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미스코리아 대회는 명문대 출신에 명문가의 ‘엄친딸’들이 대거 참가하고 있다. |
# 고학력이 필수?
2000년 미스코리아 진 김사랑 이후 미스코리아 출신 스타 계보를 이은 2006년 진 이하늬는 2007년 미스 유니버스에서 4위 자리에 오르며 스타 등극의 기회를 잡았다. 이후 MBC 드라마 <파스타>와 <불굴의 며느리> 등에서 좋은 연기를 선보인 이하늬는 tvN <오페라스타> 등을 통해 MC로서의 자질까지 뽐내고 있다.
연예인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이하늬는 김태희의 뒤를 잇는 ‘서울대 출신 스타’다. 서울대학교와 동 대학원 국악과를 나온 석사 출신 연예인인 것. ‘명문대 출신의 미스코리아 진’은 2000년대 미스코리아 진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포착된다. 2001년부터 올해까지 11명의 미스코리아 진 가운데 서울대 1명, 고려대 1명, 연세대 2명으로 소위 ‘SKY 출신’ 진이 네 명(36%)이나 된다. 2002년 진 금나나는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출신으로 현재는 하버드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해외 유학파도 4명이나 되는데 2007년 진 이지선과 2011년 진 이성혜는 미국 명문 파슨스디자인스쿨 동문이다.
90년대 후반부터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입상자들 가운데 서울대 이화여대 등의 명문대와 UCLA 등 유학파 출신이 많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렇지만 무용이나 방송연예, 모델학 등 예체능 전공자가 대부분이었던 데 반해 2000년대 들어선 비 예체능계가 대다수다. 반면 90년대 중후반까지는 학력이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아 고교 졸업 직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준비하는 이들도 많았다.
# ‘엄친딸’ 열풍
이하늬의 또 다른 이색 이력은 이상업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의 딸이라는 점이다. 서울대 출신에 집안도 잘나가는, 소위 말하는 ‘엄친딸’이라는 것. 이것 역시 2000년대 미스코리아들의 공통된 트렌드 가운데 하나다.
올해 미스코리아 진 이성혜 역시 엄친딸로 부친은 의사로 울산광역시에서 병원을 운영 중인 병원 원장이고 2010년 진 정소라는 한국상회 연합회 회장이자 삼우이엠씨 차이나 대표인 정한영 씨의 딸이다. 또한 2001년 진 김민경은 대구에서 많은 미스코리아를 배출한 송죽미용실 원장 딸이고 2003년 진 최윤영은 최명룡 한양대학교 농구부 감독 딸이다.
최근 보석 스캔들에 휘말린 2009년 진 김주리는 한때 유명 건설회장 손녀로 알려졌지만 이는 동명이인이라서 빚어진 촌극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김주리의 집안 역시 상당히 부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부친이 큰 사업체를 운영 중이라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스코리아 출신 여성은 “합숙기간부터 누구누구가 어느 집안 딸이라더라, 누가 어느 대학 출신이라더라 하는 소문이 나돌곤 한다”면서 “그런 소문으로 인해 합숙기간 도중에 벌써 ‘진’이 유력한 이들이 하나둘 거론되는데 이런 예상이 대부분 적중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합숙에 앞서 유명 방송인에게 개인지도까지 받았다고 소문난 참가자도 있었는데 상당한 부유층 딸로 알려진 그가 결국 진의 영예를 누렸다”는 말도 덧붙였다.
# 최상의 스펙
이처럼 미스코리아 진의 대세가 엄친딸로 기울면서 연예계에 데뷔하는 미스코리아의 수도 줄어들고 있다. 넓게 보면 방송 관련 직종으로 진출하는 미스코리아의 수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연예인보다는 아나운서나 방송기자 내지는 방송인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2010 MBC 신입사원 공채에서 1146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아나운서가 된 2007년 미스코리아 미 이진을 비롯해 MBC 서현진(2001년 미스코리아 선) 성주희(2007년 미스코리아 부산 선) SBS 김주희 아나운서(2005년 미스코리아 진) 이윤아 아나운서 (2006년 미스코리아 서울 미) 등이 2000년대 미스코리아 출신 아나운서들이다.
최근 한국경제TV <여의도 24시, 증시포차> MC가 된 안선하(2006년 미스코리아 서울 선)는 이례적으로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이후 솔로 가수로 데뷔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좋은 기회를 얻어 가수로 데뷔했었지만 이후 본래 꿈인 증권사 취업을 위해 매진해 주식관련 자격증을 세 개 땄다”는 안선하는 “증권사 취업 준비 도중 경제 전문 아나운서의 매력에 끌려 <여의도 24시, 증시포차> MC가 됐다”고 밝혔다. 또한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기 위해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출전하는 이들도 많은데 특히 아나운서나 방송기자, 금융권 취업에 도움이 되는 편”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실제로 취업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스코리아 증서가 있으면 시중 은행 입행에 좋다’는 속설이 나돌 정도다. 지방대 출신 등 학력이 조금 뒤처지는 이들이 미스코리아 이력으로 부족한 스펙을 보완해서 금융권에 취업한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
아나운서의 경우 과거에도 미스코리아 출신이 종종 있어왔지만 90년대까지는 미스코리아 출신 방송기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런 장벽은 지난 2003년 무너졌다. 2001년 미스코리아 대구 진 김가림 씨가 KBS 기자 공채 시험을 통과해 최초의 미스코리아 출신 여기자가 된 것.
익명의 미스코리아 출신 여성은 “요즘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진·선·미 등 수상의 영예를 누리기 위한 엄친녀들과 미스코리아 출신이라는 취업 스펙을 쌓으러 온 미모의 취업 준비생들이 뜨거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반면 과거처럼 연예계 데뷔를 목표로 하는 이들은 많지 않기 때문에 연예인이 되는 사례는 차츰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김임수 인턴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