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 노트북 등에 필요한 백라이트유닛으로 창업 10년여 만에 매출 1조 원을 돌파한 디에스 오인환 대표. 신제품 전자칠판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디스플레이업체 디에스(DS, 옛 DSLCD)의 지난해 매출액이다. LCD는 자체적으로 빛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광원을 필요로 한다. 이때 빛을 제공하는 장치를 백라이트유닛(BLU, Back Light Unit)이라고 한다. 디에스는 TV 노트북 등 각종 BLU만으로 창업 10년여 만에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실속은 없었다. 영업손실 69억 원, 당기순손실 45억 원을 기록한 것. 이는 최근까지 커다란 시련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디에스 오인환 대표이사 사장(55)을 만나 위기 극복과 재도약 준비 과정을 들어봤다.
“지난 2007년 원-달러 환율이 900원일 때 다들 800원으로 내려간다는 전망을 냈어요. 우리 회사가 월 5000만 달러 이상 수출해 환율이 100원 떨어지면 50억 원 넘게 환손실이 발생합니다. 은행에서도 권유해서 1000만 달러 정도 키코 상품에 가입했죠. 한데 2008년 금융위기가 닥치며 환율이 1500원으로 올라갔습니다.”
우량 수출기업들을 초토화시킨 ‘키코’(KIKO, Knock-In Knock-Out)는 그렇게 디에스를 덮쳤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구간 안에서 변동하면 이익이지만 구간을 벗어나면, 특히 상한 이상으로 올라가면 엄청난 손해를 본다.
“소송했지만 불행히도 졌죠. 미결재 금액이 이자 포함 604억이었는데요, 홍콩 상장을 준비 중인 디에스 아시아 홀딩 컴퍼니(중국법인 DSGD 지주사) 지분 15%를 넘겨 220억 원을 갚고 384억 원은 2년 6개월 장기론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최근 합의했습니다.”
이제야 털어내기는 했지만 그동안 썩은 속을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한 4년 억울하고 우울하고 괴롭고 그랬죠. 물건을 잘못 만들어 그런 것도 아니고 환율 때문에 손해는 보지 말자고 했던 건데…. 총 1400억 원 물어줬습니다. 비싼 수업료 냈지만, 제조하는 사람은 오직 제조만 하고 금융에 대한 건 전문가를 키워서 매니지먼트를 받아야겠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와서 보니까 회사가 성장 가능성이 굉장히 커요. 그래서 매출 규모가 수천억, 조 단위로 간다면 뭐가 필요할까. 생각 끝에 사람이 하던 일을 시스템으로 해보자고 했죠. 회사는 쉽게 말하면 들어오는 것에서부터 나가는 것까지의 관리죠. 사람이든 물건이든. 특히 원자재 비중이 큰 이 산업의 성공 포인트로 봤습니다. 그동안 상당히 많이 투자했죠. 지금은 세계 어디서나 분 단위로 중국 라인 상황까지 체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납품처에서 들어온 오더를 컴퓨터에 입력하면 모자라는 부분을 자동으로 찾아내 협력업체에 발주가 들어가면서 영업 담당자에게 문자메시지가 발송된다. 예정된 시간 내에 물량이 출발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다시 경고가 들어가는 식이다. 물론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기까지 난관도 적지 않았다.
“처음 계약한 전사적자원관리(ERP) 구축 업체가 복잡해서 못한다고 손들었어요. 업체를 두 번이나 바꿨습니다. 교육 많이 시켰지만 내부적으로 직원들 엑셀 습관 바꾸는 것도 애먹었구요. ERP는 네트워킹인 데 반해 엑셀은 자기만의 관리 시트죠. 그 사람이 회사 나가면 못 써요. 결국 엑셀 쓰다 걸리면 아주 박살을 냈습니다. 강력하게 밀어붙여서 현 시스템이 완성된 거죠. 회사가 폭발적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러면서도 무리가 없었던 것도 공들인 SCM 덕이 큽니다.”
올해까지 디에스는 키코의 아픔 속에서 BLU 생산기지를 임직원 5200명의 중국 쑤저우(蘇州)로 이전 완료했다. 미래를 위한 것이지만 국내 사업 구조조정은 키코보다 더 힘들었단다. 생산기지 이전과 국내 신성장동력 백업 타이밍이 맞지 않아 영업이익 측면에서도 악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로써 이제 재도약 준비를 마친 셈이다.
“단기적으로 내년에는 턴어라운드 할 겁니다. 장기적으로 중국은 제조 경쟁력을 기반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자 합니다. 생산성 품질 SCM, 모든 측면에서 세계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세트까지 잘하는 업체가 되겠습니다. 국내는 특수한 아이템으로 니치(틈새)마켓을 형성해 나가면서 기술을 계속 개발해내는 역할, 즉 양보다는 질로 승부할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디에스의 신성장동력, ‘최종병기’는 뭘까.
“먼저 ‘옵티컬 본딩’(Optical Bonding)이 있습니다. 패널과 보호글라스 사이의 공기층을 없애 화질을 개선하는 기술이죠. 현재 옥외용에 일부 쓰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른 하나는 국책사업으로 진행했던 형광체 개발인데요, 수입대체효과를 가져와 영업이익이 클 겁니다. 지금껏 해왔던 BLU는 조명의 필수 요소를 아우르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만큼 우리는 싸고 좋은 LED 조명을 만들 수 있습니다. 여기에 아트 콘텐츠를 조합해 우리만의 특별한 조명을 만들어내 히든챔피언이 될 겁니다.”
‘빛’으로 꿈의 연매출 1조 원을 넘긴 디에스. 이제 큰 시련을 딛고 ‘새 빛’으로 이 불황의 터널을 환하게 비추며 질주하길 기대해 본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
자본이 따라오게 하라
1. 두려워 말고 일단 도전하라. 실패할 확률이 더 많지만 도전하지 않으면 성공은 없다.
2. 도전할 땐 예측을 잘하라. SWAT(위기 기회 강점 약점) 분석을 기초로 시작해야 한다.
3. 아이디어만 좋다면 자본과 기술을 유치해 시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자본을 대주는 곳은 생각보다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