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후반부터 언론 민주화로 우리 국민은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뉴스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일방적으로 밀어닥치는 무수한 뉴스의 진실 여부를 따지고 헤아릴 방법도 흔치 않았습니다. 사실을 사실대로 옮기되 사실과 관련한 다각적이고 포괄적인 진실을 파헤쳐서 제공하는 주간 저널리즘이 필요한 때였습니다. 독자들이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유통구조와 한눈에 볼 수 있는 판형도 필수적이었습니다.
일요신문 창간에 앞서 여러 가지 구상을 겸해서 영국으로 떠났습니다. 영국이 역사적으로 17세기 이래 신문의 발상지로 언론자유의 메카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떠올렸던 것입니다. 더욱이 일간지와 주간지를 포함, 타블로이드 판형이 전체 발행 신문의 70%가량을 차지하며 타블로이드 천국이라 할 만큼 영국에서는 수많은 종류의 타블로이드 신문이 발행되고 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국내 신문시장에서 타블로이드 판형 매체는 제대로 시도한 적도, 성공한 사례도 거의 없었습니다. 따라서 타블로이드 판형을 유지하면서 단기간에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가 주요 관심사였습니다. 초창기에 신문의 위상을 굳히는 작업이 급선무였습니다.
영국인들에게 신문은 그들 생활의 일부분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신문은 사실을 사실대로 보도함으로써 독자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었습니다. 서로 열어놓고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으려는 노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건전한 여론을 형성해나가는 원동력이라 생각했습니다.
영국 견학만으로 그칠 수는 없었습니다. 나름대로는 영국 언론계를 이끌었던 로버트 맥스웰과 호주의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 1920~1930년대 영국 신문업계를 뒤흔들었던 노스크리프 경, 그리고 미국 유에스에이투데이 창업자 알 뉴하트 등의 평전도 두루 섭렵해가며 미처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돌아보곤 했습니다.
국내에서 묘한 징크스로 고전해온 타블로이드 신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판매부수가 관건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판매부수를 올리면 독자가 따르게 되고 그에 따라 점차 신문에 대한 반응이 세상에 퍼져나갈 것이라는 판단이었습니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그것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갖춰 나가는 확실한 방법이었습니다.
판매부수를 올리려면 기사에서부터 경쟁력을 발휘해야 했습니다. 일요신문은 창간호부터 끊임없이 특종기사를 발굴해가며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정부부처나 재벌그룹에서 매주 촉각을 곤두세우고는 자기네와 관련해서 무슨 기사가 나가는지 떠볼 정도였습니다. 그럴수록 일요신문은 정확하고 객관적이며 풍부한 내용으로 기사의 수준을 높이는 데 주력했습니다.
역시 판단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발행부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입니다. 타블로이드 신문을 거들떠보지도 않던 우리 풍토에서 그야말로 대단한 성공을 거둔 셈입니다. 이후 비슷한 주간신문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습니다. 타블로이드 시장이 금세 자리를 잡았고 일요신문이 그 선구자 역할을 해낸 것입니다.
그렇게 일요신문은 지난 30년간 대한민국 대표 주간신문의 자리를 흔들림 없이 지켜왔습니다. 강산이 세 번, 아니 요즘 흐름대로라면 열 번 이상 바뀌는 세월이 지나는 동안 인쇄매체, 특히 주·월간지의 쇠락 속에서도 일요신문은 일찌감치 디지털 퍼스트를 단행해 그 영향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일요신문은 창간할 때도 국내 언론 최초로 전산조판시스템(CTS)을 도입, 혁신에 앞장서왔습니다.
오랜 기간 언론출판 활동에 있어서 그 기조를 정의와 진실 탐구에 두어왔습니다. 언론자유를 향유하는 대신 그에 따른 책임도 무겁다는 가치관 또한 갖고 있습니다. 정론직필은 언론의 기본 사명입니다. 시시비비를 가리는 잣대로서의 역할이 특히 강조돼야 합니다. 무엇보다 30년 전 일요신문을 창간할 당시의 초심을 잃지 않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영국의 유수한 신문들처럼 앞으로 창간 50주년, 100주년까지 일요신문은 언론의 사명을 다할 것입니다.
심상기 일요신문 초대 발행인·서울미디어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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