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명토크를 청탁(?)하는 연예인들도 있다. 김구라는 활동 뜸한 연예인들 언급해 검색 순위 올려놓기도 했다. |
솔직함이 지나친 나머지 때론 실명토크가 거침없는 뒷담화로 이어지곤 한다. 최근 탈퇴한 전 멤버 박정환이 못 말리는 박치였다는 뒷담화성 발언으로 결국 고소를 당한 DJ. doc의 이하늘과 김창렬. 이들은 김창렬이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 “재미를 주려 한 발언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다”며 오해를 풀고 싶다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이처럼 실명토크는 당사자를 좌불안석케 만들고 때론 우정에 금이 가게 하는데, 몇 년 전에도 실명토크로 논란을 겪었던 두 여배우에 관한 일화가 있다. 무덤까지 갖고 갈 비밀이라며 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동료의 치부를 드러냈던 여배우 S. S는 자신의 절친, 여배우 K를 소개했고, 자리에 없는 K에 관한 굴욕적인 에피소드를 술술 털어놓았다. 톱스타 K의 비밀이야기에 현장의 방청객과 패널들은 뒤집어졌고, S는 마치 이날의 토크 여왕이라도 된 것처럼 또 다른 연예인의 이야기를 털어 놓기까지 했다. 문제는 방송이 나간 뒤 시청자들은 무덤까지 갖고 갈 비밀이라면서 K를 공격하는 S의 의도가 뭐냐며 불쾌해했고, 해당 프로그램 홈페이지에도 공개사과 요구가 줄을 이었다. 그로 인해 S와 K의 관계도 소원해졌다.
S의 발언 이후 드라마에 주연으로 출연하게 돼 한 방송사 연예정보 프로그램과 인터뷰를 갖게 된 K. K는 S에 대한 발언이 질문지에 포함되어 있자 정중하게 질문을 빼줄 것을 요청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해당 제작진과 사심 없는 대화를 갖게 된 K는 자신이 S와 몇 차례 어울린 적은 있지만 방송에서 S가 말한 것처럼 절친한 사이가 아니었다며 답답해했다. 폭로를 앞두고 연락 한 번 받지 못해 황당하다는 이야기까지 전했다. 또한 S의 의중이 뭐길래 난데없이 자신이 구설수에 시달려야 하느냐며 상당히 불쾌해 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예능 프로그램의 감초로 활동하고 있는 가수 겸 방송인 고영욱은 무심코 동료의 실명을 언급했다가 강한 항의 전화를 받아야만했던 아픈 경험이 있다. 지금은 활동 중단 중인 그룹 룰라의 재결합 당시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거침없는 토크를 펼쳤던 고영욱. 여성 킬러라는 소문에 관해 해명을 하던 도중 공교롭게 함께 출연한 패널들의 입에서 여자 연예인 여럿의 실명이 등장했고, 이에 고영욱은 그들을 직접 언급하며 부정도 긍정도 않는 애매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시청자들의 의심과 추측은 더욱 커져만 갔는데, 고영욱은 방송 이후 당시 실명토크의 주인공이었던 H의 어머니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다고 한다. 더 이상 자신의 딸 얘기를 하지 말라는 따끔한 충고에 혼쭐이 난 고영욱. 그러나 고영욱은 또 다른 토크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에피소드를 고스란히 전했고, 역시나 패널들의 성화에 그가 누구의 어머니인지 또 한 번 공개해버리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오랜 연예계 경력답게 에피소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고영욱. 그의 못 말리는 실명토크 덕에 생긴 별명은 다름 아닌 ‘추억코디네이터’다.
편집이라는 방어막을 믿고 과감히 실명토크에 임했다가 무참히 짓밟혀버린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군 제대 이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방송인 붐이 그 주인공이다. 잘 알려졌듯 붐은 몇 년 전 한 케이블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신과 교제한 여자 연예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도중 패널들의 성황에 못 이겨 <미녀들의 수다> 출신 준코의 실명을 언급한 바 있다.
역시 파장은 컸다. 상대를 배려치 않는 붐의 태도가 경솔하다며 시청자들의 사과 요구가 빗발쳤고, 붐은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붐이 문제가 된 발언 당시 편집이 될 것을 100% 믿고 현장의 분위기만 띄우기 위해 과감히 토크를 시도했다는 것. 실제로 붐은 녹화 이후에도 제작진에게 편집을 요청했지만 제작진은 마치 월척이라도 낚은 양 보도 자료에 예고편까지 동원해 붐과 준코의 이야기를 다뤘다. 결국 사태는 해당 제작진의 공식사과로 마무리됐다. 붐은 “그때 사건으로 다 털리고(?), 남은 거라곤 ‘제가 좀 경솔했습니다’라는 유행어밖에 없다”고 씁쓸해 하는 마음을 측근에게 전한 바 있다.
문제없이 실명토크를 펼쳤지만 제작진이 사과를 해야만 했던 일은 또 있다. 몇 년 전 드라마 <아내의 유혹>을 통해 물오른 연기를 보여줬던 탤런트 장서희. 그는 드라마의 인기로 같은 방송사의 음악 프로그램 <김정은의 초콜릿>에 출연하게 된다. 드라마에 관한 뒷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상대역 이재황과의 에피소드를 털어놓게 된 장서희. 이날 방송에서 장서희는 이재황에게 장난삼아 나중에 여자친구 없으면 누나랑 만나자는 농담을 했는데 이재황이 놀라더라는 이야기를 가볍게 풀어냈다.
그러나 방송을 앞두고 장서희는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의 보도 자료를 보고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장서희, 연하남 이재황에게 대시했지만 단칼에 거절당해’라는 과장 홍보기사가 나온 것. 이에 장서희는 공식사과를 요구했고, 해당 제작진은 또 한 번의 보도 자료를 통해 공식 사과문을 배포해야 했다. 이후 장서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방송에서 함부로 남의 이름을 거론하면 좋을 게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앞으로는 동료 선후배들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재미없는 토크만 하겠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자신의 이름을 제발 거론해달라며 실명토크를 청탁(?)하는 연예인들도 있다. 활동이 뜸한 이들의 경우 방송이 아닌 토크의 소재가 되어서라도 방송에 출연하고픈 마음이 간절한데, 이들의 청탁을 가장 잘 받아주는 이는 다름 아닌 김구라다. 실명토크의 끝판왕으로도 불리는 그는 ‘라디오스타’ 등을 통해 양배추, 찰스, 블랑카 등 한때 인기를 누렸던 연예인들의 실명을 수차례 언급했다. 김구라는 이들을 뜬금없이 토크에 등장시켜 재미를 유발시키는데, 내용을 막론하고 거론된 이들은 상당히 고마워한다는 후문이다.
개그맨 블랑카는 “가만히 앉아 검색어에 오르는 경사가 어디 있느냐”며 “구라 형에게 감사 인사를 드렸다”고 말한다. 또한 김구라가 <놀러와>에 출연해 언급했던 ‘이런’이라는 이름의 무명 개그맨은 자신의 이름이 방송에 나가자 방송국을 찾아가 해당 제작진에게 떡을 돌리기까지 했다고 한다. 실제로 김구라 또한 “자신이 아니면 이들을 띄워줄 이가 어디 있겠느냐”며 “뒷담화처럼 보여도 결국엔 다 그들을 위한 일”이라는 자신만의 독특한 실명토크 철학을 주장하고 있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