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화려한 삶을 누리는 스타지만 데뷔 전엔 그들도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잠 못 이루던 평범한 인간에 불과했다. 때문에 연예계가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에 대해 의외로 많은 스타들이 점을 보며 예측하곤 한다.
▲ 유인나 |
하지만 그는 놀랍게도 점쟁이의 예측대로 그의 나이 스물여덟 살에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을 통해 늦깎이 스타가 된 것. 당시 찾은 점집이 신통하다며 주위 사람들이 더 난리를 치지만 유인나는 더 이상 점의 힘(?)을 빌릴 마음이 없다고 한다. 이유인즉, 점집에서 혹시라도 안 좋은 얘기를 건넬까 덜컥 겁부터 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 한예슬 |
그는 이름을 알리기 전인 2003년 한 점집에서 사인을 해주고나온 특별한 일화를 가지고 있다. 여러 군데 점집을 돌다 최고로 용하다는 점집을 찾게 된 한예슬. 점쟁이는 대뜸 그를 보자마자 사인을 요구했다고 한다. ‘나를 어떻게 알고 사인을 해달라는 거지’라는 생각도 잠시, 점쟁이는 앞으로 유명해질 사람이니 무조건 사인부터 하라며 막무가내로 종이를 들이밀었다고 한다. 더불어 그에게 덧붙인 한마디는 연예계 성공을 위해 이름을 바꾸라는 것. 실제 한예슬은 당시 김예슬이라는 이름으로 간간이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이 점쟁이의 말을 듣고 이름을 바꾼 뒤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작곡가 주영훈이야말로 점집의 예지를 통해 데뷔할 수 있었던 행운의 스타다. 그가 처음으로 가요계에 발을 들여놓았던 곡은 93년 작인 심신의 ‘내가 처음 사랑했던 그녀’다. 당시 심신은 인기가 주춤한 상태라 점집을 다니며 어떤 작곡가와 일해야 대박이 날 수 있는지를 묻고 다녔다고 한다.
▲ 주영훈 |
그가 우연찮게 가요계에 데뷔할 수 있었던 데는 심신의 점쟁이가 그려준 그림에서 비롯된다. 점쟁이는 “이렇게 생긴 작곡가와 일을 해야 대박이 난다”며 심신에게 한 장의 그림을 건넸다. 그림에는 통통한 사람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고 그 옆에는 까만 복점이 찍혀있었다. 누가 뭐래도 영락없는 주영훈의 생김새였던 것. 당시 심신의 앨범은 비록 망했지만, 주영훈이라는 걸출한 작곡가를 배출했으니 어쩌면 진정한 ‘점괘’가 아니었나 싶다.
모든 점괘가 들어맞는 게 아니듯, 때론 될성부른 나무를 못 알아본 빗나간 점괘들도 많다. 연기파배우 하정우는 지난 2004년 자신의 졸업 작품인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를 찍은 뒤 반응이 안 좋자 점집을 돌며 자신의 운명을 묻기에 이르렀다. 하나같이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연예계는 절대 꿈도 꾸지 말 것” 등의 부정적인 말이 대부분이었다고. 실제로 그는 부정적인 점괘에 좌절한 나머지 배우에 대한 꿈도, 정성껏 찍은 작품에 대한 애정도 사라진 채로 오랜 시간 술병을 끼고 방황했다고 한다. 그러나 거짓말같이 그의 졸업 작품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으면서 극장 개봉이라는 믿을 수 없는 현실이 벌어졌다. 또한 스타로 발돋움했으니, 결국 당시의 점괘는 보기 좋게 빗나간 셈이다.
▲ 안재욱 |
톱스타들의 작품 선택에 역술인의 조언이 더해지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01년 오랜만에 TV 드라마로 컴백을 앞둔 배우 강수연. 그에게 들어왔던 작품은 SBS의 <여인천하>와 KBS의 <명성황후>였다. 두 작품 모두 사극인 데다 비슷한 시기에 방영이 결정돼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 즈음 찾은 점집에서 <여인천하>의 손을 들어줬고, 그는 시청률 50%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