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 전국투어 피날레, 김호중은 전국투어 시작…양대 팬덤 꾸준한 선행도 눈길
김호중이 소집해제 직후인 6월 18일 신곡 ‘빛이 나는 사람’을 발표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군 복무를 마친 가수들이 어느 정도 준비의 시간을 갖고 복귀하기 마련이지만 김호중은 그런 짧은 공백마저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한 모습이다. 신곡 발표부터 다양한 형태의 콘서트 참여, 지상파 채널과 손잡은 단독 쇼 개최까지 숨 가쁜 일정을 예고하고 있다. “복무하는 동안 많은 것들을 느꼈고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힌 김호중의 각오가 엿보이는 행보다.
김호중의 광범위한 활동은 자연스럽게 임영웅의 성공적인 활동상과 맞물려 이목을 집중시킨다. 두 사람은 TV조선의 트롯 경연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터트롯’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주인공이다. 방송 내내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각각 1위와 4위에 올랐다. 비록 순위는 나뉘었지만 중‧장년 여성 팬의 전폭적이고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아이돌 스타가 부럽지 않은 팬덤을 구축했다. 고유한 매력과 개성 그리고 빈틈없는 실력을 갖춘 스타이자, 화력을 장착한 팬덤의 든든한 지원을 받는다는 점에서 라이벌 관계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군백기 끝나자마자 광폭 행보 도입한 김호중
김호중이 복무 도중 팬들과 주고받은 편지에서 받은 영감을 가사로 쓴 신곡 ‘빛이 나는 사람’은 발표 직후 벅스, 카카오뮤직 등 온라인 음원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동시에 그가 2020년 발표한 노래 ‘만개’ 역시 차트에 다시 진입했다. 컴백 효과가 과거 노래의 차트 역주행까지 이끈 셈이다.
쉴 틈 없이 무대에 올라 팬들과 만나는 기회도 자주 갖는다. 전역 이틀 뒤인 6월 11일에는 평화콘서트 무대에 섰고, 19일에는 드림콘서트 트롯 공연을 소화했다. 성악을 전공한 이력 덕분에 트롯과 파바로티를 섞은 ‘트바로티’로 불리는 그는 명성에 어울리는 무대도 기획 중이다. 26일 부산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의 내한 공연에서 듀엣 무대를 갖는다. 7월에는 이탈리아를 찾아 팝페라 가수 안드레아 보첼리와 협연한다.
또한 추석 명절을 겨냥해 SBS와 단독 쇼 개최를 논의 중이기도 하다. 추석 명절 TV 단독 쇼로는 2년 전 KBS 2TV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가 엄청난 화제를 양산한 바 있고 TV 단독 쇼로만 보면 2021년 연말에 열린 KBS 2TV ‘2021 KBS 송년특집 We're HERO 임영웅’이 있다.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추석 명절 김호중의 단독 쇼를 지상파 방송사와 논의 중이라는 사실 자체로 김호중이 임영웅과 함께 나훈아에 버금가는 트롯 대세 스타로 등극했음을 알 수 있다.
김호중의 왕성한 활동은 비슷한 출발선에서 시작한 임영웅의 행보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임영웅은 ‘미스터트롯’ 우승을 통해 트롯 왕좌에 올랐고, 이후 2년여 동안 트롯에만 국한하지 않은 다양한 음악적인 도전을 거듭해왔다. 최근 발표한 정규 앨범의 타이틀곡 ‘다시 만날 수 있을까’는 가수 이적이 만든 발라드풍의 노래다. 정규 앨범 수록곡이자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배경음악으로 쓰인 동명의 노래 역시 감성을 자극하는 발라드에 가깝다. 트롯으로 출발해 트롯의 전성기를 공고히 했지만 특정 장르에 국한하지 않는 다양한 변주를 시도한 덕분에 5월 초 출시한 첫 정규앨범은 100만 장의 판매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음반 판매량에서 김호중이 증명한 저력도 만만치 않다. 군 복무를 시작하기 전 발표한 정규 앨범 판매량이 53만 장을 돌파했고, 입대 도중 출시한 클래식 음반도 호평 받았다. 이들 두 장의 앨범 누적 판매량 역시 100만 장을 넘어섰다. 음악에 대한 욕심이 큰 김호중 역시 트롯이라는 울타리에만 머물지 않을 생각이다. 플라시도 도밍고와의 듀엣 무대도 그 일환이다.
클래식 신예를 꾸준히 발굴해온 플라시도 도밍고는 내한 공연을 주최한 기획자로부터 ‘한국의 파바로티’로 불리는 김호중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협업 무대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대에서 두 사람은 ‘마이 웨이’와 ‘그리운 금강산’을 함께 부른다. 김호중의 참여가 공개된 직후 시작한 내한공연 티켓 예매는 오픈 2분 만에 6500석이 전부 매진됐다. 주최 측에서는 ‘김호중 효과’를 매진의 배경으로 보고 있다.
