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익우 전 사장(왼쪽)과 이택상 현 사장. | ||
지난 9월6일 한 일간지 지면 하단 광고란에는 KTD 노조의 호소문이 게재되었다. 일간지 한 곳에만 게재된 데다, 그간 KTD에 대한 언론보도가 없다 보니 주변의 관심은 커졌지만 이에 대한 후속보도는 없었다. 노조측은 “취재요청이 많이 왔지만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고 있다. 때가 되면 언론보도에도 협조할 생각이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호소문을 게재한 배경에 대해 “대주주와 경영진에게 우리의 요구를 전달하기 위한 압박용이다.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동시에 이슈화를 위한 목적이 크다. 사정이 어려운 노조로서는 큰 지출을 한 셈이다”고 밝히고 있다. 호소문 게재를 위해 1천만원의 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현재 노조는 경영진과 7월부터 단체협상을 진행중이다. 호소문 게재는 일종의 협상의 카드인 셈. 필요할 경우 언론보도를 통해 새로운 이슈를 꺼낼 수 있다는 얘기다.
노조는 호소문을 통해 현재의 경영진이 최근 진행하고 있는 조직개편과 사업분야 재편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지난 3월29일 신임 이택상 사장이 취임한 이후부터다. 최근 KTD는 경영기획팀을 신설하여 사업구조를 전면적으로 개편할 준비를 하고 있다. 동시에 영업본부의 인력을 줄이고 총괄팀장을 다른 부서로 발령내 공석으로 남아 있다.
노조는 호소문에서 “지난 3년간 직원들은 회사를 살려보려고 임금을 동결하고 상여금을 반납까지 하면서 엄청난 구조조정과 원가절감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고 노동조합은 모든 걸 수용하며 피눈물나는 노력을 했다. 그 결과 재무구조가 좋아지고 영업현장은 2005년 판매 시작부터 첫달 매출이 전년대비 5억원을 앞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 잘하는 전문경영인을 3년의 임기가 다 되었다고 바꾸고 신임 사장이 임명되고 나서 매출이 정체되더니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직원들이 열심히 일한 것은 인정하지만 언제까지나 영업인력에 의존하는 수익구조를 가지고 갈 수는 없다. 때문에 경영기획팀을 신설하고, 영업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을 실시한 것이다. 6백50명의 직원 중 5백50명이 영업인력이다 보니 사업구조 개편에 대한 저항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편 노조는 신임 이택상 사장이 물러나고 전임 이익우 사장 체제로 돌려놓을 것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노조측은 “전임 대표이사가 3년간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 점을 직원들이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주주의 요구와는 다른 입장을 취하다 보니 미운털이 박혀 연임에서 탈락했다. 사실상 해임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이택상 사장은 KTD의 영업조직 외주인력으로 시작해 영업관리본부장까지 지낸 사람이다. 전임 사장들과는 달리 최초의 내부승진 케이스다. 회사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영업인력이 대부분인 노조원들의 반발은 이해는 하지만 받아들이기는 힘든 것 아닌가”라고 반박하고 있다.
▲ 노조가 일간지에 하단광고로 게재한 호소문. | ||
한국통신(현 KT)의 자회사였던 KTD는 지난 1997년 한국정보통신이 지분 52.8%를 7백29억원에 인수해 1대주주가 되었다. 한국정보통신은 신용카드 결제기인 ‘이지체크’ 서비스로 잘 알려진 회사다.
당시 수익구조가 좋았던 KTD였지만 민영화 이후부터는 험난한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민영화 직후 IMF사태를 맞아 수익의 대부분을 광고수익으로 유지하던 KTD로서는 광고주들의 대거 파산으로 30%의 매출감소를 감내해야 했다. 직원들은 상여금 200%를 자진삭감하기도 했다.
직원들의 노력에도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전화번호부 사업은 더 어려운 환경에 처했고 KTD는 새로운 사업분야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 인터넷과 모바일 통신을 활용한 사업모델을 차례로 개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한편 차세대 사업분야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노조측은 광고유치에 TS(Tele-Sales)를 적용해 직접방문 없이 전화로 영업을 하는 사업모델을 가능성 있는 신규사업으로 밀고 있으나 사측은 사업성의 검토 없이 신규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위험이 크다며 보류하는 입장이다.
민영화 당시 전화번호부 사업이 알짜배기 사업이라고 여긴 업체들 8곳이 입찰에 참여해 경쟁하기도 했다. 재매각을 하더라도 큰 차익을 남길 수 있다고 하여 M&A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노조는 민영화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현재에도 노조는 대주주인 한국정보통신이 회사를 매각하기 위한 수순으로 사업 및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것이 아닌지를 경계하고 있다. 전임 이익우 사장은 대주주의 의도보다 회사 자체를 생각했다는 것이 직원들의 정서라고 전해진다.
현재 노조와 사측은 두 달 넘게 단체협상을 진행중이다. 아직은 서로 조심스럽게 눈치작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지만 향후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경우 새로운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이미 지난 2001년에도 노조는 노조간부에 대한 부당한 징계와 해고를 철회하라며 60일간의 파업을 강행한 바 있다. 당시 사측은 해고된 직원을 복직시키고 한국정보통신 출신의 임원들이 물러났었다.
한편 KT가 민영화한 전화번호부, 114안내, 공중전화 등의 사업은 당시로서는 알짜배기 사업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의 발달로 인해 민영화된 사업체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KT는 계속 승승장구하고 있어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