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리저리 뒤틀린 것이 기괴하기 짝이 없는 영흥도 소사나무숲. |
영흥도는 이제 더 이상 섬이 아닌 곳이다. 대부도에서 선재도를 거쳐 영흥도에 닿는데 방조제와 다리로 모두 연결돼 있다. 그러니 영흥도는 이제 배가 아니라 차로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뭍이나 다름없이 되었다.
선재도에서 영흥대교를 건넌 후 버스터미널을 끼고 돌아 조금 내려가면 십리포해변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가 나타난다.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아주 좋은 길이다. 오른쪽으로 바다가 펼쳐지고 올망졸망 섬들이 떠 있다. 소형 어선을 이용해 고기를 잡는 영흥도 어민들이 종종 보인다. 비록 물리적으로 뭍과 연결되었으나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실생활만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고기를 잡거나 굴을 따고, 척박한 섬의 땅을 이용해 밭농사를 짓는다.
약 5분 남짓 길을 달리면 섬의 북쪽 끝 지점에 자리한 십리포해변에 이른다. 소사나무는 이곳 약 3000여 평의 모래밭에 군락을 이루며 자라고 있다. 그 길이가 약 400미터쯤 된다. 폭은 20여 미터 정도이다.
소사나무는 영흥도민들이 140여 년 전에 방풍림으로 심은 것이다. 방풍림이란 바다에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을 막기 위해 심어 가꾼 숲을 말한다. 느티나무, 소나무 등을 이용해 주로 방풍림을 조성한다. 소사나무를 방풍 수목으로 삼은 것은 이곳이 유일하다. 소사나무는 자작나무과에 속하는 회갈색 줄기의 활엽수다. 이 나무는 한국특산종으로 덩치가 크게 자라는 왕소사나무와 꽃이 많이 달리는 섬소사나무가 있다. 영흥도의 것들은 섬소사나무다.
잎을 다 떨군 숲은 형극의 세월을 산 듯 한 나무들로 가득하다. 얼마나 거센 바람과 모진 추위를 견디어 왔기에 그런가 싶을 정도로 나무들의 뒤틀림이 심하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나뭇가지들이 배배꼬이기도 하면서 뻗어나가는 것이 마치 지진으로 금간 땅을 보는 것 같다. 그래서 숲은 약간 음침하다. 무슨 일이든 일어나고야 말 듯한 분위기다. 나무속에서 그것과 꼭 닮은 도깨비들이 툭툭 튀어나오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편, 소사나무는 영흥도의 국사봉 정상부에도 군락지어 자라고 있다. 십리포해변 뒤편으로 난 임도를 따라 약 40분가량 올라가면 국사봉 정상이다. 해발 123미터의 작은 봉우리다. 국사봉 소사나무숲에는 2층짜리 정자가 하나 서 있다. 영흥도 주민들이 쉬어가라고 세운 것이다. 이곳 소사나무들도 수령이 100년을 넘겼고 숲의 규모도 바닷가의 것 못지않게 넓은 편이다.
김동옥 여행작가 tour@ilyo.co.kr
▲문의: 옹진군청 환경녹지과 032-880-2283, 영흥면사무소 032-880-2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