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교를 활용해 지역문화공간으로 거듭난 나절로미술관의 모습. |
여행의 또 다른 묘미는 우연한 발견에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유가 필요하다. 무작정 목적지를 향해 빨리 달리는 사람의 시야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천천히 주변의 풍광을 즐기며 가다보면 평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길가 대숲사이에 나무 간판 하나 세워놓은 나절로미술관도 그냥 스쳐지나가기 쉬운 그런 장소 중 하나다.
나절로미술관은 일명 진도대로라고 불리는 18번국도에 접해 있다. 임회면 상만리 남도국악원과 구암사 갈림길 사이 오른쪽 언덕에 오롯이 자리하고 있다. 이 미술관의 존재를 알리는 이정표는 따로 없다. 대문 앞 입간판 하나가 전부다. 보이는 사람만 멈춰서 들렀다 가라는 그런 생각이 읽힌다.
나절로미술관은 폐교를 활용한 문화공간이다. 인구감소로 오래 전 폐교 절차를 밟은 상만초등학교를 1993년 진도 태생의 한국화가 이상은 씨가 구입해 미술관으로 재탄생시켰다. 이 씨는 한국청년작가포커스전, 대한민국미술대전, 한중교류전 등에서 수상한 실력 있는 화가다. 그는 수풀 가득했던 5000여 평의 운동장에 나무와 꽃을 심고, 귀신이 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처럼 흉물스럽던 건물을 갤러리로 새단장했다. 누구의 도움없이 혼자 힘으로 이 공간을 일군 이 씨는 그 모든 일들을 그림 작업처럼 여겼다. 화선지에 하나씩 여백을 채워나가듯 그는 폐교에 자신의 구상을 실현시켰다. 그러길 무려 17년. 나절로미술관은 이제 세상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문화공간이 되었다.
도열하듯 서 있는 나무울타리길을 따라 미술관으로 들어간다. 왼쪽으로는 과거 운동장이었던 정원이 있다. 각종 나무와 꽃이 가득하다. 사이사이 조각 작품들도 보인다. 느긋이 산책을 하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꾸몄다. 울타리길 끝에 앉아 있는 미술관은 온통 담쟁이덩굴로 뒤덮여 있다. 마치 옷이라도 껴입은 듯한 모습이다. 사람 손을 타지 않은 담쟁이덩굴이 제 세상을 만났다. 화가의 안목은 그것을 걷어내는 것보다 그대로 두는 것을 택했다. 어쩌면 휑했을 건물이 운치있게 변했다. 건물 오른쪽에는 자그마한 찻집이 하나 있다. 흙으로 만든 찻집은 참으로 정겨운 느낌을 안겨준다.
미술관 안에는 상설전시 작품들이 걸려 있다. 주인장의 작품을 비롯해 그가 소장한 여러 그림들을 볼 수 있다. 미술관의 낡은 마루바닥은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삐걱소리를 낸다.
김동옥 여행전문프리랜서 tour@ilyo.co.kr
▲문의: 나절로미술관(http://www.najulro.com) 062-543-8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