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남’이 탄생하기 훨씬 오래전부터 이 애매한 축의금에 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은 이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개그맨 김현철이다. 연예계 대표 짠돌이인 그의 축의금 기준은 매우 자세히 정리돼 있다. 일단 그와 함께 일하는 PD와 작가에게는 무조건 10만 원 이상의 축의금으로 낸다. 다만 자신을 고정이나 반고정으로 캐스팅한 PD에게는 20만 원이며 작가 중에서도 캐스팅 권한이 없는 막내작가 등에게는 무조건 5만 원으로 통일한다. 연예계 동료들의 경우 더욱더 자세한 매뉴얼이 나오는데 얼굴을 5번 이상 마주하거나 함께 방송을 하고 있는 경우 10만 원, 얼굴을 5번 이상 마주하지 않은 경우 상대가 후배나 동료일 때 5만 원 선배일 때는 7만 원이라 한다.
그러나 그가 오랜 세월 고수해온 이 법칙에도 예외가 있는데, 바로 투자성 축의금이다. 연예계 동료들에게 잘 보이고 싶을 때나 신인이라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할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실제로 그는 박명수와 유재석의 결혼식에 짠돌이답지 않게 50만 원이라는 거금을 축의금으로 내 자신을 어필했다고 한다. 당시는 무한도전이 ‘제7의 멤버’를 구하고 있을 때인 데다, <무한도전>이 아닐지라도 두 사람의 출연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라도 함께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투자를 했던 것. 그러나 <무한도전> 제7의 멤버로 전진이 합류했고 이후 김현철은 두 사람에게 축의금 가운데 20만 원만 돌려달라며 한동안 떼를 썼다는 후문이다.
김현철보다 더 독특한 축의금 기준을 갖고 있는 스타도 있다. 개그맨 박명수는 친분에 따라 축의금 액수를 정하는 것을 넘어 결혼식장에서 밥을 먹느냐 안 먹느냐로 또 한 번 기준을 정한다고 한다. 지난 2002년 이혁재의 결혼식에 참석해 당당히 5만 원이라고 쓴 봉투를 내민 박명수. 그러나 실제 그의 봉투 안에는 3만 5000원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밥을 안 먹고 갔다는 이유로 겉과 속이 다른 봉투를 내밀었던 셈. 박명수는 이외에도 식비를 뺄 때 식장의 음식이 뷔페냐 스테이크냐를 따져 적정 금액을 제한다고 하니 그야말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라 할 수 있다.
한편 개그맨 홍록기는 최근 식장에서 축의금을 낼 때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버릇이 생겼다고 한다. 지난 2008년 절친한 개그맨 이병진의 결혼식에 참석한 홍록기. 그는 대학 시절부터 오랜 인연을 자랑하는 친구 이병진을 위해 거금 50만 원을 축의금으로 낼 심산이었다. 방명록에 서명을 하고 지갑을 연 홍록기. 10만 원짜리 수표 5장을 내고 무사히 친구의 결혼식을 잘 치렀지만 신혼여행에 다녀온 이병진으로부터 황당한 소리를 들어야 했다. “무슨 축의금을 그렇게 많이 했냐? 근데 150이면 150이지, 140만 원은 뭐야? 암튼 정말 고맙다.”
사연인즉, 홍록기는 적록색약이 있어 축의금을 낼 당시 10만 원권 수표와 100만 원권 수표를 순간 구분하지 못했던 것. 10만 원권 4장과 100만 원 권 1장, 총 140만 원을 의도치 않게 축의금으로 내고 말았다.
홍록기는 오래전부터 색약 때문에 다양한 에피소드를 갖고 있다. 선배들 앞에서 예의 바르게 입기 위해 베이지색을 입고 나갔지만, 실제로는 야광색 티셔츠를 입어 튄다는 소리를 듣기 시작했고, 남들은 생각지 못한 다양한 색깔 믹스의 옷들을 본의 아니게 입곤 했다. 그로 인해 오늘날엔 패션 리더의 자리에 오르긴 했지만.
작곡가 주영훈은 축의금에 얽힌 아픈 에피소드를 갖고 있다. 오래전 그가 한 지인의 딸 결혼식에 참석해 축의금 30만 원을 냈다고 한다. 참석 여부조차 잊고 살던 어느 날 그는 난데없이 검찰에 출두하라는 명령을 받게 됐다. 당시 그의 지인이 모종의 사건에 휘말려 가택수사를 받게 됐는데 이 과정에서 주영훈의 축의금 봉투와 축의금으로 낸 수표가 발견된 것. 결국 그는 검찰에 출두해 자신의 무죄(?)를 입증해야만 했다.
재벌가의 결혼식을 보듯 축의금을 일절 받지 않고 결혼식을 진행한 스타들도 여럿 있다. 탤런트 심은하 윤태영 가수 싸이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특히 2006년 싸이의 결혼식에는 미처 소식을 접하지 못해 봉투를 준비해온 스타들의 모습이 여럿 눈에 띄었다. 이들은 싸이의 가족 관계 등을 물으며 놀라워하거나 미처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스타들은 참석 못한 동료 연예인들에게 받아온 축의금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2000년 결혼에 골인한 채시라 김태욱 부부는 결혼 당시 인터넷에 축의금을 송금할 계좌번호를 공개해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돈만 밝히는 부부냐’는 비난을 들어야 했지만 거기에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당시 웨딩업체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됐던 김태욱은 새로운 아이템인 ‘인터넷 예식장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 자신의 결혼식을 샘플로 활용했다. 인터넷 예식장 서비스는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하객들이 인터넷 생중계로 결혼식을 볼 수 있도록 서비스해주는 것으로 축의금 역시 계좌이체는 신용카드결제 시스템을 통해 대신할 수 있다. 이런 서비스를 홍보하려 했던 것인데 와전돼 조금이라도 축의금을 더 받으려 인터넷에 계좌번호를 공개했다는 의혹(?)을 사고 말았던 것이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