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탄2>에서 탈락한 아홉 살 서혜인은 SM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많은 연예계 관계자들은 “오디션 결선에 오르는 참가자보다 예선 탈락자들을 선호한다”고 입을 모은다. 유명세를 덜 치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기획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계약할 수 있고, 끼를 노출시키지 않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 중인 <스타 오디션 위대한 탄생 시즌2>(위탄2)에 참여했던 9세 소녀 서혜인이 대표적이다. 영국 런던에서 열린 오디션에 참가한 서혜인은 깜찍한 외모와 발군의 실력으로 스타성을 인정받았다. 비록 최종 예선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이후 유명 연예 기획사들의 러브콜이 잇따랐다. 심지어 단 한 번도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연습생을 받지 않았던 SM엔터테인먼트까지 손을 뻗쳤다. 서혜인의 어머니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계약하자는 연락은 여러 곳에서 받았다. 하지만 아직 혜인이가 어려서, 무엇이 혜인이한테 제일 좋은 길일지 고민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3세부터 모델로 활동한 서혜인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영국 맨체스터 신문에서 전화투표로 뽑은 ‘미래의 스타 5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게다가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대형 연예기획사들이 군침을 흘린 만하다. 결국 서혜인은 최종 계약을 맺지 않고 영국으로 돌아갔다. 서혜인의 어머니는 “당분간 학교에 다니며 모델 일을 계속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를 영입하려는 기획사들이 많아 컴백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그룹 티아라 다비치 남녀공학 등을 보유한 코어콘텐츠미디어는 최근 <슈퍼스타K 3> 예선 무대에서 뛰어난 가창력을 선보인 신종국과 계약을 맺었다. 그는 남녀공학에서 탈퇴한 열혈강호의 빈자리를 메운다. <슈퍼스타 K 3> 출신 중 가장 빠른 행보다. 톱3까지 오른 투개월은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국내 기획사와 계약을 맺기 위해 한국에 남아 있다. 프로 못지않은 실력을 자랑하는 울랄라세션을 잡기 위한 물밑 작업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어 ‘지망생’ 꼬리표를 떼고 정식 무대에 설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 <슈스케3>의 울랄라세션. |
그나마 외부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에 대해 관대한 편인 KBS를 공략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김보경 김그림 이보람 등은 상대적으로 빨리 KBS 2TV <뮤직뱅크>에 출연한 반면 허각 장재인 등 톱3 멤버들이 출연 허락을 받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됐다. 한 가수 매니저는 “<슈퍼스타K> 색채가 강한 가수일수록 지상파 출연이 더 어렵다. 상징적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높은 인지도는 지상파 출연에는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양날의 칼’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SBS의 경우 <슈퍼스타K> 출신인 서인국 김보경 등이 <인기가요>의 무대에 선 적이 있다. 하지만 지속적이지는 않다. SBS는 최근 새 오디션 프로그램 <K팝 스타>를 신설했기 때문에 타사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에 대한 거부감이 강해질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매니저는 “MBC SBS KBS 순으로 출연 제재가 강하다고 볼 수 있다. KBS는 허각이 <뮤직뱅크> 외에 <불후의 명곡2>와 <출발 드림팀2> 등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문을 열고 있지만 SBS는 향후 문이 점점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런 한계점을 딛고 연예기획사들이 앞다퉈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을 영입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상당한 지명도와 스타성을 겸비해 ‘쓰임’이 많기 때문이다. 허각은 MBC 음악 프로그램 출연은 어렵지만 MBC 드라마 <최고의 사랑>의 OST ‘나를 잊지 말아요’를 부르며 일종의 ‘우회상장’에 성공했다. 이 음원은 대박을 터뜨리며 상당한 수익을 냈다. <슈퍼스타K 3> 톱4에 들었던 강승윤은 YG엔터테인먼트와 계약 후 현재는 MBC 일일 시트콤 <하이킥-짧은 다리의 역습>에 고정 출연 중이다. 올해 초에는 SBS 드라마 <마이더스>의 OST 타이틀곡 ‘니가 천국이다’를 부르기도 했다. 같은 방송사에 속해 있지만 예능국 드라마국 라디오국 등이 각각 개별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또 다른 가요계 관계자는 “<슈퍼스타K 2>가 끝난 직후 톱11이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에 단체로 출연한 적도 있다. 결국 출연 제재는 일부 음악 프로그램에 국한된다고 볼 수 있다. 굳이 이런 무대를 통해 이름을 알리지 않아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에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스타를 영입하는 것이 신인을 발굴해 키우는 것보다 효율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방송사 간의 보이지 않는 장벽은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 허각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한 존박은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의 ‘라디오스타’에 출연했다. 허각 존박과 톱3에 든 장재인은 최근 MBC <아름다운 콘서트>에 출연해 <위대한 탄생> 출신 이태권과 듀엣 무대를 꾸몄다. 지상파 3사가 자신들이 만드는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의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타사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에게 문을 열 수밖에 없다. SBS <K팝 스타>의 연출을 맡은 박성훈 PD는 “방송사들이 타사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들에게 따뜻한 마음이 아니었던 건 분명한 것 같다. 그런 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내가 결정할 일은 아니지만 먼저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할 것이다”며 ‘침묵의 카르텔’을 깰 가능성을 내비쳤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