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법사위원장 희망 속 권성동 ‘딴지’ 전망도…친윤그룹 분화 조짐 솔솔
6·1 지방선거 직후 국민의힘 내에선 의원 공부모임 ‘민들레(민심 들어 볼래)’를 발족한다는 말이 나왔다. 설립 취지는 ‘국정 현안에 대한 정책·정보 공유와 소통을 통해 윤석열 정부 성공을 뒷받침’ ‘민심의 소통 창구 역할’ 등이었다. 공문을 돌리며 가입을 독려한 이철규 이용호 의원을 비롯해 이용 김정재 송석준 박수영 배현진 정희용 이주환 이인선 박대수 서정숙 윤주경 윤창현 정경희 조명희 이양수 등 국민의힘 의원 30여 명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민들레를 두고 정치권에서 ‘친윤(친윤석열)’ 그룹이 세력화에 착수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이 모임을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낸 3선의 장제원 의원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분석에 무게가 실렸다.
이런 움직임에 당 지도부가 제동을 걸었다. 이준석 대표뿐만 아니라 또 다른 ‘윤핵관’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우려를 표시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6월 10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당의 공식 당정협의체가 있는데 별도로 국민의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의원 모임은 부적절하다. 당내에 이런 식의 단순한 공부모임 이상으로 비칠 수 있는 모임은 자제하고 지양하는 게 맞다”며 “자칫 잘못하면 계파 이야기가 나올 수 있고 윤석열 정부의 성공에 방해가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거 정부 때도 이런 모임이 있었는데 결국 당 분열에 정권연장 실패로 이어지고 당의 몰락으로 갔다”고 덧붙였다.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친이’ ‘친박’ 갈등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민들레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자 장제원 의원이 한발 물러섰다. 장 의원은 6월 11일 자신의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내가 의원모임에 참여하는 것이 문제라면, 참여하지 않겠다”며 “권성동 원내대표와 갈등설이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에서 성동이 형과 갈등은 없을 거다. 나는 권 대표의 진정성을 믿는다”고 밝혔다.
장제원 의원이 민들레 불참을 선언하며 윤핵관 내 분화는 일단 가라앉은 형국이다. 하지만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 사이의 갈등은 다시 불 지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권의 한 전략통 말이다.
“장제원 의원이 당선인 비서실장에 이어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가고 싶어 했다는 것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바다. 하지만 결국 인선되지 못하고 국회로 돌아왔다. 장 의원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정치인 다수가 서울대 법대 나온 검사와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 기재부 관료들에 밀려 대통령실과 장관 인선에 포함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남은 건 차기 총선 공천권밖에 없게 됐다. 윤핵관들 사이에서 차기 당권을 둔 갈등이 불가피해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다음 전선이 21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두고서다. 여야의 국회 후반기 원구성 협상은 지지부진 표류하고 있다. 핵심 쟁점은 법사위원장 자리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을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여야 합의사항이기 때문에 되돌려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법사위는 각 상임위에서 올라온 법안을 계류하고 비토권을 통해 진행을 못하게 막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법사위원장은 사실상 ‘상원 의장’ 격으로, 각종 상임위 법안들을 본회의에 올려 보내는 관문의 수장 역할을 한다. 여야가 법사위원장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이유다.
원구성 협상을 통해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직을 가져온다면 후보군으로 장제원 의원과 김도읍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도읍 의원은 검사 출신으로, 19·20·21대 국회에서 모두 법사위에서 활동하며 간사까지 역임한 바 있다. 장제원 의원 역시 20·21대 국회에서 법사위 소속으로 최전선에서 싸워왔다. 이번 후반기 원구성을 앞두고도 두 의원 모두 희망 상임위로 법사위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도읍 의원은 “오랫동안 법사위에서 활동해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장제원 의원은 최근 변호사와 법학박사 출신으로 보좌진을 교체했다. 두 의원 모두 법사위원장직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상임위 배정은 통상 각 당이 소속의원으로부터 희망하는 상임위 1~3지망을 신청 받아, 원내지도부가 협의 끝에 결정한다. 국민의힘의 경우 원구성 협상을 통해 상임위원장 배분이 끝나면 의원들에게 원하는 상임위원장 신청도 따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신청 받은 내용을 토대로 의원총회에서 경선으로 정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상임위 배정은 원내대표를 포함해 원내지도부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장제원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법사위가 아닌 다른 상임위에 배정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법사위원장을 맡으면 언론의 주목을 한몸에 받을 수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쏟아질 야당의 비판을 막아줘 윤석열 정부를 돕는 모습도 연출할 수도 있다. 그럼 아무래도 차기 전당대회에서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인수위에도 몸담았던 여권의 한 관계자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차기 당권 경쟁에서 장제원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일부러 상임위 배정에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하리라고는 보지 않는다”면서도 “장관 인선 등 인수위 활동 과정에서 장제원 당시 비서실장이 권성동 원내대표를 ‘패싱’하고 정보를 주지 않은 일이 많았다고 한다. 이에 권 원내대표가 장 의원에 감정이 많이 상해있다는 말이 많았다. 이것이 상임위 배정 및 전당대회에 영향을 줄지는 지켜볼 일”이라고 전했다.
장제원 의원 측 관계자는 “희망 상임위를 제출하긴 했지만 아직 여야 원구성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법사위원장을 민주당과 국민의힘 어디가 가져갈지도 모른다”며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을 아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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