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가 들수록 날씨가 건조할수록 구강건조증이 생기기 쉽다. 침 분비선 자체에 문제가 생겼을 땐 인공타액을 써야 한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맛있는 음식이 눈앞에 있거나 음식냄새를 맡기만 해도 저절로 침이 나온다. 일종의 반사작용으로, 자율신경계에 의해 구강 주위에 있는 타액선이 자극을 받을 때 침이 분비된다. 잠을 자거나 안정을 취하고 있을 때도 비록 적은 양이지만 조금씩 침이 분비돼 항상 입안을 촉촉하게 유지해 준다.
때문에 우리 몸속 수분 부족을 알려주는 척도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침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입 안에 생기는 침은 인삼이나 녹용보다 더 좋은 보약’이라고도 했다.
#당뇨병이나 약물·스트레스 등 원인은 제각각
건강한 사람의 하루 침 분비량은 1~1.5ℓ 정도로 많지만 삼키기 때문에 잘 모른다. 이 양과 비교해 침 분비량이 10분의 1 이하로 줄어들어 입안이 타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마르는 증상이 구강건조증이다. 침 분비량이 1분당 0.1㎖ 이하면 구강건조증으로 본다.
흔히 입이 마르면 당뇨병부터 의심하기 쉽지만 구강건조증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계절적인 영향도 작용해 요즘처럼 건조한 계절에는 구강건조증 증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특히 겨울이 되면 대기 중의 수분함량이 10~20%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낮아 몸 전체가 건조해진다. 피부와 눈뿐만 아니라 입속도 바짝 마르고 건조해지는 것이다. 사무실이나 가정에서 난방을 할 때는 공기 속의 수분이 자꾸 증발되므로 구강건조증이 생기기 쉽다.
젊은 층에서는 스트레스나 불안, 우울증 등 심리적인 상태가 침 분비량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김훈 을지대학병원 치과 교수는 “특히 스트레스는 아드레날린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키고, 그 결과 침샘이 말라 구강건조증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침 분비량은 나이를 먹을수록 줄어든다. 건조한 계절이 되면 입속이 건조해지는 증상을 호소하는 노년층이 늘어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아이들의 경우 입으로 숨을 쉬는 구강호흡 습관이 있으면 구강건조증이 생기기 쉽다.
고혈압 같은 성인병으로 약을 오래 복용하는 중년층도 구강건조증에 걸리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지금까지 400~600여 종 이상의 약물이 구강건조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예를 들어 감기약 같은 항히스타민제나 고혈압약, 항불안제, 수면제, 이뇨제 등을 오래 복용하거나 과다 복용하면 부작용으로 구강건조증이 생길 수 있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에는 소변을 자주 보면서 찾아오는 수분 부족으로, 폐경기 여성은 호르몬 변화로 인해, 말기 암환자는 방사선 치료 때문에 구강건조증이 생기기도 한다. 침샘에 염증이 생겨 침 분비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쇼그렌증후군도 구강건조증의 원인이다. 이밖에 파킨슨씨병, 비타민 A 결핍, 악성 빈혈, 철 결핍성 빈혈 등도 구강건조증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보고돼 있다.
#침 부족하면 충치, 잇몸질환 심해져
침의 분비량이 많을수록 소화가 잘 된다. 침 속에 아밀라아제를 비롯한 여러 가지 소화효소가 들어 있어 섭취한 음식물의 소화를 돕기 때문이다. 또 침은 미끄러운 점액질 형태로 되어 있어 입안의 점막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고 음식물이 식도로 넘어가는 데 도움을 준다.
이뿐만 아니라 침은 구강 내의 이물질을 제거하고 바이러스, 세균의 감염을 막아주는 면역 기능에 관여한다. 침이 마르게 되면 이런 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구강건조증이 있는 경우에는 우선 입과 목의 심한 건조감과 함께 입안이 타는 듯한 느낌이 있다. 심한 경우에는 혀가 갈라지고 통증을 느껴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또 씹는 것과 삼키는 것이 힘들어 음식을 먹는 중간 중간에 계속 물을 마시고, 물론 맛도 잘 느끼지 못한다. 이러다 보면 식욕감퇴로 인한 영양 불균형으로 다른 전신질환이 찾아올 수도 있다.
