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둑계는 ‘바둑 스포츠 토토’ 시행에 대해 일부 사행성 도박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입장이다. |
이제 바둑도 프로야구 프로축구 프로농구처럼 스포츠토토로 간다. 찬성 151은 기대하는 바가 크다는 것을 말해 준다. “토토에 들어갈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시행 전까지 무엇을 준비할 것이냐를 연구해야 한다”며 “우리 바둑계도 위기 아닌가. 일본을 보라. 우리도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 지금 이대로라면 10년, 길어도 20년을 못 갈 것이다. 그런 상황이 닥치기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바둑 토토는 썩 괜찮은 대안”이라고 한다.
그러나 전도가 만만치 않다. 일단 151명 찬성이면 겉으로는 프로기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숫자는 적지만 반대와 비판의 목소리가 엄존하며 찬성자 중에도 “원칙적으로는 동의하나 우려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다. 그런 것들을 잘 해결해 주기 바란다”는 이른바 ‘비판적 지지자’가 많다. 게다가 기사총회에서 바둑 토토가 통과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인터넷 바둑 사이트의 바둑팬 댓글 중에는 찬반이 팽팽한 중에 반대가 찬성을 조금 앞질렀다. 한국기원 자매회사인 사이버오로에는 기사총회와 바둑 토토에 관한 얘기가 아예 실리지도 않았다.
찬성의 이유는 간단하다. 찬성 쪽은 바둑계가 어려우니 아무튼 뭐라도 만들어 파이를 키워 놓고 보자고 한다. 그러려면 일반의 관심을 끌고 저변을 확대하는 일이 우선일 텐데, 토토는 아주 효과적이지 않겠는가. 물론 문제가 없을 수 없고 생기지 않을 수 없겠지만, 그건 그때 가서 하나씩 고쳐 나가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둑도 어차피 스포츠가 되었겠다, 다른 프로 스포츠가 이미 다 하고 있는 건데 겁날 게 없다는 것이다.
반대의 이유도 간단하다. 토토는 사행성이고, 베팅은 곧 도박인 것, 바둑이 얼마 전부터 스포츠 스포츠 하지만, 그래도 격이란 게 있지, 다른 동네에서 한다고 무턱대고 따라갈 수야 없다는 것이며, 토토를 한다고 해도 스포츠토토 회사나 국민체육진흥공단, 토토를 주관할 한국기원까지는 또 모르지만, 행위의 당사자인 프로기사들에게 그렇게 돈이 많이 생기는 것도 아니니 실익보다는 스타일 구기는 손실이 더 크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큰 문제는 승부조작이라는 것. 축구의 K리그 같은 실례가 있거니와, 11명씩이 뛰는 축구도 그런데 바둑은 더구나 일대일의 개인 경기여서 야구 축구 농구보다 승부조작이 더 쉽다는 것이다. 바둑의 승부조작, 요즘 인터넷 바둑 사이트의 용어로 이른바 ‘작전대국’, 줄여서 ‘작국’이라고 하는 거다.
인터넷 바둑 사이트에서는 지금 나의 대국 상대가 누군지, 또는 관전하고 있는 바둑의 대국자들이 누군지, 프로기사인지, 웬만한 프로보다 세다는 연구생 1조인지, 그걸 모른다. 또 인터넷 바둑에는 사이버 머니를 거는, 베팅이 있다. 사이버 머니라는 게 실상은 아무 것도 아닌데, 거기에 매달리는 사람이 의외로 많고, 그래서 작전대국이라는 게 생긴다.
바둑 토토는, 그게 과연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판단과 예측이 어려운 문제다. 사행성이나 도박이라고 하면 나쁘다고 하지만, 다들 하는 것 아닌가. 포커의 경우 전문꾼 말고는 판·검·변호사, 의사, 박사 등 사자 붙은 사람들이 보통 사람들보다 더 크게 한다. 앞으로는 사람들이 위로받을 수 있는 게 섹스와 도박이라고 하는데, 섹스와 도박은 가장 유구하며 가장 오래도록 사람들과 함께 갈 것이라고 하는데, 바둑 토토 정도가 뭐가 문제냐는 얘기다. 그렇다. 아니라고 하기 어렵다.
승부조작? 바둑은 다른 스포츠보다 더 쉬울 거라고 한다. 착각했다는데 뭐라고 할 것인가. 더구나 요새는 속기가 대세여서 초읽기에 몰리다 실수했다는 데야 어쩔 것인가. 반면에 그런 건 대회의 상금을 키우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상금이 클수록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고, 조작이 어려울 거라고 한다. 또 세계대회처럼 국가의 명예가 걸린 대회나 한국리그 같은 단체전에서라면 조작이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1년 전쯤에 바둑 토토 얘기가 나올 때, 기왕 할 거면 운동 경기장, 스타디움처럼 상설 ‘경기(棋)장’을 세워, 중앙 무대에 대국장을 방음 처리된 유리 상자처럼 만들고, 주변에 해설 무대와 계단식 관중석과 간단한 음식과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스낵바도 꾸며서 사람들이 해설을 들으며 먹고 마시며 수시로 베팅할 수 있게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한 사람도 있었다. 물론 ‘경기(棋)장’ 입장료도 받고 말이다. 한국기원이 바둑 토토를 할 거라면 참고할 만한 얘기다.
이광구 바둑전문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