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부터 대학로 비너스홀에서 공연 중인 <가자! 장미여관으로>는 성인 연극을 표방하고 있지만 알몸을 부각한 노출 연극보다는 마광수 교수의 소설을 원작에 충실한 정통 연극에 가깝다. 그럼에도 성인 연극으로 분류되는 까닭은 출연진 가운데 유일하게 전라 연기를 선보이는 ‘여선생’ 역할의 윤시원 때문이다.
“성인 연극이라고 해서 그냥 야하다는 걸로만 생각하지 않으셨음 해요. 외설이 아닌 예술로, 알몸보다는 제 연기를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윤시원은 늦깎이 배우다. 20대 중반까진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그는 지인의 소개로 우연히 방송에 출연하게 되면서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드라마 단역으로 시작해 케이블 제작 드라마와 시트콤에서 개성 있는 연기를 뽐내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연극 <교수와 여제자2>를 통해 연극무대에 데뷔한 윤시원은 이번 작품을 통해 두 번째 성인연극에 출연하고 있다.
“이번 작품은 재미있으면서 완성도도 높아 출연하게 됐는데 제 캐릭터가 너무 알몸을 보여주는 걸로만 가는 건 참 많이 아쉬워요. 다른 배우들이 노래와 춤, 연기 등을 모두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데 반해 제 캐릭터는 베드신 위주거든요. 관객들에게 더 많은 것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적어 속상해요.”
윤시원은 단연 섹시미가 출중한 배우다. 그렇지만 연극이 끝난 뒤 무대 뒤에서 만난 윤시원은 훨씬 많은 색깔과 끼를 지닌 배우였다. 특히 남자 제자와 사랑에 빠져 장미여관을 찾은 여선생으로 출연해 농염한 베드신을 보여주던 무대 위에서와 달리 배우 윤시원은 훨씬 유머러스했다.
“섹시한 역할도 자신 있지만 사실 제 진정한 장점은 코믹 연기예요. 그래서 연극 무대에 서기 전까진 섹시미와 코믹이 어우러진 케이블 시트콤과 드라마에 주로 출연했어요. 오는 4월까지는 이번 작품에 올인할 계획이지만 그 이후에는 또 다른 색깔을 보여드릴 수 있는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성인 연극이지만 네 명의 여배우 가운데 베드신과 알몸 노출을 선보이는 여배우는 윤시원뿐이다. 매일 하루 두 번씩 무대에 올라 알몸 연기를 선보여야 하는 부분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나를 위해 무대 위에 올라 열정을 다해 연기해요. 내가 시작한 내 일이니까요. 때론 연기가 아닌 내 알몸만 보여드리는 것 같고 예술이 아닌 외설이라는 비난도 있지만 그런 모든 과정이 제겐 모두 소중한 경험이에요. 전 연기를 하고 있는 거니까요.”
글=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사진=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