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에버스카이 터키사업 폐업수순 추정…코웨이 말레이시아 순항, 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는 과제
반면 코웨이의 말레이시아 법인은 지난해 매출 9801억 6800만 원, 순이익 1387억 3800만 원을 기록했다. 2020년 대비 각각 38.3%, 32.1% 늘어난 수치다. 전문가들은 회계처리방식 변경을 감안하면 실제 흑자폭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회계 착시를 제외하면 말레이시아 법인의 지난해 순이익은 2020년 대비 70% 이상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코웨이의 해외 사업은 성공 신화를 쓰고 있지만 정작 국내 시장은 과제로 꼽힌다. 넷마블에 피인수된 이후 점차 점유율이 상승하고 있지만 과거의 수준과는 여전히 격차가 있다. 신규 사업 부문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잦은 오너 변경으로 구성원들의 피로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전혀 다른 사업을 하는 최대주주와의 협업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코웨이의 말레이시아 시장 공략 비결은 현지화 전략과 대졸 및 고연봉 코디 채용으로 요약된다. 특히 말레이시아가 이슬람 국가라는 점을 감안해 코디의 30%가량을 남성으로 채용한 전략이 주효했다. 이슬람 국가 사회통념상 여성이 남성 혼자 거주하는 집에 방문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였다.
또 코디에게 고연봉을 지급한 결과, 대졸자가 몰리면서 코웨이 브랜드에 대한 고급 이미지가 생겼다. 말레이시아 코디는 대졸자 평균 급여의 2~3배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는 금융이 발달한 국가로 고소득자가 적지 않다. 말레이시아 수질에 대한 불만족과 코웨이의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가 맞물리면서 말레이시아 고소득자들이 상대적으로 비싼 렌털료에도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반면 웅진의 터키 시장 공략은 타깃 선정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웅진은 2016년 코웨이를 MBK파트너스에 매각한 후 터키 시장 진출을 타진했다. 말레이시아와 비슷한 환경일 것이라고 판단해 터키 진출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생각보다 터키 경제성장이 더디고, 터키 사회도 혼란스러워서 사업을 제대로 펼치지도 못하고 있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터키에서 쿠데타가 일어나고,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테러도 계속 발생했으며 환율 문제도 있어서 사업을 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렌털업계 한 관계자는 “웅진은 기본적으로 정수기 전문 업체라는 자신감이 있었고, 터키 시장을 발판으로 해외 시장을 넓혀나갈 계획이었다”며 “하지만 B2C(Business to Consumer·기업과 소비자 간의 거래) 사업은 B2B(Business to Business·기업과 기업 간의 거래) 사업보다도 환율의 영향을 민감하게 받는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렌털업계 다른 관계자는 “웅진이 처음 정수기 사업을 펼친 1990년대와 달리 지금은 어느 나라나 성숙한 시장이 됐다”며 “너무 자신만만하게 뛰어든 것이 패착”이라고 꼬집었다.
웅진에버스카이의 실패는 웅진 후계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장남 윤형덕 현 웅진투투럽 대표는 2016년 웅진에버스카이 대표로 취임했지만 2018년 8월 사임했다. 윤형덕 대표가 보유한 지주회사 (주)웅진 지분은 12.88%로 동생 윤새봄 놀이의발견 대표(16.30%)보다 적다. 윤형덕 대표는 2016년만 해도 윤새봄 대표보다 보유한 주식이 더 많았었다. 하지만 현재는 지분율도 역전됐고, 놀이의발견 실적도 상승세에 있어 윤새봄 대표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코웨이는 말레이시아뿐 아니라 미국 법인도 지난해 133억 원 순이익을 기록했다. 태국과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은 적자를 기록했지만 아직 지켜볼 만한 단계라는 평가다. 오히려 국내 시장이 문제로 꼽힌다. 한때 코웨이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60%에 달했지만 현재는 30%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국면에서 보인 대응 방식이나 넷마블이 코웨이를 인수한 후인 2020년,코웨이 설치·수리기사(CS닥터)들은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약 40일간 벌인 파업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CS닥터의 파업이 고스란히 소비자 불만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넷마블로 피인수된 이후 직원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코웨이 한 직원은 “인적 자산의 중요성을 잘 깨닫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때문에 CS닥터들의 파업이 불필요하게 길어진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코웨이 다른 직원은 “게임사의 선진화된 IT기술이 코웨이 비즈니스에 빠른 속도로 반영되고 있다”면서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빨라 시대의 변화에 민첩한 대응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코웨이에게 긍정적인 부분은 기술개발(R&D)의 중요성을 이해해준다는 점이다. 코웨이가 지난해 연구비 및 경상개발비로 지출한 비용은 122억 원이다. 2019년과 2020년 각각 72억 원, 63억 원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폭으로 늘었다. 그 결과 코웨이는 올해 초 프리미엄 디자인의 ‘코웨이 노블 정수기 RO’를 출시했다. 코웨이 측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는 고배당을 위해 개발비 삭감을 요구했었고, 그로 인해 경쟁력이 많이 떨어졌던 것으로 안다”며 “넷마블 체제가 되면서 연구개발비를 아끼지 않는 점이 긍정적인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코웨이 측은 국내 시장점유율 관련해서도 큰 걱정이 없다는 입장이다. 코웨이 관계자는 “시장점유율은 낮아지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렌털 사업의 시장 자체가 커지면서 코웨이도 국내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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