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TBC 개국 드라마 <인수대비>에 출연하면서 회당 4500만 원을 받기로 알려진 채시라. 출연료로 총 50부작 22억 원을 받게 된다. |
그동안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여배우는 고현정이었다. 지난해 SBS 드라마 <대물>에 출연하며 회당 5500만 원을 챙겼다. 한류스타인 최지우의 회당 출연료도 5000만 원 안팎이다. 하지원 김태희 등의 몸값은 아직도 3000만 원 선. 때문에 채시라가 회당 받는 4500만 원은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여배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몸값이 비싼 남자 배우들의 상승폭은 더 크다. 한 종편 개국드라마의 주연을 맡은 A는 회당 약 1억 원의 출연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1억 원이 넘는 개런티를 챙긴 배우는 <태왕사신기>의 배용준(2억 5000만 원)과 <아이리스>의 이병헌(1억 원)이 유이(有二)하다. 하지만 방송관계자들은 이들 두 배우의 경우 높은 시청률을 보장하는 스타인 데다 해외 판매 등으로 그만 한 수입을 가능케 하기 때문에 그런 고가의 출연료를 받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A가 1억 원을 받는다는 사실을 접한 관계자들은 난색을 표한다. 그는 해외 판매 등이 보장된 한류스타도 아닌 터라 단순히 지상파에서 종편으로 자리를 옮겨 1.5~2배가량 몸값이 뛰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A보다 인지도가 높은 한류스타를 잡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출연료를 줘야 할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채시라의 개런티가 공개됐을 때 종편 관계자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종편 방송사는 아직 개국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배우 출연료의 기준으로 삼을 만한 지표가 없었다. 하지만 채시라의 몸값이 알려지면서 다른 배우들이 몸값을 정하는 일종의 바로미터가 됐다.
한 종편 관계자는 “일종의 위험수당이 포함됐다고 볼 수 있다. 아직 채널 인지도가 낮고 드라마의 성패를 가늠하기 힘든 상황에서 종편 드라마 출연을 결심한 것에 대한 보상도 담긴 셈이다. 솔직히 말해서 지상파에 출연할 수 있는 배우들이 같은 개런티를 받으면서 굳이 종편이나 케이블에 출연할 이유는 없지 않는가”라고 되물었다.
스타들의 몸값이 오르는 또 다른 이유는 방송사의 보조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 외주 제작사는 직접 출연 배우들의 몸값을 완불한다. 반면 몇몇 종편 방송사는 자사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의 몸값을 일정 수준 지원해준다. 이렇게 되면 외주 제작사 역시 부담이 줄기 때문에 더 많은 금액을 베팅해 스타를 영입할 수 있다.
종편 방송사 등장에 따른 스타의 몸값 상승은 고액 출연자 양산을 방지하기 위한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드라마협회)의 노력을 수포로 만들 공산이 크다. 드라마협회는 2009년 배우들의 몸값을 1500만 원으로 하는 출연료 상한제를 만들었다. 그리고 “드라마 일본 수출에 공로가 인정된 스타배우 배용준 장동건 이병헌 비 정우성 송승헌 권상우 원빈 소지섭은 일본 판매액 중 제비용 공제 후 제작사 재량 일정비율 인센티브 별도 지급”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영애 최지우 송혜교 등도 제작사 재량에 따라 별도의 인센티브 지급을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올해 초에는 배우 박신양이 SBS 드라마 <싸인>에 출연하며 출연료 상한제를 지켰고, SBS 드라마 <스타일>의 주인공을 맡은 김혜수 역시 이 제도에 동참했다. 하지만 종편 드라마에 출연하며 이 기준을 지킨 주연 배우는 없다.
이에 따른 부담은 드라마 제작에 참여하는 프리랜서 스태프와 시청자들이 지게 된다. 스타들의 출연료가 치솟는 것과 달리 스태프의 품삯은 별반 차이가 없다. 게다가 제작사는 출연료를 지불하느라 축난 제작비를 무리한 간접광고를 통해 충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MBC 드라마국 관계자는 “간접 광고 문제는 드라마 시장이 고질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다. 자칫 60~70분짜리 광고를 보는 것 아니냐는 시청자들의 불만이 나올 법하다”고 걱정했다.
종편 방송사 출연 연예인들의 몸값 상승은 비단 배우에 국한되지 않는다. 유명 MC들의 개런티 역시 동반 상승하고 있다. 이미 신동엽 탁재훈 김성주 임성훈 등이 종편행을 택했다. 이들은 모두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회당 600만~800만 원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종편으로 자리를 옮기며 회당 출연료 1000만 원이 넘는 MC들이 나오고 있다.
한 연예기획사 매니저는 “예능 프로그램 한 편을 책임질 수 있는 MC는 손에 꼽는다. 톱 배우의 숫자보다 적다. 희소성이 있기 때문에 종편 방송사에서 이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려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MC들의 몸값 인상폭은 톱 배우들에 비해 크지 않은 편이다. 이유는 ‘인맥’이다. 종편 방송사는 개국을 앞두고 지상파 유명 예능 PD들을 대거 영입했다. 이들은 강호동 유재석을 비롯해 유명 MC들과 두루 친분을 맺고 있다. 이 관계자는 “3~6개월 동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진행되는 드라마와 달리 예능 프로그램은 길게는 5년 이상 지속된다. 이 과정에서 MC와 제작진 간의 정도 쌓인다. 때문에 단순히 금전보다는 정에 의해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무리하게 높은 개런티를 요구하거나 제시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예능계 쌍두마차로 불리는 강호동과 유재석이 아직 움직이지 않은 것도 종편행 MC들의 몸값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이유다. 종편사로 이직한 한 예능 PD는 “두 사람의 몸값이 알려지면 그 금액을 기준으로 다른 MC들의 몸값도 일제히 상승할 것이다. 하지만 유재석은 아직 요지부동이다. 게다가 잠정 은퇴를 선언한 강호동은 컴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때문에 종편 예능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MC들의 몸값은 1000만 원을 조금 상회하는 정도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