#전국투어 대성공 거둔 임영웅, 곧 김호중이 바통 이어받아
김호중과 임영웅은 단독으로 대규모 전국투어가 가능한 투톱 트롯 스타로 통한다. 이미 임영웅은 5월 6일 경기도 고양에서 ‘아임 히어로’라는 이름의 단독 콘서트에 돌입해 현재 전국투어를 성황리에 소화하고 있다. 매회 매진 행렬을 기록하고, 각종 MD도 연일 판매고를 경신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방탄소년단의 국내 팬덤과 대등한 열기로 인정한다.
임영웅의 전국투어 피날레는 8월 12일부터 14일까지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서울 공연이다. 애초 전국투어 일정을 공개했을 당시 서울 공연은 구체적인 일시와 장소가 공개되지 않고 ‘커밍 순’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뒤늦게 6월 16일 임영웅은 공식 SNS(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해 전국투어 콘서트 ‘아임 히어로’(IM HERO) 서울 공연 소식을 전했다. 이날은 임영웅의 생일이라 팬들에게는 더욱 뜻 깊은 발표가 됐다.
생일을 맞이한 건 임영웅이지만, 오히려 그가 팬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했다. 서울에서 열리는 마지막 공연은 OTT 서비스 티빙을 통해 국내는 물론이고 전세계로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로 제공한다. 5월 초 경기도 고양시에서 시작된 ‘아임 히어로’ 전국 투어 콘서트는 지역별로 티켓 창구가 오픈되자마자 바로 전회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임영웅의 콘서트 무대를 보고 싶었지만 아쉽게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들이 상당히 많다.
이런 까닭에 서울에서 열리는 마지막 공연은 전국, 아니 전세계 팬들과 함께 하고 싶어 한 임영웅의 요청으로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가 확정됐다. 이런 임영웅의 배려는 팬들에게 더 없이 큰 선물이 됐다.
그 바통을 김호중이 이어 받는다. 9월 30일부터 10월 2일까지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투어에 돌입하는 것. 한 달 사이로 두 명의 트롯 스타가 국내 최대 규모의 실내 공연장을 차지하는 셈이다. 회당 1만 명 이상의 관객 동원이 가능한 공연장에서 그룹이 아닌 솔로 가수가 3일 동안 단독 콘서트를 갖는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임영웅과 김호중의 저력을 증명한다.
#선한 영향력 확산하는 영웅시대 vs 아리스
임영웅과 김호중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존재는 바로 팬덤이다. 중‧장년층 여성들이 팬덤의 주축이지만, 1020세대 중심의 아이돌 팬덤보다 결속력이 막강하다. 전폭적인 서포터를 넘어 선한 영향력을 주위에 전파하는 꾸준한 시도에서는 연륜까지 묻어난다.
임영웅의 팬클럽 ‘영웅시대’는 5월 음원사이트 멜론이 진행한 ‘최애 수록곡 대전’ 투표에서 글로벌 원톱 방탄소년단을 제치고 임영웅을 당당히 1위로 만들었다. 투표에서 임영웅과 방탄소년단의 득표는 40만 표 이상 벌어졌다. 영웅시대의 힘은 꾸준한 기부에서도 드러난다. 6월 16일 임영웅의 생일을 기념해 영웅시대는 약 2억 원의 기부를 진행했다. 현금 기부액 1억 6000여만 원, 물품 기부가 5600만 원 상당이다. 임영웅도 이에 응답하는 차원으로 사랑의 열매에 2억 원을 기부했다. 취약 계층을 위해 써달라는 취지다.
팬과 스타가 주고받는 이런 ‘기부 호흡’은 임영웅과 영웅시대의 상징이 되고 있다. 올해 3월 경북과 강원도 일대에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도 임영웅이 사랑의 열매에 1억 원을 기부하자, 영웅시대가 뒤이어 2억 6000만 원을 릴레이 기부했다.
김호중의 팬카페 ‘트바로티’의 팬들을 지칭하는 아리스의 행보는 좀 더 섬세하고 진취적이다. 여러 봉사활동과 기부 가운데 단연 주목받는 행보는 각 지역의 장애인체육회에 기부금을 꾸준히 전달해 소외되기 쉬운 장애인 체육 활동을 돕는 일이다. 강원도, 광주광역시, 경기도 고양시 등 전국 여러 도시에서 동시다발로 진행하는 장애인체육회 후원금 기부는 김호중의 군 복무를 기점으로 시작됐다. 매번 자발적으로 모은 500만~1000만 원 내외의 금액을 장애인체육회에 전달해 스포츠 활동을 지원한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성악이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불굴의 의지로 트롯 가수로 데뷔한 김호중의 건강한 의지를 또 다른 곳으로 이으려는 취지다.
이처럼 양대 팬덤의 꾸준한 선행은 고스란히 임영웅, 김호중의 이미지에 긍정적인 효과로 작동한다. 선행으로 형성된 ‘선한 경쟁 관계’는 임영웅과 김호중의 맞대결이 만든 특별한 풍경이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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