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로 호평 받은 정병길 감독 신작…7kg 증량 주원 원톱 활약, 바이러스 감염 설정 인기몰이
이처럼 글로벌 흥행에 성공하면서 제작보고회 당시 정병길 감독의 또 다른 발언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시나리오를 재밌게 봤다는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이 정 감독에게 “이걸 어떻게 찍을 거냐”고 물어봤다는 발언이다. 이제는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다시 묻고 있다. “이걸 어떻게 찍었냐”고.
정병길 감독은 2008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우린 액션배우다’를 선보이며 영화계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안양예고 미술과를 졸업한 뒤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 다소 엉뚱하게 서울 액션스쿨에 들어갔다. 액션배우가 되기 위함이 아닌 액션영화 감독이 되기 위한 결정이었고 이후 중앙대학교 영화과에 입학해 본격적인 감독 준비에 들어갔다.
단편 영화로 시작해 ‘우린 액션배우다’가 최초의 장편 영화인데 다큐멘터리 영화지만 자전적인 내용과 화려한 액션으로 상당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2012년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를 통해 상업영화 감독으로 입지를 굳힌다. 그리고 2017년 ‘악녀’를 선보여 한국 영화계는 물론 전세계에서 주목받는 액션영화 전문 감독이 된다.
‘악녀’를 통해 선보인 신선하고 파격적인 액션은 세계적으로 호평 받았다. 카메라를 쉬지 않고 움직이는 역동적인 무빙이 돋보이는데 화면이 격하게 흔들릴 정도다. 1인칭 롱테이크 액션 장면이 자주 등장해 마치 영화를 보는 게 아닌, 게임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들 정도다.
‘악녀’의 화려한 액션 장면은 영화 ‘존 윅 3: 파라벨룸’에서 오마주되기도 했다. ‘존 윅 3: 파라벨룸’ 최고의 명장면 가운데 하나인 오토바이 추격 장면에 대해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이 “오토바이 장면은 ‘악녀’에 대한 헌정이다. 영감을 준 것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말로 표현하기보다는 더 멋진 장면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했다”고 밝혔을 정도다. 이런 그가 이번에는 ‘카터’ 시나리오를 보고 “이걸 어떻게 찍을 거냐?”고 물어본 것인데, 그만큼 ‘카터’의 액션 장면은 매우 특별하다.
그만큼 어마어마한 장면들이 넘쳐난다.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는 목욕탕 맨몸 격투 장면을 시작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오토바이 도주 장면, 승합차와 오토바이에서의 격투 장면, 비행기 기내 격투와 고공낙하 장면, 로프다리 액션 장면, 헬리콥터까지 동원된 기차 액션 장면 등이 이어진다. 굳이 스토리를 말하지 않아도 이런 주요 액션 장면만으로도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설명할 수 있을 정도다.
그만큼 액션 마니아들에게는 최고의 영화지만, 다소 잔인한 데다 너무 액션 장면만 이어지는 구성을 싫어하는 관객에게는 호불호가 엇갈릴 수 있다. 그렇지만 기존 한국 영화는 물론이고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에서도 쉽게 도전하지 못한 액션 장면들이 ‘카터’에 종합선물세트처럼 준비돼 있다.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이 이런 엄청난 액션 장면들을 어떻게 촬영할지를 궁금해 했다면, 이제 영화를 본 관객들은 이런 액션 장면들을 과연 어떻게 촬영했는지 궁금해 하고 있다.
정병길 감독이 추구하는 액션 영화의 진수를 온몸으로 소화한 것은 바로 원톱 주연 주원이다. 3~4개월 동안 강도 높은 트레이닝을 받으며 7kg을 증량한 주원은 이제 액션배우로 월드스타의 반열에 올랐을 정도다. 게다가 카터는 기억을 잃고 깨어나 갑자기 CIA(미국 중앙정보국)와 북한군의 추격을 받으며 양측의 서로 다른 설득에 혼란스러워하는 역할인데 이런 복잡한 감정을 소화해낸 주원의 심리 연기도 돋보인다.
정병길 감독의 영화는 세계적인 수준의 액션 장면에 비해 시나리오가 다소 약하다는 평을 받아왔다. 전작 ‘악녀’도 비슷한 평을 받았다. ‘카터’ 역시 비슷한 한계가 존재하는 데다 영화의 상당 부분을 액션 장면에 할애해 스토리 라인이 잘 부각되지 않을 정도다. 영화는 모텔 방에서 모든 기억을 잃은 채 눈을 뜬 ‘카터’(주원 분)를 CIA 요원들이 포위하면서 시작된다. 카터의 귀에는 정체 모를 장치가 돼 있어 누군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카터는 그 목소리를 통해 제시된 미션을 해결하려 최선을 다한다.
기본적인 설정은 DMZ에서 발병한 ‘DMZ 바이러스’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다. DMZ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발병 후 신체 능력과 폭력성이 비정상적으로 향상되면서 이성이 사라진 짐승처럼 변한다. 마치 좀비를 보는 듯한데 기존 좀비와는 다소 다른 모습이다.
북한은 인구의 34%인 850만 명이 감염돼 국가 붕괴 위기 상황이며 미국에서도 15만 명의 감염자가 발생해 3만 명이 사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병호 박사(정재영 분)가 감염된 딸 정하나 양(김보민 분)을 완치시켜 전세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남북 정부 합의로 정 박사가 딸의 항체를 이용해 치료제를 대량생산하기 위해 북한의 신의주 생화학 무기 연구소로 딸과 함께 이동하다 실종됐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기억을 잃은 카터에게 실종된 정 박사와 딸을 찾아 신의주 연구소로 데려가야 하는 절체절명의 미션이 내려진다.
기본적으로 바이러스 감염과 치료제라는 소재가 코로나19 상황에서 전세계 관객들에게 친숙한 데다 감염자들이 이성이 사라진 짐승처럼 변한다는 설정은 기존 좀비물과 맞닿아 있다. 충분히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에서도 통할 설정을 바탕으로 할리우드를 능가하는 액션을 구현했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돼 단숨에 글로벌 순위 2위에 등극한 저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 영화 ‘퍼플 하트’가 1위를 달리고 있지만 계속 ‘카터’와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어 1위 등극 가능성이 매우 크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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