구강건강에도 문제가 발생하기 쉬운데 대개 충치, 잇몸병이 잘생긴다. 증상이 더욱 심각해지면 구강 내 궤양이 생기거나 치아가 빠지는 경우도 있다.
또 하나, 구강건조증 환자들은 대부분 입 냄새가 심하고 입안이 끈적끈적해서 말하기가 힘들 수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해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기거나 우울증까지 올 수 있다는 점이다.
반대로 침이 과도하게 분비되어 문제가 되는 질환도 있다. ‘과유연’이라 불리는 침 과다 분비는 치아가 나는 시기인 아동기에는 생리적인 현상으로 본다. 하지만 성장기가 완료된 후에는 문제가 된다. 스스로 침이 많다고 느끼는 사람의 대부분은 정상적인 분비량에도 불구하고 예민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드물게는 타액선을 자극하는 부교감 신경계의 이상이 있어 침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분비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침 분비량이 적은 경우보다 구강 내 부작용이나 불편이 훨씬 적으므로 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다만 검사를 통해 침의 과다분비가 확인되면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한다.
#원인을 찾아서 치료하는 것이 관건
일단 구강건조증으로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침의 분비량을 측정하거나 방사선 촬영 등으로 정확한 상태를 확인한다. 구강건조증이라는 진단을 받으면 원인이 되는 약물을 바꾸거나 복용을 중지한다. 숨은 질환이 원인이면 적절한 치료를 통해 대부분은 정상적인 침 분비가 이뤄진다.
만약 침 분비선 자체에 문제가 생긴 구강건조증의 경우에는 인공타액, 약물치료 등 여러 가지 치료가 필요하다.
인공타액은 보통 용액 또는 스프레이 타입으로 만들어져 사용하기에 편리하다. 구강건조증으로 인한 충치 예방을 위해 불소, 칼슘, 인산 등 이온이 포함된 제품도 많이 나와 있다.
또 하나, 손쉬운 방법은 무설탕 껌을 씹는 것이다. 씹는 운동 자체가 타액의 분비를 늘려주고 타액이 치아 주위로 골고루 전달되도록 돕는다.
구강건조증이 있을 때는 감염성 질환 예방, 치료에 신경을 써야 한다. 게다가 구강건조증이 심할 때는 입안의 저항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있으므로 지나친 음주나 흡연, 과로를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 자주 마시고 신맛 섭취하면 도움
구강건조증을 예방하려면 항상 입안을 청결하게 유지하고 입이 마르지 않도록 하루 8∼10컵 이상의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젊은 층에 비해 침 분비가 원활하지 못한 노년층은 더욱 신경 쓴다. 나이가 들면 신진대사 기능이 떨어져 갈증을 못 느끼므로 의식적으로라도 물을 자주 마시는 습관을 들인다.
입안이 마르는 느낌이 있을 때는 무설탕 껌이나 캔디, 신맛이 나는 과일, 비타민 C, 레몬 등을 먹어 침샘을 자극하면 좋다. 식품 중에서는 패스트푸드보다는 많이 씹게 되는 육류나 생선, 채소 등을 먹는 것이 낫다.
반면 당분이 많은 음식이나 커피, 녹차, 탄산음료 등은 수분 섭취에 큰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몸속의 수분을 빼내므로 삼간다. 음주나 흡연도 마찬가지다.
입안이 심하게 건조할 때는 거친 칫솔 대신 면봉에 치약을 묻혀서 닦으면 좋다. 건조한 점막에 칫솔이 닿으면 상처나 염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구연산 양치 용액을 이용해도 도움이 된다.
실내습도는 너무 건조하지 않도록 한다. 건조한 계절에는 가습기를 틀거나 젖은 빨래, 어항, 숯을 집안에 두어 습도를 적절하게 조절한다. 특히 사무실에서는 책상 바로 앞에 미니가습기나 화분 등을 두면 좋다. 넓은 공간에서 난방을 하는 경우 가습기를 틀어놓더라도 적정 실내습도 60%에 훨씬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김훈 을지대학병원 치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