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형래가 부채와 검경 수사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하고 있는 가운데 강금실 변호사(작은 사진)가 현대스위스상호저축은행이 제기한 소송의 3심 변호를 맡아 관심이 쏠리고 있다.연합뉴스 |
# 경매, 경매…끝이 없는 부채
지난 10월 31일 서울남부지법은 영구아트 본사인 서울 강서구 오곡동 소재의 대지 6827㎡, 건물 면적 1655㎡(감정가 37억1646만 원)에 대한 경매를 실시했으며 건축사업가 이 아무개 씨가 40억 원으로 단독 응찰해 최고가로 낙찰 받았다고 밝혔다. 낙찰가 40억 원은 전 직원 43명의 최종 3개월분 임금과 3년분 퇴직금 변제와 채권자인 에이스저축은행에 대한 채무 변제 등에 쓰인다.
이로써 에이스상호저축은행의 채무가 대부분 변제될 것으로 보이며 전 직원 체불 임금과 퇴직금도 일정 부분 해결이 된다. 그렇지만 해당 부동산에 대해 중소기업진흥공단과 한국무역보험공사,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이 압류 및 가압류했던 청구금액이 60억 원을 넘는 데다, 다른 담보대출 채무도 40억 원 가량이나 된다.
심형래 소유의 도곡동 타워팰리스 한 채와 명의 신탁해 놓은 것으로 보이는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한 채가 곧 경매에 들어갈 예정인데 두 부동산 역시 각각 50여억 원과 20여억 원의 대출을 받는 데 담보로 쓰인 상황이다.
이처럼 심형래와 영구아트는 담보 부동산의 경매를 통해 채무를 변제하고 있지만 담보보다 부채 규모가 커 급한 불을 껐을 뿐 여전히 부채의 늪에서 벗어나진 못한 상황이다.
▲ 영구아트 사무실. |
그나마 큰 불은 하나 껐다. 경매를 앞두고 전 직원들이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으로 영구아트 경매에 대해 배당요구 신청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이로썬 43명의 전 직원은 3개월 치 밀린 월급과 3년 치 퇴직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영구아트 전 직원 A 씨는 “회사가 폐업할 당시 돈이 전혀 없다는 얘길 듣고 회사에서 밀린 월급과 퇴직금을 받는 것을 포기하는 분위기였고 국가에서 나오는 체당금이라도 받길 원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심형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직후에도 A 씨는 “체당금이라도 받을 수 있게 조속히 폐업신고를 했더라면 소송까진 가지 않았을 텐데 그럴 경우 재기가 어려워지니까 폐업 신고를 하루 이틀 미룬 게 결국 이런 상황을 야기했다”고 말했다. 결국 폐업신고를 빨리 해 전 직원들이 체당금을 받을 수 있었다면 전 직원들을 통한 폭로전까지 이어지진 않았을 수 있었다는 것.
영구아트 전 직원 A 씨는 “심형래 측에서 우리들이 소송을 제기하기 전부터 일부 전 직원들을 개별 접촉해 다시 함께 일하자며 설득했었다”면서 “언론 접촉과 소송 제기 등에 적극 나선 일부 직원들을 제외한 상당수의 전 직원들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듯하다”고 밝혔다.
현재 심형래는 서울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로부터 회사 돈 횡령, 가스총 불법 개조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고 남부지검은 임금 및 퇴직금 체불 혐의에 대한 고소 사건을 조사 중이다. 경찰이 수사 중인 회사 돈 횡령, 가스총 불법 개조 혐의는 모두 전 직원이 제기한 의혹이고 검찰 소송 건도 전 직원 43명이 고소한 사건이다. 따라서 전 직원들의 마음을 다시 심형래 쪽으로 돌리는 데 성공할 경우 심형래를 향한 검경의 수사가 상당부분 무뎌질 수 있다.
# 저축은행 대출이냐 투자냐
경찰 수사와 검찰 소송에 대해 아직 심형래 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 검경의 소환 조사가 이뤄지기 전이라서 그런지 변호인단이 누군지도 알려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현대스위스상호저축은행이 “영화 <디 워> 제작비 명목의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의 원리금을 갚으라”며 제기한 소송에 대해서는 매우 적극적이다. 소송의 쟁점은 대출이냐 대출 방식의 투자냐 하는 점인데 1심 재판부는 대출이 아닌 투자로 인정한 데 반해 2심 재판부는 이를 대출로 봤다. 이로 인해 심형래는 40여억 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9월 초 심형래는 전 법무부 장관 강금실 변호사를 직접 만나 이 소송의 3심 변호를 의뢰했다.
부동산 경매가 모두 낙찰될지라도 100억 원대 이상의 채무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이번 재판에 패소할 경우 40여억 원의 부채가 추가로 생기게 된다. 반면 승소할 경우 40여억 원의 원리금 대신 수천만 원대의 이자만 부담하면 되는 데다 다른 부채 건에서도 유리한 상황에 서게 된다. 현대스위스상호저축은행과의 소송처럼 대출이 아닌 투자 개념의 부채라는 점을 심형래 측에서 강하게 내세울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금실 카드’는 위기에 내몰린 심형래 입장에서 마지막 승부수가 될 전망이다. 강금실 변호사를 내세운 현대스위스상호저축은행과의 소송 3심에서 승소할 경우 현재의 사면초가 위기에서 벗어날 확실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국금지 명령이 내려져 구속수사가 임박했다는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에서도 심형래가 다시 한 번 회생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정치권 배후설이 제기될 정도로 탄탄한 심형래의 정관계 인맥이 보이지 않게 힘이 되어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