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동구 송현동에는 이 마을 달동네를 복원한 수도국산박물관이 있다. 수도국산박물관을 둘러보고 있는 가족의 모습. |
인천은 굳이 타임머신의 힘을 빌릴 필요가 없는 시간여행지다. 수많은 근대건축물과 60~70년대의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달동네 풍경이 이곳에는 아주 많이 남아 있다. 인천에서 그런 과거의 유산들을 찾아다니는 일은 해가 부쩍 짧아진 요즘의 하루로는 벅찰 정도다.
▲ 아트플랫폼에서 위쪽으로 올라가면 차이나타운이 나온다. |
당시 개항지의 외국 조계지 중에서는 청과 일본의 세력이 가장 컸다. 두 조계지는 한중문화관을 끼고 자유공원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경계로 나뉜다. 왼쪽은 청나라, 오른쪽은 일본의 조계지다. 청나라의 조계지에는 현재 차이나타운이 형성되어 그 맥을 잇고 있다. 행정구역상 번지수로는 선린동에 속하지만 문화번지는 이역만리 중국이다. 화교에 대한 부동산 소유제한 제도가 폐지된 2000년대 이후 차이나타운은 활기를 띠며 인천의 대표적인 명소로 급부상했다. 1934년에 세운 차이나타운 유일의 화교학교인 중산학교를 비롯해 자장면의 산실인 공화춘 등 오래된 건물 사이사이에 새로운 현대식 건물이 들어서면서 상권이 팽창하고 있다. 1905년에 지어진 붉은색 벽돌의 공화춘 건물은 거의 폐허처럼 남았지만 내년이면 이곳은 짜장면박물관으로 탈바꿈된다. 박물관은 개항기 짜장면의 탄생과 전성기, 현대 한국문화 속의 짜장면을 보여주는 전시관과 1950년대 공화춘 주방 체험실 등의 공간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태평양 전쟁 후 썰물처럼 빠져나간 일본 조계지에는 개항박물관, 근대건축전시관 등이 들어섰다. 개항박물관은 1883년 개설돼 금괴와 사금 매입 업무를 주로 담당했던 일본 제1은행을 개조한 것이다. 주변에는 적산가옥들이 빼곡하다. 개항박물관은 모두 4개의 전시실로 나뉜다. 제1전시실에는 대한제국 경비함 광제호의 태극기 등 희귀자료가 있고, 제2전시실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경인철도 관련 유물이 공개돼 있다. 제3전시실에는 개항장 일대 각 조계지 입체 거리 모형이 있다. 마지막 제4전시실은 개항기 금융기관 관련 자료와 유물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제4전시실은 금고로 이용됐던 방이다.
근대건축전시관은 1890년 지어진 일본 제18은행을 개조했다. 제1은행이나 제18은행 모두 한국의 금융을 쥐락펴락하기 위한 일본의 야욕으로 건설된 것들이다. 3개의 실내 전시공간으로 이뤄진 근대건축전시관은 현존 또는 소멸된 주요 근대 건축물의 모형과 실제 영상자료를 보여준다.
아트플랫폼도 빼놓지 말고 들러봐야 할 곳이다. 특히 이곳은 인천의 문화아지트로 완벽하게 거듭났다.
2009년 9월25일 개관한 아트플랫폼은 인천시가 구도심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개항기 근대 건축물과 인근 건물을 매입해 조성한 복합문화공간이다. 구일본우선주식회사(등록문화재 제248호)를 비롯해 개항기와 1930~40년대에 지어진 삼우인쇄소(1902), 금마차다방(1943), 해안동창고(1933), 대한통운창고(1948) 등 13동의 건물을 리모델링해 구축됐다. 삼우인쇄소는 사무국, 금마차다방은 커뮤니티관, 해안동창고는 스튜디오, 대한통운창고는 전시공연장으로 그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다. 작은 길을 사이에 두고 단지가 나뉘는데, 두 단지는 구름다리로 연결돼 있다. 이곳에는 전시장, 입주 작가 작업실, 공예체험장, 자료실, 게스트하우스, 커뮤니티하우스 등이 들어서 있다.
아트플랫폼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한 결과물들을 대중에 전시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아트플랫폼의 레지던시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에게 최적의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일정기간 작업실 겸 거주 공간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아트플랫폼에 가면 언제든 이들 작가들의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모두 무료다. 게다가 각종 공연과 도예교실 등 일반인 대상 체험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시간여행은 동구로 옮겨 계속된다. 배다리마을과 그 뒤편 송현동 수도국산박물관이 그 대상이다. 동구 금곡동, 창영동 일대의 배다리마을은 골목길을 따라 돌며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골목 곳곳에 벽화들이 그려져 있어 돌아보는 재미가 있다. 이 마을에는 헌책방거리도 있고, 1892년 설립된 영화여학당(현 영화여자정보고)도 있다. 영화여학당 옆에는 100여 년 전 개교한 창영초등학교가 자리하고 있다. 배다리지하상가도 들러볼 일이다. 전통공예상가가 이곳에 조성돼 있다. 서울 황학동시장과 같은 분위기다. 아주 오래된 괘종시계, 악기, 전축 등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다.
배다리마을에서 언덕길을 따라 계속 걸어 올라가면 닿게 되는 수도국산박물관은 달동네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1999년까지 달동네였던 송현동 수도국산마을에서 철거된 가옥과 집기들로 400여 평의 박물관 지하를 채웠다. 벽에 붙은 레슬링광고 벽보, 쥐를 잡자는 포스터, 쓰러질 것 같은 구멍가게 등이 30~40년 전으로 시간을 돌려놓은 듯하다. 참 박물관에는 솜틀집, 이발관, 노점 등에 실물 모형의 마네킹이 사실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 그 모두가 실제 인물을 모델로 제작된 것이다. 솜틀집의 모델은 황해도에서 피난 온 은율면업사의 주인이고, 이발사는 15세 때부터 대지이발관을 운영했던 인물이다.
김동옥 여행전문가 tour@ilyo.co.kr
▲길잡이: 지하철 1호선 인천역 하차 후 영인약국과 하인천지구대 사잇길로 올라가면 차이나타운이다. 아트플랫폼과 개항박물관 등은 차이나타운 동남쪽으로 돌아가면 중구청이 나오는데, 그 아래에 자리하고 있다. 배다리마을과 수도국산박물관은 지하철1호선 동인천역 4번출구를 이용한다. 배다리마을이 중앙시장 남쪽에 있고 북쪽으로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면 수도국산박물관이 있다.
▲먹거리: 차이나타운에서는 자장면 원조집인 공화춘(032-765-0571)을 많이들 찾는다. 하지만 만다복(032-773-3838) 자장이 맛있다고 소문이 났다. 병마용이 입구를 지키고 선 2층 건물이다. 내부가 중국 객잔처럼 인테리어 되어 있다. 조미료 없이 춘장으로만 맛을 낸 자장은 느끼하지 않고, 해물이 잔뜩 들어간 짬뽕은 국물이 시원하다. 십리향(032-762-5888) 화덕만두는 군것질 거리로 좋다.
▲문의: 인천종합관광안내소 032-777-1330. 아트플랫폼 032-760-1000, 개항박물관 032-760-7508, 근대건축전시관 032-760-7549, 수도국산박물관 032-770-6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