 연신 단역들 핑계만 대던 A는 단역 배우들에게 욕설도 서슴지 않았다. 당시 A의 충격적인 행동에 김현숙은 배우에 대한 회의감까지 들 정도였다고.
최근 <무한도전> 등에 함께 출연하며 절친 사이임을 인증한 방송인 노홍철과 가수 데프콘. 데프콘보다 데뷔가 늦은 노홍철은 데프콘을 보며 언젠간 복수를 하리라 맘먹었던 남모르는 과거를 갖고 있다. 연예계 데뷔 전 파티플래너를 하던 노홍철은 자신이 기획한 클럽 파티에 데프콘을 초대 가수로 모셨다.
무대를 장악해나가는 데프콘을 보며 노홍철이 자신도 빨리 연예인으로 데뷔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 데프콘은 객석으로 뛰쳐나가 한 여성 관객과 부비부비 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문제는 데프콘이 손댄(?) 여자가 다름 아닌 노홍철의 여자친구였던 것. 지금은 형제처럼 가까운 사이가 됐지만 노홍철은 여전히 당시의 데프콘만큼은 용서가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일반인 입장에서 만난 스타의 모습이 기억에 선한 경우가 많지만, 반대로 스타의 입장에서 잊을 수 없는 ‘그때 그 사람’도 있다. 앞서 데프콘에 이어 길거리 시민 인터뷰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 노홍철. 늘 잘생기고 예쁜 시민들이나 끼 많아 보이는 시민들에게 다가가 “A-Yo”를 외치곤 했던 노홍철에게 하루는 여자보다도 더 예쁜 외모의 젊은 청년을 발견했다.
노홍철의 요란스러운 등장에 무장해제되는 시민들과는 다르게 그는 정중히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A-yo! 형님 자기소개 한 번!”이라고 외치는 노홍철에게 그는 정색하며 “저는 기획사에 소속이 되어있는 몸입니다. 그러니 제가 아닌 다른 사람과 인터뷰를 나누시죠”라고 말한 것. 범상치 않은 포스에 압도된 노홍철은 몇 달 뒤 TV를 보다 깜짝 놀라고 말았다. 바로 슈퍼쥬니어의 꽃미남 김희철이 그날 노홍철의 인터뷰를 당당히 거절했던 남성이었던 것.
90년대 후반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그룹 핑클. 당시 핑클은 각종 방송과 행사 스케줄로 쉴 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하루는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한 고등학교에 방송 녹화를 위해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수많은 학생들의 환호를 받으며 무대를 마친 핑클. 밴으로 돌아갈려는 찰나 핑클의 리더 이효리는 한 학생의 외침을 잊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저기요! 누나! 저도 가수될 거예요! 두고 보세요!” 덩치 큰 한 남학생의 외침이 왠지 모르게 비범하게 들렸다고.
이효리의 기억에 각인된 그 남학생은 바로 그룹 god의 보컬로 데뷔한 김태우. 아직도 이효리는 당시 김태우의 생생한 목소리를 잊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런 이효리 역시 데뷔 전 구미에서 중학교를 다닐 당시 학교 선배인 HOT의 장우혁이 학교를 방문했을 때 “3년 내로 가수될 테니 내 잊지 마이소”라고 외쳤던 일화를 갖고 있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