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볼 수 없는 2층으로 된 극락전과 오층석탑, 김시습 초상 등 다수의 보물을 보유한 무량사. |
생육신의 한 사람인 매월당 김시습이 말년을 보내며 생을 마감한 절이 부여에 있다. 만수산 자락에 자리한 무량사다. 김시습과 관련된 이야기 하나만으로도 흥미를 자아내게 만드는 이 절에는 흔히 볼 수 없는 2층 구조의 극락전과 오층석탑 등 보물도 많다. 절 자체만 볼 목적으로라도 한 번쯤 찾아가 봄직 하다.
김시습은 조선 전기의 학자로 한국 최초의 한문소설 <금오신화>를 쓴 인물이다. 그는 수양대군의 단종폐위에 항거하며 책을 덮고 중이 된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충심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사람들은 그를 기리어 생육신이라고 부른다. 김시습은 팔도유랑을 하며 단종을 추모하는 한편 많은 책들을 썼는데, 말년에 그가 마지막으로 깃든 곳이 바로 만수산 무량사다. 그는 이곳에서 불경을 번역하며 여생을 보냈다. 절에는 김시습의 초상(보물 제1479호)을 모신 산신각과 부도가 남아 있다. 이런 사연 때문인지, 무량사는 절 자체를 보기 위한 방문객보다 오히려 김시습의 자취를 더듬어 오는 사람들이 더 많다.
무량사는 신라 문무왕 시절 범일국사가 창건된 것으로 알려진 절이다. 하지만 정확한 것은 아니다. 백제시대 때 창건됐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그 시기야 어찌됐든 이 절에는 극락전과 오층석탑과 석등이라는 빼어난 문화재가 있다.
천왕문을 들어서면 정면에 보이는 건물이 극락전이다. 보물 제356호로 지정된 이 건물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2층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외부만 2층으로 지었을 뿐, 내부는 통으로 만들었다. 조선 중기 지어진 이 건물에는 거대한 좌불 3기가 안치되어 있다.
극락전 바로 앞에는 오층석탑과 석등이 있다. 오층석탑은 보물 제185호, 석등은 보물 제233호로 지정되어 있다. 약 10세기경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오층석탑은 전체적으로 균형미가 돋보인다. 높이 7.5m로 제법 탑이 크고 육중하다. 오층석탑과 같이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석등은 짜임새가 소박하고 단아한 느낌을 풍긴다. 이들 보물급 문화재 외에도 무량사에는 미륵불괘불탱, 당간지주 등도 지정 문화재들도 많다.
김동옥 여행전문 프리랜서 tour@ilyo.co.kr
▲문의: 무량사 041-836-50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