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팬 앞에서 포즈를 취해주는 린제이 로한. 로이터/뉴시스 |
지난해 2월 9일 린제이 로한은 집 근처에 있는 LA 베니스 해안의 어느 주얼리숍에서 목걸이를 훔친 혐의로 고소당했다. 범행은 1월에 이뤄졌으며 목걸이는 25만 달러짜리였다. 알코올 중독 때문에 들어간 클리닉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었고, 아직 보호 관찰 기간이었다. 물론 로한과 변호사는 범죄 사실을 부정했지만 법원은 그녀에게 징역 4개월과 여성 센터에서의 사회봉사 360시간과 LA 시체 보관실에서의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감옥에 수감자가 넘친 건 불행 중 다행. 대신 교화원에 있어야 했지만 7만 5000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가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행선지 파악이 가능한 손목 팔찌를 차고 35일 동안 가택 연금을 겪었다. 하지만 이 기간에 불시에 이뤄진 검사에서 그녀는 다시 술에 손을 댄 것이 밝혀졌고 이것은 엄연한 보호 관찰 기간의 법칙 위반이었다.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음주 운전 때문에 이뤄진 보호 관찰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10월 19일 판사는 징역형과 함께 10만 달러의 보석금을 선고한 뒤 감옥에 가고 싶지 않다면 다음 공판 전까지 시체 안치소에서 16시간의 사회봉사를 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보석금을 낸 로한은 일단 풀려났다.
11월 2일에 열린 2차 공판에서 로한은 30일의 징역형과 함께 400시간의 사회봉사를 선고받았다. 만약에 사회봉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감옥에서 270일을 더 지내야 한다는 단서가 달린 선고였다. 11월 7일 로한은 결국 교도소로 갔지만 수용 인원이 넘치는 관계로 5시간 정도 감옥 안에 있다가 나왔다. 이후 그녀는 크리스마스에 발매된 <플레이보이>에 누드를 찍었고 사장인 휴 헤프너는 트위터에 “역대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는 코멘트를 남기기도 했다. 이미 2008년에 받았던 <플레이보이>의 누드 제안을 거절했던 로한이 ‘결심’을 한 건, 아마도 돈이 없었기 때문일 거라는 소문도 돌았다.
위노나 라이더가 절도 사건을 일으켰을 때 센세이션이 일어났다면, 린제이 로한의 올해 사건에 대해선 사람들이 그다지 놀라지 않는 눈치다. 사실 그녀는 최근 5년 동안 그 누구보다 많은 가십을 쏟아낸 장본인이었으며, 파파라치들의 밥줄이었다. 로한이 건드린(?) 가십과 스캔들의 분야는 말 그대로 ‘총망라’된 그 무엇이었다.
그녀의 애정 전선은 다른 여배우들과 수많은 삼각관계로 엮이기 시작했고 타라 레이드, 패리스 힐튼, 니키 힐튼, 비주 필립스, 킴벌리 스튜어트, 니콜 리치, 킴 카다시안 등과 파티계의 8공주로 군림하며 일으킨 온갖 행동들은 타블로이드 신문의 단골 메뉴가 됐다. 파티에 대한 그녀의 광적인 사랑은 2007년 1월에 피크에 달했다. 맹장 수술 후 <나는 누가 날 죽였는지 알고 있다>(2007) 촬영을 마무리해야 한다며 조기 퇴원한 그녀는 그날 밤 어느 클럽 파티에서 발견되었다. 10대 후반부터 알코올 중독 때문에 클리닉에 드나들었지만 그곳에서도 남자들을 사귀었고 록 그룹 ‘데드 스테이스 얼라이브’(Dead Stays Alive)의 리더인 토니 앨런은 로한과의 관계로 이혼에 이르기도 했다. 또한 클럽 DJ인 사만다 론슨과의 동성애 관계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틴에이저 시절부터 30여 명의 남성들과 염문을 뿌렸던 린제이 로한. 한때 전형적인 ‘디즈니 걸’로 사랑받았던 그녀를 사람들은 파티 애니멀, 주정뱅이, 쇼핑 중독자, 색녀 등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 모든 상황의 결정적 계기가 된 사건은 2007년 음주 운전 사건이었다. 그해 로한은 두 번의 운전 사고를 저지른다. 5월 베벌리힐스에서 일으킨 건 접촉 사고 수준이었다면 7월에 산타모니카에서 낸 건 대형 사고였다. 파티에서 매니저가 로한을 버리고 가버리자 그녀는 술에 취한 채 SUV를 몰고 매니저의 차량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단속에 걸렸고 경찰은 차 안에서 코카인을 발견했다. 게다가 그녀의 음주 운전으로 다리에 상처를 입은 사람이 고소를 했고 차 안에 함께 타고 있던 두 친구들은 로한이 자신들을 납치했다며 고소했다. 음주, 마약, 교통 교란, 납치, 상해…. 이전에도 심심찮게 드나들었지만 알코올 클리닉은 그녀에겐 거의 집이나 마찬가지인 곳이 되었고, 어떨 땐 교화원에 갇혀서 개봉 영화의 홍보를 못하는 경우마저 생겼다.
3세부터 광고 모델을 할 정도로 예쁘고 영특했으며 학창 시절엔 수학과 과학에 뛰어난 ‘올A’ 학생이었고, 체조, 수영, 아이스스케이팅, 롤러블레이드, 바이크 등 스포츠에도 뛰어난 두각을 나타냈으며 노래와 작문에도 탁월한 실력을 선보였던 그녀는 왜 이렇게 망가지게 된 걸까? 사람들은 그녀의 너무 빠른 성공이 이유라고 말하지만 그 모든 것은 부모 때문이라는 설도 만만치 않다. 어린 시절부터 소녀 가장 노릇을 한 로한. 금융사건 등으로 교도소에 드나들었던 아버지와 로한의 매니저인 어머니 사이의 불화 속에서 그녀는 뭔가 도피처가 필요했다는 것.
이젠 할리우드의 말썽쟁이가 되어 버린 린제이 로한. 하지만 그녀가 부른 ‘Confessions of a Broken Heart’ 뮤직비디오를 보면 어쩌면 그녀를 동정할 수도 있겠다. 이 뮤직비디오에 로한은 자신의 부모와 매우 흡사한 외모를 지닌 배우를 출연시키는데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험한 말을 퍼부으며 싸우고 이 광경을 한 소녀가 바라본다. 소녀 역을 맡은 배우는 린제이 로한의 동생인 알리 로한. 그리고 이 노래의 부제는 ‘Daughter to Father’, 즉 ‘딸이 아버지에게’다. 조금은 그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