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 하락 국면 당청 지지도 역전 땐 집토끼 분열…윤핵관 vs 왕장관 ‘물밑 권력암투 시작’ 관측도
여권 수뇌부에 미묘한 기류가 감지된다. 당선인 시절 이른바 취임덕 논란에 휩싸인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최근 상승세로 전환했지만 내부 분위기는 복잡해 보인다. 국민의힘 상승 추세가 윤 대통령보다 우위를 점하면서 정국 주도권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촉발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기색도 엿보인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간 데드크로스(지지도 역전현상)는 잠복하던 ‘대통령 리스크’의 촉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급기야 MB(이명박)맨들과 손잡은 윤 대통령 지지도가 ‘박근혜 판박이’라는 분석까지 제기됐다.
“세 배나 더 뛰었다.” 국민의힘 지지도가 2년 3개월 만에 과반을 돌파한 5월 23일, 정치권 한 관계자가 한 말이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도가 동반 상승했지만, 추세선은 당이 윤 대통령보다 더 가파르다는 얘기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5월 16∼20일까지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에 신뢰수준 ±1.9%포인트, 자세한 결과는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지지도는 54.3%를 기록했다. 국민의힘은 50.1%로 조사됐다.
윤 대통령 지지도가 당 지지도보다 4.2%포인트(p) 높지만 추세선은 달랐다. 윤 대통령의 지지도가 3.3%p(4월 2주 차 51.0%→5월 3주 차 54.3%) 상승하는 사이, 국민의힘 지지도는 8.2%p(41.9%→50.1%)나 뛰었다. 정치권 인사들은 “양측의 지지도 동반 상승은 여권 내부의 단점을 가리는 효과가 있지만, 악재가 튀어나올 땐 부작용이 클 수도 있다”고 했다.
대표적인 부작용은 당의 독자적 목소리다. 여야 인사들은 이를 “권력투쟁의 서막”이라고 단정했다. 우려는 곧 현실이 됐다. 윤석열 정부 신임 국무조정실장(장관급)에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내정되자 당은 즉각 제동을 걸었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5월 25일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인선을 놓고 당이 공개적으로 제동을 건 것은 처음이다. 당 다른 관계자도 “전 정권 사람이 아니냐”라며 반대 뜻을 전했다. 권 원내대표의 당내 우려를 전달받은 윤 대통령은 “고심 중”이라고 했다. 여의도 안팎에선 “그간 보이지 않았던 여권 내부 권력 암투가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과거 당청의 역학관계 변화는 ‘대통령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으로 이어졌다. 특히 윤 대통령 측의 고민은 임기 초 여권 축(대통령실·국민의힘) 간 데드크로스다. 과거 당청 간 데드크로스는 집권 반환점을 돌기 시작한 집권 중후반기 때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MB)에선 임기 4년 차인 2011년, 박근혜 정부에선 임기 3년 차인 2015년께 당청 지지도가 역전됐다. 이를 여의도에선 ‘집권 3년 차 증후군’ ‘집권 4년 차 증후군’으로 불렀다.
문제는 여전히 높지 않은 윤 대통령 지지도다. 현 정부에선 과거완 달리 대통령의 지지도 상승 폭 제한으로 여권 권력 축 간 데드크로스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임기 초 대통령의 지지도가 당 지지도를 견인하는 것과는 달리 대통령실이 당에 끌려 다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전임자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지지도는 81.6%로, 더불어민주당(53.3%)보다 28.3%p나 높았다. 당시 민주당 지지도는 한 주 만에 8.6%p 올랐는데, ‘문재인 지지도가 민주당 지지도를 견인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 조사는 리얼미터가 2017년 5월 15∼19일까지 조사해 같은 달 22일 공표한 결과다.
눈여겨 볼 대목이 있다. 노무현 정부 이후 9년 2개월간 집권한 보수 정부의 임기 초 지지도다. 리얼미터가 조사한 보수 정부의 대통령 첫 국정 지지도를 보면, MB는 76.0%, 박근혜 전 대통령은 54.8%였다. 당시 정당 지지도는 MB 때 한나라당 48.4%, 박근혜 정부 때 새누리당 51.3%였다. MB 정부 때 당청 지지도 격차는 21.2%p, 박근혜 정부 때 당청 격차는 3.5%p다. ‘윤 대통령 지지도가 MB보다는 박근혜에 가깝다’는 분석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MB 정부 첫 조사는 2008년 2월 26∼27일 조사해 같은 달 29일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 첫 조사(CBS 의뢰)는 2013년 2월 25∼28일까지 조사, 3월 4일 공표했다.
