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감성킬러의 배낚시 |
‘은’갈치에서 ‘금’갈치를 넘어 ‘다이아’갈치가 됐다고는 하지만 3~4개월만에 가능한 일일까. 그것도 어선도 아닌 개인이 낚시로. 소문은 낚시꾼들 사이에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지난 11월 말 진상을 확인하러 여수를 찾았다.
연일 계속된 호조황에 갈치 출조 선사는 활기가 넘쳐나고 있었다. 출조 시간은 낮 2시. 갈치 낚시는 해질 무렵부터 시작해 해뜰 무렵까지 야간 철야로 진행된다. 갈치가 꼭 밤에만 먹이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밤에 집어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3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곳은 백도 부근. 겨울의 짧은 해로 5시밖에 안됐는데 주변은 어둑어둑해지고 있다. 낚싯배는 집어등을 밝히고 배의 사무장은 낙하산을 닮은 풍이라는 것을 바다 속으로 펼쳤다. 갈치를 집어하기 위해서란다. 잠시 후 주변의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자 약 1마일 간격으로 어디서 나타났는지 집어등을 켠 낚싯배들이 타원을 그리고 있다. 수심 70m. 선장은 안내 방송을 한다. 45m권에 갈치가 모이기 시작한다고.
이날 같은 배에 오른 낚시꾼은 모두 18명. 출조 선비 20만 원. 비싼 돈을 지불하면서도 저마다 무슨 사연으로 낚시를 하러 이 먼 곳까지 왔는지는 모르지만 모두 첨단 장비로 무장하고 있다. 깊은 수심을 오락가락하기 편한 전동릴에 4m가 넘는 낚싯대. 낚시 채비는 2.5m 단차에 바늘이 7개. 채비의 끝에는 깊은 수심에 도달하기 편한 펜치 크기만 한 200호 봉돌이 달려 있다. 한번에 여러 마리를 낚기 위해서다.
이들 중에 1억 원을 번 사람이 있을까. 이날 같이 출조한 인터넷 포털 다음에서 ‘감성킬러의 배낚시’ 카페를 운영하는 이주웅 씨(46)는 “숫자상으로는 가능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갈치 시즌은 보통 6월부터 시작된다. 수온과 먹이에 따라 회유하는 갈치의 특성상 제주 남쪽 먼바다에서 북상하는 갈치는 여름을 지나면서 여수권을 지나 통영까지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다 대부분 12월이면 갈치 낚시 시즌이 끝난다.
낚시 좀 한다는 사람들에게 최근 몇 년간 먼바다 갈치 낚시는 가장 큰 화두가 되었다. 특히 언제부터인지 취미가 아닌 생업으로 갈치를 잡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낚시꾼들은 이들은 ‘짝대기’라고 부른다. 이들은 낚시가 가능한 날은 매일 출조를 한다. 밤을 새워 낚시를 하고 출조항에 도착하면 오전 8시 내외. 그리고 다시 오후 2시면 다시 배를 탄다. 기상 여건 등 낚시가 가능한 날은 100일 내외. 잠은 거의 오고가는 배안에서 해결한다. 보통 체력으론 어림도 없다. 1억 원을 벌기 위해서는 한번 출조에 100만 원 이상의 조과를 거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11월 말 기준 제주권 은갈치 경매가 시세는 10㎏ 기준(경매 나무상자) 28만 원에서 11만 원 사이다. 갈치 굵기에 따라 차이가 나는데 어른 손바닥 굵기의 갈치가 가장 비싸다. 마리당 거의 1㎏ 가까이 나간다. 흔히 풀치라 불리는 2지급은 40마리 정도 되어야 10㎏이 나가는데 가격이 가장 싸다.
그래서인지 짝대기들은 마릿수도 마릿수지만 5지급 왕갈치에 더 열광한다. 그러나 바다 속은 아무도 모른다. 누구의 낚시에 왕갈치가 물어줄지.
하룻밤에 낚시를 바다에 담글 수 있는 시간은 10시간 정도. 한번 채비 투척에 10분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면 한 시간에 6번, 하룻밤에 60번 정도 가능하다. 이중 바늘이 7개이므로 모두 물어준다면 420마리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이건 꿈일 뿐. 짝대기들은 호황일 경우 200마리 정도의 조황을 올린다. 동작 하나하나에 군더더기가 없고 20m가 넘는 채비를 자유자재로 운영하는 모습이 달인을 연상시킨다.
짝대기들이 밤을 새워 80리터 대왕쿨러에 가득 담긴 은갈치를 경매에 넘기면 대략 70만 원 정도의 수익이 생긴다. 여기서 선비를 제외하면 60만 원 정도의 수익이 남는다. 100일 동안 이런 조황을 낸다면 6000만 원을 벌 수 있다. 1억 원에는 못 미치지만 이 돈도 적지 않다. 하지만 매일 이런 조황은 불가능하다. 자영업을 하다 갈치 낚시가 돈이 된다는 소문을 듣고 짝대기 생활을 하고 있는 최 아무개 씨(52)는 이번 시즌에 3000만 원 정도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김종찬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