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은 오토바이를 이용해 동시간대에 KBS·SBS 오갔다. 리터칭=송유진 기자 eujin0117@ilyo.co.kr |
공중파 방송사의 각종 시상식이 연말, 그것도 며칠 사이에 몰려있다 보니 스케줄을 정리하는 일이 연예인들에겐 고충 아닌 고충이다. 특히 KBS와 SBS 연기대상이 동시에 치러지는 매년 12월 31일은 연기자들의 피를 말리는 날로 유명하다. 두 시상식이 한 시간 간격을 두고 각각 생방송으로 진행되다 보니, 1년 동안 양 방송사의 드라마에 출연했던 연기자들은 촌각을 다투며 두 방송사를 오가야 한다.
2010년 12월 31일 배우 손현주는 때 아닌 순간 이동설에 휘말렸다. 손현주는 이날 생방송으로 진행된 KBS 연기대상에서 특집 단만극 부분 남우상을 수상했는데 잠시 후에는 SBS 연기대상 연속극 부분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SBS 연기대상에 등장했던 손현주는 또 다시 KBS 연기대상에 시상자로 등장했다. 당시 손현주는 “상을 받았으니 상을 줘야했다”며 “여의도 KBS와 목동 SBS 사옥이 차로 10여 분이면 갈 수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는 설명했다.
역시 몇 해 전 KBS와 SBS 드라마에 모두 출연해 두 방송사의 연기대상 신인상 동시 수상이 유력했던 이완. 그 또한 순간이동을 능가하는 움직임으로 팬들을 놀라게 한 바 있다. 20분 내로 급박하게 이동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가 선택한 것은 다름 아닌 오토바이. 그러나 문제는 연말 시상식을 앞두고 정성껏 준비한 의상과 헤어스타일이었다. 오토바이로 빠른 이동을 할 순 있지만 팬들에게 헝클어진 머리와 먼지 쌓인 의상을 선보일 수는 없는 노릇. 결국 그는 촬영 때 맺은 인연으로 외제승용차 업체의 도움으로 지붕 달린 오토바이를 구해 직접 운전해 시상식장을 오가야 했다. 안전을 우려한 매니저들의 만류에도 스포츠광이자 속도광인 그의 열정은 막을 수 없었다는 후문. 여유롭게 의상까지 갈아입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수상 소감을 말한 그의 모습이 시청자 입장에서도 기분 좋은 겹치기 출연(?)이 아닐 수 없었다.
개그맨들에게 연말 연예대상 시상식은 꿈의 무대가 아닐 수 없다. 공개 코미디 무대를 벗어나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멋진 모습을 뽐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008년 개그맨 김경진은 MBC 연예대상 시상식에 초대를 받았지만 오히려 가슴만 아팠던 기억을 갖고 있다. 당시 김경진은 갓 데뷔해 아직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던 때였다. 그러나 연예대상 연출을 맡은 프로듀서는 김경진에게 “이번에 너 후보자 자리에 앉혀줄게”라는 회심의 한마디를 건넸다고 한다. 영문도 모른 채 덥석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는 김경진. 그러나 시상식 당일 그에게 주어진 것은 다름 아닌 파란 쫄쫄이와 유명 연예인들의 얼굴이 새겨진 가면이었다고 한다. 알고 보니 이날 김경진의 역할은 바쁜 스케줄 때문에 참석 못한 연예인들을 대신해 후보자 자리에 가면을 쓰고 앉아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발하는 역할이었던 것. 이하늘 김시후 등 후보자들을 대신해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말없이 앉아있어야 했다는 김경진. 당시엔 개그맨이 자신의 갈 길이 아닌 것 같다며 연예계 데뷔를 후회했다고 하는데 1년 뒤 그는 같은 자리에서 보란 듯이 코미디 부문 신인상을 수상했다.
개그우먼 A는 2011년 독보적인 활약을 보였음에도 최근 사석에서 연예대상에 대한 기대감과 회의감을 동시에 털어놓았다. A는 최근 제작진들로부터 조심스레 수상 가능성을 언질받았다고 한다. 이에 A는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이지만 예쁜 드레스를 선보이기 위해 부푼 마음으로 다이어트에 임했다. 그렇지만 A의 다이어트는 오래가지 못했다. 제작진으로부터 개그 코너 속 모습 그대로 분장하고 연예대상에 참석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 이미 드레스까지 예약해놓은 A는 드레스와 미용실 예약을 모조리 취소했다. “상을 타도 씁쓸할 것 같다”는 A의 남모를 고민이 애절하게 들릴 정도다.
장혁은 유독 시상식 의상에 신경 쓰기로 유명하다. 2010년 KBS 연기대상을 수상한 그는 올해 SBS 연기대상에서도 강력한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그가 유독 시상식 의상을 신경쓰는 데에는 사연이 있다. 지난 1999년 드라마 <학교>로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그는 당시 반항기 넘치는 캐릭터와 우수에 젖은 눈빛으로 대중을 열광시키며 그해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에 참석했다. 그렇지만 드라마 속 교복 차림이 아닌 멋진 턱시도를 입은 장혁의 모습을 기대한 팬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장혁의 생애 첫 시상식 패션은 다름 아닌 청바지와 당시 유행하던 곰돌이 캐릭터 티셔츠. 제작진까지 난감해했던 그의 의상을 두고 장혁은 “배우가 다 똑같으면 무슨 재미냐, 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후문이다. 그렇지만 시상식이 끝나고 이를 모니터한 뒤 장혁은 큰 충격에 빠졌다고 한다. “배우들 사이에 팬 한 명이 앉아 있는 것 같았다”는 게 그의 설명. 시상식 의상 트라우마를 가진 장혁의 올해 연기대상 의상이 더욱 기대된다.
▲ 붐 |
상황이 이렇다보니 연예인들은 혹시나 수상 소감 도중 중요한 인물을 빠트리면 어쩌나 늘 걱정한다. 지난 2005년 일찌감치 MBC 연예대상 신인상을 수상한 붐은 이런 우려를 해결할 수 있는 특유의 재치 넘치는 수상 소감을 전한 바 있다. 수상 소감에서 단 한 명의 이름도 거론하지 않았지만 제작진의 이름이 깨알같이 적힌 현수막 족자를 공개한 것. 사비로 직접 제작했다는 현수막 족자는 감사 인사를 단 한 명도 놓칠 수 없다는 그의 의지 표현이었다. 붐은 이번에도 수상을 대비해 또 다른 이벤트를 준비 중이라는 후문이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