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예기획사가 공동투자하고 소속 배우들을 직접 투입한 영화 <도가니> 포스터. |
2011년 최고의 히트 상품으로 꼽히는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최고 수혜자는 현빈이다. 그렇다면 최고 피해자는 누구일까? 당연히 당초 현빈의 역할로 거론되던 장혁이다. 장혁은 같은 소속사에 몸담고 있는 박재범의 출연이 불발되자 동반 하차하게 됐다는 뒷말이 무성했다. 실패한 끼워팔기의 전형인 셈. 결국 장혁 대신 현빈이 투입되면서 박재범이 맡으려 했던 역할은 이종석에게 돌아갔다. 이종석은 하지원의 소속사 후배다. 결국 이종석은 이 작품을 통해 이름을 알린 후 MBC 시트콤 <하이킥3>에 캐스팅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반면 끼워팔기를 시도했던 소속사가 철퇴를 맞기도 한다. 한 드라마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신인 배우 A의 소속사는 A의 출연과 함께 또 다른 신인 배우의 출연을 요구했다. 아직 신인급인 A의 주연 캐스팅에 불만을 갖고 있던 일부 제작진은 A 측의 오만함에 거세게 항의했고 결국 이 캐스팅 자체가 무산됐다.
‘끼워팔기’ 계약은 대부분 통계약으로 이뤄진다. 출연료 계약조차 주연급 스타와 해당 소속사 신인 한두 명이 포함된 계약이다. 예를 들어 회당 1000만 원을 받는 주연급 스타에 신인 두 명이 끼워팔기로 출연하면 배우 각각의 계약이 아닌 세 명을 통으로 회당 1500만 원에 계약이 이뤄지는 것. 이런 경우 소속사에선 주연급 스타로 인한 캐스팅인 만큼 1500만 원의 출연료를 모두 주연급 스타에게 몰아줘 ‘끼워팔기’에 대한 스타급 소속 연예인의 불만을 무마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신인급 배우들은 출연료를 받지 못할지라도 좋은 작품에 캐스팅이 됐다는 점, 이를 통해 스타 도약의 기회를 잡았다는 점에서 만족한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회당 1000만 원을 받는 주연급 배우와 함께 같은 소속사 신인 배우 두 명이 출연하는 데 통계약으로 회당 800만 원 정도에 계약이 이뤄지는 것. 소속사에서 신인 배우를 띄우기 위해 주연급 스타의 출연료까지 깎아가며 적극적인 끼워팔기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계약 내용을 주연급 스타 배우에게 쉬쉬한다. 제작사 사정 등을 이유로 출연료가 다소 낮아졌다고만 통보하는 것. 실제로 이런 계약이 이뤄졌음을 뒤늦게 안 스타급 배우가 소속사와 마찰을 빚는 경우도 종종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 스타를 캐스팅할 때 발생하는 일명 ‘끼워팔기’는 최근의 일이 아니다. 스타를 잡기 위해서는 그에 딸린 식구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매니지먼트 산업이 발달하고 수많은 배우들을 보유한 거대 연예기획사가 생기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연예기획사들이 직접 제작에 뛰어들면서 또 다른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이는 바로 ‘묶어팔기’.
▲ 왼쪽부터 드라마 <시크릿가든>과 장혁이 출연한 <뿌리깊은 나무>. |
한 영화 관계자는 “이 소속사는 이미 공유와 임수정을 공동 주연으로 내세운 영화 <김종욱 찾기>의 제작사로 시행착오를 겪은 적이 있다. 자신들이 제작한 영화에 소속 배우들을 직접 투입하는 방식은 일종의 패키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도가니>는 최적의 조합으로 성공을 거뒀다고 볼 수 있다. 제작사와 연예기획사가 손을 잡은 ‘묶어팔기’의 좋은 예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제작사가 직접 배우들을 영입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들이 제작하는 드라마의 주요 배역을 맡겨 성장시키는 시스템이다. 배우 이상윤을 보유한 드라마 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팬엔터테인먼트는 2008년 드라마 <사랑해 울지마>를 제작하면서부터 이상윤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즐거운 나의 집> <짝패> 등 자사 제작 드라마에 연이어 이상윤을 주인공으로 앉혔다. <즐거운 나의 집>에서 김혜수의 상대역을 맡을 때만 해도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많았지만 수차례 주연 자리를 소화하며 이상윤은 어느새 주연 배우로 발돋움했다.
키이스트와 JYP엔터테인먼트가 손잡고 만든 KBS 2TV 드라마 <드림하이> 역시 묶어팔기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이 드라마에는 키이스트의 김수현 배용준,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지 택연 우영 박진영 등이 대거 투입됐다. 해당 드라마를 편성한 방송국 입장에서는 작품과 배우를 묶어서 사온 셈이다.
이런 현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종합편성채널 및 케이블채널 시대를 맞아 스타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솟는 가운데 제작사 혹은 연예기획사가 직접 만드는 드라마에 자사 배우를 투입시킴으로써 신인 발굴 및 비용 절감의 효과가 있다는 의미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장혁은 자신의 소속사 iHQ가 제작하는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도 출연하고 있다. 송중기 등 같은 소속사 배우들도 함께 출연하지만 뒷말은 없다. 적절한 캐스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배역에 맞는 배우를 적재적소에 배치한다면 끼워팔기, 묶어팔기라는 비난에서 벗어나 보다 효율적인 판단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