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스타 비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를 함께 배우는 과정에서 때론 혼동해 쓰기도 했다고 한다. |
해외활동을 겨냥한 아이돌그룹의 연습생부터 톱스타까지, 아무리 바쁜 생활을 보내고 있다고 해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 있으니 바로 외국어 과외다. 보아가 데뷔 초 일본 NHK 출신 아나운서를 통해 집중과외를 받았던 사실은 유명한 일화며, 일본 활동 초기 부족한 일어 때문에 고생했던 그룹 티아라는 이후 숙소에 상주 강사를 두고 전 멤버가 일어공부에 매진 한 끝에 현재는 수준급의 실력을 자랑한다. 이처럼 스타들은 전문강사를 통해 외국어 실력을 습득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스타의 영어강사 출신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이가 있으니 바로 탤런트 강정화다.
오랜 유학생활로 다져진 수준급의 영어를 자랑하는 그는 데뷔 전 김제동과 윤도현의 영어교사로 인연을 맺은 바 있다. 3개월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는 두 사람을 위해 맞춤형 강의를 준비했었다고 한다. 영어로 스탠딩 개그를 꿈꾸는 김제동에게는 정확한 발음과 다양한 어휘구사를, 해외무대에서 관객과의 소통을 위한 영어에 관심을 보인 윤도현에게는 다양한 음악적 표현법을 가르쳤다는 게 그의 기억이다. 당시 강정화는 이들의 진지한 학습태도에 상당히 놀랐다고 하는데, 특히 김제동의 경우는 구수한 사투리와는 다르게 짧은 시간 네이티브 수준의 발음을 익혀 깜짝 놀랐다고 회상한다. 요즘도 둘은 전화통화를 할 때면 서로 영어로 안부를 묻는 등 여전히 사제지간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배우 이범수의 피앙세 이윤진 전 아나운서는 가수 비의 영어선생님으로 유명세를 탔었다. 이윤진은 비와의 수업에서 인터뷰 연습을 집중적으로 지도했다고 한다. 가상의 상황에서 수백 개의 질문과 답변을 통해 영어로 대화를 이끌어내는 기술을 터득시켰고, 이를 위해 할리우드 배우들의 인터뷰 동영상을 교재로 활용하기도 했다고. 이윤진은 당시 비에 대해 “해외스타의 인터뷰 동영상을 보며 표정과 말투 등을 롤모델 삼아 연습하라고 했더니, 얼마 안 돼 그 사람의 말버릇은 물론 특유의 발음까지 흉내 내는 등 습득력이 대단했었다”고 회상한다.
한편 비는 영어 이외에도 일본어와 중국어까지 도전했는데 중국에서 스태프들에게 ‘쓰미마셍’을 외치는가 하면 일본에서 중국어로 무대 인사를 하는 등 활동 내내 에피소드를 달고 살았다는 후문이다.
과외선생님을 두지 않고 직접 어학원을 다니며 외국어 공부에 매진한 스타들도 여럿 있다. 유학이나 연수 한 번 없이 수준급의 영어실력을 자랑하며, 영어학습서를 출간하고 교수로도 활동하는 등 자타가 공인하는 영어박사, 개그맨 김영철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2003년 캐나다에서 열린 코미디페스티벌에 참석했다가 영어를 못해 톡톡히 망신을 당한 이후 집중적으로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심기일전 끝에 독하게 마음을 먹고 더 열심히 영어 학원을 다니려고 했지만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이 매일 학원에 나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처음에는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수강생이 거의 없는 새벽 6시대에 수강을 했고, 이후에도 사람이 없는 오전반만을 고집했다고 한다. 그러나 차츰 그가 학원에 다닌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그는 학원 내 인기스타가 되고 만다. 너무 유명세를 타다 보니 한동안 일부러 수업에 빠져야 하는 일도 생겼다고. 이유인즉, 함께 수업을 받는 학생들이 스케줄이 없는 연예인이라며 수군수군대기 시작했고, 부담스런 시선에 그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예의상(?) 결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할리우드 진출 1호 배우 박중훈 또한 오랜 세월 영어공부에 매달린 바 있다. 그는 1989년부터 영어공부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역시 어학원을 다니며 공부를 시작한 케이스다. 그러나 결과는 토플 500점대로 노력에 비해 영 신통치 않았다고. 결국 부족한 영어실력으로 뉴욕 유학을 떠나게 된 박중훈. 하지만 현지에서 그는 특유의 넉살로 영어를 익히기 시작했다. 주머니에 25센트짜리 동전을 가득 넣고 다니며 현지 친구들이 영어표현법을 알려주면 하나씩 쥐어주는 방법으로 영어를 배워나갔다. CNN채널을 24시간 틀어놓는 것은 기본이었으며, 닥치는 대로 말을 걸다보니 6개월 후엔 영어로 잠꼬대를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이후 할리우드 영화 <찰리의 진실> 등을 통해 비중은 적지만 만만찮은 영어솜씨로 역할을 소화했고, 현재도 통역 없이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이다. 외국어에 대역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해외활동을 위한 준비로 외국어를 배우는 스타들이 많지만, 우연한 계기로 외국어에 입문하게 된 스타들도 더러 있다. 최근 남다른 중국어 솜씨로 화제에 오른 이다해는 6년 전 자신이 처음으로 중국어를 접하게 된 계기가 다름 아닌 점집 때문이었다고 고백한다. 드라마가 끝난 후 여유시간을 갖게 된 이다해는 친구들과 우연히 타로점집을 들렀고, 점괘에는 중국어를 배우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고. 다음날부터 기초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이다해. 우연히 시작하게 된 중국어 공부지만, 그의 드라마가 대만과 중국 등지에 수출되며 중국어 수업은 취미가 아닌 공부가 되었고 그는 지금까지도 전속 과외 선생님을 두고 열심히 공부 중이다.
이다해는 한 인터뷰를 통해 중국 내 자신의 인기를 그룹 슈가 출신의 아유미와 비교한 적이 있다. “작품의 인기도 인기지만, 아유미 양이 한국어를 정확하게 구사하면서도 엉뚱한 모습을 보여줘 많은 사랑을 받았듯, 저 또한 중국어를 하면서 실수하는 모습이 중국팬들에게 귀엽게 보이나 봐요.” 겸손함이 느껴지는 발언이지만 실제로 역대 중국 진출 연예인 중 가장 정확한 발음과 풍부한 어휘를 구사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록그룹 노브레인의 보컬 이성우는 일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은 물론 도쿄지역의 핫플레이스를 소개하는 책도 발간하는 등 일본과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다. 그가 일본어를 처음 접하게 된 계기는 조금 특별하다. 노브레인이 잠시 일본에서 활동하던 시절 그는 우연히 맘에 드는 일본인 이성을 만났다고 한다. 떨리는 마음으로 그녀에게 다가가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려 했으나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그녀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었던 이성우는 일본어를 독학하기 시작했고, 꾸준히 작업(?)을 펼친 끝에 그녀의 사랑을 쟁취할 수 있었다고. 물론 그의 일본어 실력이 일취월장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외국어를 배우려면 외국인 친구와 사귀고 봐라’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노력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떠오른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