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걱정 등 복합적 감정 컸던 듯”…자택서 태블릿 PC에 쓴 유서 추정 글 발견
7월 6일 서울 강서경찰서는 6월 27일 서울 9호선 가양역 인근에서 사라진 뒤 행방이 묘연한 김 씨를 수색하던 중 김 씨의 자택에서 유서로 추정되는 글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자신의 태블릿PC에 “유언, 내 죽음에 누구도 슬퍼하지 않았으면 해” 등의 내용이 포함된 메모를 남겼다.
김 씨의 마지막 모습은 가양대교를 지나는 버스 블랙박스를 통해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오후 10시 22분 가양역 인근에서 택시에 내린 뒤 31분쯤 가양대교를 향해 걸어갔다. 이후 약 30분간 가양대교 위에 서 있었다. 오후 11시 1분쯤에는 119에 전화해 ‘언니가 집에 쓰러져 있을지 모른다’고 신고했다. 해당 장소를 지난 버스 블랙박스 기록에 따르면 119에 신고 전화를 했던 시각에도 김 씨는 가양대교 위 남단 쪽에 서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그로부터 8분여 뒤인 오후 11시 9분부터는 버스 블랙박스에 김 씨의 모습이 잡히지 않았다.
김 씨의 전화를 받은 119는 곧장 김 씨 언니의 자택으로 출동했다가 신변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돌아갔다. 동생의 허위 신고에 이상함을 감지한 언니는 이날 오후 11시 37분쯤 김 씨가 사라졌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오후 9시 30분쯤 연락이 끊긴 김 씨가 1시간 30분 만에 119에 허위 신고를 한 이유를 두고 처음에는 119에 전화를 한 것이 김 씨가 맞느냐는 의혹도 나왔다. 그러나 취재 결과, 당일 119에 신고를 한 당사자는 김 씨가 맞았다.
김 씨가 직접 119에 신고한 이유를 두고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행동은 한 사람이 특정 상황에 처했을 때 그 사람의 고유한 성격이나 기질이 신체적 반응으로 나타난 것이기 때문에 당사자와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 없이는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면서도 “만약 한 사람이 극단적 선택을 염두에 둔 상황에서 119 구조대를 가족에게 보냈다고 한다면, 가족의 존재가 매우 컸다는 의미다. 그만큼 소중했을 수도 있고 반대로 결핍의 한 부분이었을 수도 있다. 동시에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알리고 싶은 마음도 일정 부분 있었을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이어 “김 씨의 사정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언니가 쓰러져 있을 수 있다’는 말로 보아 남겨진 가족에 대한 걱정 등 복합적인 감정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극단적 선택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심리적으로 상당히 지쳐 있는 분들의 극단적 선택은 대개 충동적인 경우가 많다. 무기력증이나 우울감 등의 의욕 저하가 동반되는 경우에 충동성은 더욱 강하게 나타나곤 한다. 겉으로 쉽게 드러나는 질병이 아니기 때문에 보이는 것만으로는 ‘그럴 만한(극단적 선택) 사람이다. 아니다’를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6일 YTN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인터뷰에서 극단적 선택을 결심한 사람의 행동 패턴으로 보기 어렵다며 사고 가능성 등 여러 가지를 제시했다. 이 교수는 “자발적 가출이라면 굳이 119가 등장해야 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사고 가능성도 있고, 극단적인 선택일 가능성도 있고, 아직 살아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SNS에 소식을 올리고, 돌아오는 길에 언니와 문자를 나눈 기록이 있다”며 “언니와 연락을 나눈 뒤 누구와 문자 등을 했는지 통신기록을 토대로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완전히 조사를 안 해도 되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앞서 김 씨의 가족은 7월 1일 온라인을 통해 김 씨의 실종 사실을 알렸다. 6월 27일 퇴근 후 강남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고 온다던 김 씨는 SNS에 ‘파마하자마자 비 맞고 13만 원 증발’ ‘역시 강남은 눈 뜨고 코 베이는 곳’이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오후 9시 30분쯤부터는 가족과 친구와의 연락이 끊겼고 이후로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었다.
경찰은 김 씨가 가양대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을 포함,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색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실종 다음 날인 6월 28일 이후부터 한강 수변을 수색해왔다고 한다. 경찰청은 7월 1일부터 드론을 투입해 김 씨의 행방을 찾아왔지만 최근 계속된 집중 호우로 작업은 난항을 겪어왔다.
경찰 관계자는 6일 “아직까지 범죄 관련성을 의심할 정황은 찾지 못했다”며 “극단적 선택을 비롯한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색 중”이라고 밝혔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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