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지만 한 번 본 것은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 기억력의 소유자인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의 이야기를 다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성공은 1회가 끝날 때까지 아무도 감히 점치지 못했다. 시청자들에게 큰 어필을 하지 못한 신생 채널 ENA의 작품이라는 점도 그랬지만, ‘천재 자폐인’을 다룬 다른 작품들과 비슷한 결로 흘러갈 것이란 선입견의 탓도 컸다. 자폐인의 가족들도 또 다시 ‘자폐 스펙트럼’이란 방대한 장애 척도를 일부 작품에서 나오는 천재의 모습으로 한정할 편견을 우려해 작품 공개 이후에도 비판적인 시선을 유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3회에서 자폐인인 우영우의 입으로 직접 들려주는 ‘자폐인의 딜레마’ 대사가 시청자들의 편견을 깨트렸다. 자폐 스펙트럼(Spectrum‧범위)이라는 정식 명칭에서 알 수 있다시피 자폐의 중증도를 나누는 기준과 그 증상은 각양각색임에도 불구하고, 늘 극적인 모습의 자폐인만을 떠올려 그들을 구분할 생각을 하지 않는 비장애인들에 대한 경종이었다.
실제 자폐인이며 자폐아동을 키우고 있다는 해외에 거주 중인 한 시청자는 3회에 대해 “자폐인들의 스테레오 타입을 연기하지 않고 잘 다뤄진 점이 좋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회가 자폐인들에게 원하는 방향을 알지만, 그걸 따르는 것이 결코 자폐인들에게 옳기만 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겪는 딜레마를 작품에서 그대로 보여준 점이 자신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우영우가 이상하면서도 이상하지 않다는 걸 전하고 싶다. 그래서 ‘자폐 증상’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고 극 안에서 영우 그 자체로 숨 쉬고 싶었다”며 “같음과 다름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우영우의 마음을 시청자분들도 함께 느끼시고 넓은 포용력을 가져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장애가 천재성으로 발현될 수 있다는 설정은 가져가되 시청자들로 하여금 이런 ‘캐릭터성’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만이 가진 특별한 점이다. 국내 입소문은 물론, 해외에서도 많은 호평을 받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동시 방영되고 있는 넷플릭스에서도 방영 첫 주 TV 시리즈 TOP10 2위에 오르며 히트 조짐을 보였다.
사실 로맨스가 가미돼 있긴 하지만 주력 장르는 법정과 드라마였기에 어느 정도 K콘텐츠가 인기작으로 자리매김한 아시아 지역에서만 반짝 인기로 끝날 것이란 예측도 있었다.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한 소소한 법정 드라마, 그것도 자폐성 장애를 다룬다는 점이 해외 시청자들에게 그렇게까지 큰 어필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그러나 13일 기준으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7월 4일부터 10일까지 넷플릭스가 서비스되고 있는 190여 개국에서 가장 많이 본 비영어권 TV 시리즈 1위를 기록하며 인기의 든든한 뒷심을 받고 있다. 이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아닌 한국 작품 중에선 최초의 기록이다. 여기에 13일부터는 유럽과 남미 국가에서 총 31개 언어로 추가 공개될 예정이다. 중반부부터 본격적으로 무르익을 로맨스까지 가세한다면 아시아권을 뛰어넘는 글로벌 흥행작이 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한 OTT 서비스 관계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이 아닌 국내 작품이 비영어권 TV 시리즈 부문에서 높은 시청 순위를 기록한 적은 있지만 대부분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 한정된 순위였다”라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영어권, 특히 우리나라보다 장애나 차별에 대해 좀 더 민감한 국가에서도 불편하지 않게 볼 수 있다는 점이 큰 강점으로 작용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