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변요한(36)은 영화 '한산: 용의 출현'에서 왜군 장수 와키자카 야스하루 역을 맡았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https://storage2.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2/0804/1659592205087921.jpg)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의 두 번째 작품인 ‘한산: 용의 출현’은 전작인 ‘명량’(2014)보다 시대적 배경에서 5년 앞서는 한산도대첩을 다룬다. 같은 인물의 같은 전쟁이라는 큰 틀은 동일하지만, 각각의 해전마다 그 인물이 갖는 속성을 달리하는 방법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명량’에서의 이순신과 와키자카가 용장·맹장(용맹한 장수)의 면모를 보여준다면 ‘한산: 용의 출현’에서의 두 명은 지장(지혜로운 장수)의 색채가 더 강한 인물로 그려져 각자의 진영에서 세밀하게 날을 세운 지략전을 펼친다.
“캐스팅이 된 뒤에 ‘명량’을 봤어요. 조진웅 선배님께 자문을 구할까 생각하다가 그만뒀죠. 뭔가 동물적으로 느껴지는 게 있었거든요. 제가 여쭤본다면 선배님께서 당연히 설명을 잘 해주시고 여러 가지 노하우를 알려주시겠지만 와키자카뿐 아니라 김한민 감독님이나 ‘명량’의 전 스태프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어요. 내가 체험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거든요. 오히려 그렇게 해서 도움이 더 많이 된 것 같아요.”
![와키자카의 외적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변요한은 90kg 가까이 증량해 갑옷에 몸을 맞춰 나갔다고 귀띔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https://storage2.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2/0804/1659592283672595.jpg)
“처음에 ‘명량’과는 이미지적으로 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해서 다이어트를 쫙 해서 갔는데 갑옷이 안 맞는 거예요. 제가 생각했던 와키자카를 연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그때 제가 굉장히 보편화된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역사적인 사실을 기반으로 한 빌런 캐릭터를 그냥 닮아가려고 하고 있다는. 그래서 의식은 갖되 다르게 연기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단편적인 빌런이 아니라 입체감과 풍부한 감정을 넣으려 했어요. 와키자카의 캐릭터성을 잡는 데 갑옷이 결정적인 계기가 된 셈이죠. 그때부터 살을 찌우고 마지막으로 쟀던 최대 몸무게가 89kg이었던 거 같아요. 한 끼 굶으면 다시 내려갔다가 또 먹으면 90kg까지 찌기도 하고(웃음).”
성격이 예민한 편이라 중요한 일이 있으면 잘 먹지 못한다는 변요한에게 아무리 연기를 위해서라지만 억지로 살을 찌우는 일이 고되진 않았을까. 증량에 대한 질문은 이미 많이 받았다는 듯 웃음을 터뜨린 그는 “다행히 태양인이라 원래 체질 자체가 살이 쉽게 잘 찐다”고 말했다.
“고기도 엄청 좋아하거든요. 이번에 와키자카 역을 위해 고기를 엄청나게 많이 먹었어요. 맥주도 그냥 맥주가 아니라 흑맥주를 벽 바라보면서 마시고, 그러면서 일본어 대사는 계속 읊조리고 있고…. 그러다 보니 몸이 금방 두꺼워지더라고요. 그때 갑옷이랑 투구 무게가 25kg 정도 됐는데 어느 순간 그 무게감에 너무 익숙해져서 제가 왜군이라는 것도 까먹을 정도였어요(웃음). 그렇게 캐릭터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변요한은 "와키자카의 캐릭터성을 잡는 데 갑옷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사진=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스틸컷](https://storage2.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2/0804/1659592346131452.jpg)
“제가 아마 왜군 진영에서 막내 중 두 번째였을 거예요(웃음). 사실 제가 리더로서 뭘 하는 걸 잘 못하거든요. 그래도 잘하진 못하지만 묻어 나오는 게 있진 않았을까요? 저도 선배님들을 보면서 많이 배운 게 있으니까요(웃음). 저희들끼리는 단결성이 있어서 굉장히 좋았어요. 저희가 서로 약속한 게 있었는데 ‘촬영이 끝나면 서로 작품 얘기하지 않기’였어요. 서로의 텐션을 지키고 싶었거든요. 촬영 끝나고 밥을 먹어도 맛있게 먹고 작품 얘긴 하지 말자, 작품 고민은 돌아가서 하자고. 그런 부분이 새롭게 느껴지는 작업이었던 거 같아요.”
그렇게 촬영장에서 무엇이든 새로운 것을 느끼고 배운다는 변요한은 종종 “이 직업을 오래하지 못할 것이란 걸 안다”는 말을 해오곤 했다. 작품이 하나 끝날 때마다 그 여운을 정리하기 위함인 것 같으면서도 자신의 한계를 명확하게 지적하는 것처럼 들린다는 점에서도 그 생각의 근원을 궁금케 하는 말이었다. 이번 ‘한산: 용의 출현’에서 첫 안타고니스트(주인공과 적대하거나 대립하는 인물)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완성한 뒤에도 자기 만족감보다는 다음 스텝을 걱정하게 된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이전보다 좀 더 안정되고 발전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저는 매순간 노력하고 저를 갈아 넣으려고 최선을 다 해요.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숙명을 알거든요. 그래서 무조건 숙제를 풀듯이 하려고 했고요. (연기를) 오래 할 수 없을 수 있다는 건 제가 독립영화 일을 처음 할 때부터 버릇처럼 하는 말인데, 제가 너무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저는 저라는 깜냥이 체크가 되니까요. 촬영할 때도 매 신이 끝날 때마다 멍 때리면서 ‘다음 신은 어떻게 풀지?’ 하고 있고(웃음). 물론 성취감을 느끼지만 이런 말이 습관처럼 나오는 이유는 아마도 제 자신이 인격체로서 확장되고 싶다는 마음 때문인가 봐요. 그래도 제가 그런 말을 계속 하긴 하지만, 예전엔 그게 그냥 막연하게만 느껴졌다면 지금은 뚜렷한 형체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게 다른 점인 것 같아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