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국세청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사케 양조업체 수는 1035개로 20년 전에 비해 거의 반토막이 났다. 출하 수량도 급격히 줄고 있다. 이와 관련, NHK는 “사케 업계가 주춤하는 가장 큰 요인은 신규 사업자의 진출이 어렵다는 데 있다”고 전했다. “주류법상 사케 제조면허를 취득하려면 연 60kl 이상 제조해야 하는데, 그 정도의 물량을 신규 회사가 만드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사케를 제조하려면 기존 양조장의 사업을 승계하거나 기업 인수를 하는 수밖에 없다. 신규 사업자의 진입이 없을 경우, 업계가 축소되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다. 이러한 업계의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오카즈미 씨는 “‘크래프트 사케’라고 하는 새로운 양조주에 주목하게 됐다”고 전했다.

사케 제조법은 크게 두 가지의 규칙이 존재한다. 하나는 원재료로 ‘쌀·쌀누룩·물’을 사용해야 하며, 그 외의 부원료를 넣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이렇게 발효시킨 것을 액체와 고형(술지게미)으로 나눠지도록 짜내는 공정이다.
이와 달리, 크래프트 사케는 명확한 규칙을 마련하지 않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부원료를 추가하는 것이 자유로우며, 짜는 공정을 건너뛰어도 좋다. 엄격하게 정해진 사케의 정의에서 다소 벗어나 사케다운 맛을 남기면서도 폭넓게 맛과 향을 더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와인처럼 과일 맛이 나는데 사케와 같이 깊이도 있는 술이다.
다만 넘어야 할 산들도 많다. 먼저 크래프트 사케의 인지도가 아직 낮다는 점이다. 크래프트 맥주는 들어봤어도, 크래프트 사케는 생소하다는 사람이 많을 터. 더욱이 크래프트 사케를 제조하는 양조장들이 대부분 규모가 작기 때문에 홍보에도 한계가 있다.

일례로 협회가 출범한 첫날 ‘설립기념주 세트’를 한정 출시했다. 각 회사가 판매하는 크래프트 사케의 부원료로는 딸기나 맥주의 원료인 홉, 시지 않게 개량한 여름밀감 등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판매 총액은 개시하자마자 약 30분 만에 100만 엔(약 980만 원)을 넘어섰고, 7월 19일에는 800만 엔에 이르렀다.
협회로서는 좋은 출발을 한 셈이다. 궁금한 것은 크래프트 사케의 가격이다. 이번 이벤트의 경우 회사마다 한 종류씩 300ml의 술을 출품했으며, 그렇게 모은 ‘6병 비교해 마시기 세트’가 1만 5000엔이었다. 협회 후원금과 협회 회원증이 포함된 가격이기는 하나, 기존의 사케에 비하자면 다소 비싼 편이다.
이와 관련, 오카즈미 씨는 “사케의 기준 가격은 4홉(약 720ml)에 1500엔이지만, 크래프트 사케는 4홉에 3000엔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크래프트 사케가 고급이라기보다 사케 값이 너무 싸다”는 설명이다. 그에 의하면 “현재 사케 가격으로는 원자재인 쌀과 종업원 월급, 주류 판매점 마진율도 낮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협회 회원들 모두 고생한 경험이 있다.

“새로운 도전과 자유로운 발상으로 사케를 마시지 않던 부류도 관심을 갖게끔 노력해가고 싶다.” 사케와 공존하는 미래를 만들고 싶기에 타깃층은 사케 고객층과 겹치지 않도록 젊은층과 여성을 공략한다. 판촉도 도매나 주류판매점을 거치는 것이 아니라, 크라우드 펀딩사이트 ‘마쿠아케(Makuake)’, 모바일메신저 ‘라인’을 활용하는 등 젊은층에게 친숙한 방법으로 다가갈 계획이다.
NHK는 “사케 시장의 저변이 넓어지면 신규 사업자들이 보다 쉽게 제조 면허를 취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일본 맥주의 경우 2020년 가을, 정의가 개정돼 부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재료로 과일과 고수 등 향료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새로운 제품 개발의 여지가 넓어졌고 다양한 크래프트 맥주 제품이 나오게 됐다”는 분석이다. “사케 또한 유럽 등 해외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고, 크래프트 사케를 마신 사람이 전통 사케에 관심을 갖게 되는 등 국내외 시장이 크게 확대된다면 언젠가는 신규 참여도 쉽게 이뤄지는 개정이 있을 것”이라고 NHK는 내다봤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