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키 파울러의 샷은 놀라왔다. 본능적인 샷이었다. 스윙에 망설임도 후회도 없었다. 로리 맥길로이도 마찬가지였다. 스윙과 젊음이 접목됐을 때, 낼 수 있는 최대의 시너지 효과를 분출하고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온몸을 역동시켜 폭발할 것 같은 스윙이 마지막 피니시 단계에서는 완벽한 균형을 갖추면서 끝난다는 점이었다. 둘의 스윙은 스피드에 따른 에너지의 발현이다. 순식간에 이뤄진다. 아마추어는 말할 것도 없고 프로도 그렇게 빠르게 스윙을 하면 안정적인 피니시 자세를 잡기 쉽지 않다. 그런데 그들은 하고 있었다. 자유분방한 혈기로 시작하지만 마무리는 여유가 있었다.
내년에 PGA 진출을 목표로 삼고 있는 모 프로와 통화를 했다. 리키 파울러와 로리 맥킬로이의 샷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갑자기 골프가 하기 싫어졌다고 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쫓아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위로해 줄 말이 없었다. 사실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것이 현실이다. 부인할 수 없다. 나와는 출발부터 다른 경쟁자가 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따라잡으려 해도 점점 벌어지는 간극 때문에 의욕은 완전히 상실된다. 너무 잘나가는 사람이 조직에 있으면 나머지 사람들은 자괴감을 느낀다. 누구라도 공감할 사안이다.
그런데 인생은 잘나가던 그가 끝까지 직진하게 놔두질 않는다. 골프와 인생은 닮았다. 거기서 우리는 위안을 받는다. 골프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황제로 추앙받던 우즈가 하위권 선수들이 출전하는 가을 시리즈 대회에 출전해서 10위권에도 못들 줄 누가 알았는가. 미셸 위가 처음 등장했을 때, 곧 골프세계가 평정될 듯 광분했던 분위기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지 않는가. 모자부터 신발까지 오렌지색으로 맞춘 어린 스타가 이번에 1등을 하자, 전 언론에서 패션 리더로 칭송했다. 그러나 장타로 주목받았던 ‘빨간 바지 존 댈리’가 기행을 일삼고 성적이 좋지 않자, 일순간에 패션 테러리스트로 전락한 것도 최근의 일이다. 사람일은 알 수 없다.
아무리 그래도 리키 파울러, 로리 매길로이, 청야니는 잘났다. 인정한다. 어떤 말로 갖다 붙여도 지금은 그들의 세상이다. ‘니들 제일 잘나가’ 맞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그들에게 마음껏 박수쳐주자. 진짜 잘난 걸 어쩌겠는가! 대신 우리끼리 위로해주자! ‘얘들아. 인생 순간이다. 잘나갈 때 잘해라!’
SBS 아나운서 최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