임기 초 지지도 공고화에 실패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MB보다 심리적 마지노선(40%)이 먼저 무너졌다. 박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 ‘콘크리트 지지도’의 대명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기 심리적 마지노선 붕괴는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2014년 세월호 참사와 국무총리 후보자 ‘안대희·문창극’ 인사 파동 등으로 지지도 40% 선이 흔들리더니, 이듬해 초 연말정산 파동으로 일부 여론조사에선 30% 선마저 무너졌다.
이른바 ‘독일 드레스덴 선언’ 등으로 2014년 상반기 60%를 기록한 박 전 대통령 지지도가 1년 사이 20%가량 빠졌다. 당시 전문가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도 하락에 대해 “무능과 독선의 결과”라고 했다. MB의 당청 데드크로스는 집권 4년 차인 2011년께 발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도 하락이 주는 시사점은 윤 대통령 역시 인사나 정책 등에서 실기할 경우 보수층이 등을 돌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더 큰 딜레마는 정당 일체감의 약한 고리다. 이는 장기간 특정 정당에 대한 당파적 태도를 뜻하는데, 정치 신인인 윤 대통령에 대한 보수진영의 정당 일체감은 역대 보수 대통령보다 약하다는 평가다. 평생 검찰 길만 걸었던 윤 대통령은 헌정사상 첫 번째 0선 행정부 수반이다. 지난 3·9 대선 때 국민의힘 지지층의 몰표를 받은 윤 대통령이 새 정부 출범 이후, 지지도가 낮은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당과 일체감이 약한 윤 대통령이 복합 악재에 부딪힐 경우 국민의힘 지지도를 밑돌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최악 땐 ‘약한 정당 일체감→콘크리트 지지도 구축 실패→대통령·정당 지지도 역전→지지층 분열’ 등의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
여의도 전략통들의 분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들이 꼽은 대통령·당 데드크로스 함의는 ‘지지층 분열’이다. 통상적으로 대통령의 지지도가 당 지지도를 밑돈다는 것은 핵심 지지층이 이탈했다는 뜻이다. 현재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과반 지지도를 기록하는 만큼 보수 지지층 이완 현상을 느끼지 못하지만, 동반 하락 국면에서 양측 지지도가 역전될 경우 집토끼 분열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 안팎에선 윤 대통령의 정국 주도권이 약해지면 약해질수록 최측근인 윤핵관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른바 ‘좌제원·우성동’으로 불리는 장제원 의원과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윤핵관들의 역할론도 부각될 전망이다. 장제원 의원은 윤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실과 당의 막후 조정자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윤핵관에 대한 윤 대통령 의존도가 커질수록 여권 내부 권력암투는 극에 달할 전망이다. ‘장제원·권성동’ 등의 여의도 윤핵관과 ‘소통령’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윤 대통령의 검찰라인 간 관계 설정이 여권발 권력재편의 핵심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여의도 윤핵관과 한 장관을 중심으로 한 검찰라인들이 권력 투쟁을 위한 힘겨루기에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
여권 내부의 틈새가 벌어진 정황은 포착됐다. 장제원 의원은 5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 신설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면서도 한 장관을 겨냥, “(야권) 우려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를 두고 여의도 윤핵관과 검찰그룹 윤핵관이 5년간 펼칠 ‘권력암투의 복선’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를 놓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보수진영 한 인사는 “한때 보수 정부를 관통했던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는 일종의 운명 공동체적 성격이 있었다. 하지만 친윤이니, 비윤이니 하는 계파는 성격이 다르다”고 했다. 정치적 동지인 친이·친박계와는 달리, 친윤계는 대선 승리를 목적으로 모인 일시적 계파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들도 ‘당내 대표적인 친윤이 누구냐’는 질문에 “지금 친윤이 아닌 정치인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한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 말은 시간이 지나면 친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국정 주도권까지 실기한다면, 일시적 연합체 성격의 친윤계 내부 결속력은 급속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반대급부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자와 홍준표 대구시장 후보자, 유승민 전 의원, 하태경 의원 등 비윤계의 존재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 친윤계와 윤 대통령 검찰라인, 당내 친윤계와 비윤계의 최종 승부처는 오는 2024년 총선 공천 과정이다. 전초전은 내년 8월 당권이다. 이들의 물고 물리는 물밑 권력투쟁은 이미 시작됐다.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지지도가 버티느냐, 무너지느냐에 따라 여권 권력재편 흐름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윤지상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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