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사례 2] 3년 동안 어머니의 투병 생활을 지켜본 김 아무개 씨(31)는 어느 순간 작은 통증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배가 조금만 아파도 암이 아닐까 걱정이 됐고 식단도 암환자처럼 먹어보기도 했다. 혈관초음파, 심장초음파, 복부초음파, 내시경, 뇌 MRI 등 쉴 새 없이 검사를 받았다. 그러나 매번 검사결과는 같았다. ‘이상 없음.’ 이제 김 씨는 건강에 대한 걱정이 스트레스가 돼 진짜 큰 병이 생길까 걱정하고 있다.
지난 11월 시장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는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건강관리활동’에 관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사소한 증상에도 건강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전체의 절반인 50.1%가 ‘몸에 경미한 증상이나 신체적 변화가 생겼을 때 자신의 건강이 염려된다’고 응답한 것. ‘보통 수준’이라는 응답이 34.2%였으며 ‘염려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15.7%에 그쳤다.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는 최근 각종 질병 및 암 발생률이 높아지면서 사소한 증상에도 건강에 대한 우려를 가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풀이했다.
건강염려증은 신체 증상을 잘못 해석해 생기는 질환으로 ‘신체형 장애’로 분류된다. 망상은 아니지만 중병에 걸렸다는 공포에 6개월 이상 집착하고 이로 인해 심각한 고통과 장애가 수반되면 건강염려증으로 진단한다. 우울감과 불안을 자주 호소하며 실제로 우울장애나 불안장애가 동반되기도 한다.
건강염려증은 대체로 꼼꼼하고 고집이 센 성격을 가진 이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또 대부분 주위에서 질병을 앓고 있는 가족이나 친지, 의학도서, 매체 등을 통해 의학 지식을 얻어 자신의 신체적 증세나 건강 관련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검사결과 아무런 이상이 나타나지 않아도 오진으로 판단하거나 심각한 질병이라 의사가 자신에게 사실을 숨긴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발병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뚜렷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다만 잘못된 인지 틀을 가지고 있어 신체 불편감에 대한 역치(견디는 정도)가 낮고 신체 증상을 중병으로 오인해 신체적 느낌을 과대하게 부풀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울장애나 불안장애의 또 다른 형태로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절박한 소망이 신체적 불편함으로 이어지는 정신분석학적 원인으로 보기도 하며 죄책감이나 자책에 대한 방어로써 설명한다.
홍봉식 고성성심병원 정신과 과장은 “건강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규칙적인 검진을 받는 것은 도움이 된다. 그러나 도가 지나치면 병이 되는 것”이라며 “건강염려증은 심리적 원인으로 발병하기 때문에 정신치료가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스트레스를 감해주고 교육을 통해 병의 이해를 돕는 방법으로 치료가 진행된다”며 “그룹정신치료를 통해 불안감을 경감시킬 수 있으며 불안장애나 우울장애를 동반하는 경우에는 약물치료를 같이하면 건강염려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