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안정적 매출 보장해주는 수익 모델…‘락인 효과’ 발생해 소비자 선택권 축소 우려도
테슬라는 9월 6일 이후 주문부터 주행보조옵션인 ‘완전자율주행(FSD·Full Self Driving)’ 옵션 가격을 25% 인상했다. 북미 지역 FSD 가격은 1만 2000달러(약 1647만 원)에서 1만 5000달러(약 2059만 원)로 인상된다. 1만 달러에서 20%의 가격 인상을 단행한 지 약 8개월 만이다. 테슬라는 2021년 7월부터 FSD 기능을 월 199달러(약 27만 원)에 쓸 수 있는 월 구독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테슬라는 올해 들어 일회성 판매 가격을 2번 올리는 동안 월 구독형 서비스 가격은 한 번도 올리지 않았다. 구독형 서비스를 선택할 경우 연간 2388달러(약 328만 원)로 FSD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구독형 서비스 가격이 유지될 경우 소비자가 6년 이상 FSD를 구독해야 일회성 판매 가격과 비슷한 가격을 지불하게 된다.
테슬라가 FSD의 판매 가격을 연이어 인상하면서 구독형 서비스의 가격을 동결한 것은 구독형 서비스로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테슬라는 올해 7월부터 기본으로 제공하던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구독형 서비스로 변경했다. 테슬라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일정한 이용 기간이 지나면 월간 혹은 연간으로 내비게이션 구독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메르세데스-벤츠 또한 2021년 7월부터 전기차 EQS에 한해 구독료를 받고 후륜 조향을 사용할 수 있게끔 하는 프로그램을 시범운영 중이다. BMW 역시 올해 7월 운전석과 조수석의 열선시트·열선핸들 등을 월 구독형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가 반발을 사기도 했다.
구독형 서비스 적용 확대는 자동차 업계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애플 역시 올해 말 아이폰 단말기 구독형 서비스를 론칭할 예정이다. 최신 아이폰과 애플 TV+, 아이클라우드 등 애플이 이미 구독형 서비스 형태로 제공 중인 소프트웨어를 묶어 월 구독료를 내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역시 2020년에 출시했다가 2021년에 중단한 스마트폰 구독형 서비스 ‘삼성 액세스’의 미국 시장 재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구독 가능 제품 라인업과 구독료 범위는 이전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은 이번에도 국내 시장에서는 스마트폰 구독형 서비스를 론칭하지 않을 방침이지만 향후 스마트폰 구독형 서비스가 매출을 효과적으로 견인할 경우 국내에서도 삼성 액세스가 확장 출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을 이용해 유통하는 온라인 시장의 모든 상품이 구독경제화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구독경제는 이미 대세가 됐고 현재 전체 소매시장의 30%를 차지하는 온라인 시장은 앞으로 65%까지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이 시장의 공룡들이 구독경제라는 모델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독경제는 기업에 안정적이고 영속적인 매출을 보장해주는 모델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방식의 판매전략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한편에서는 구독형 서비스의 확산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자동차와 스마트폰 등 고가의 하드웨어를 구매한 뒤 내장된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추가로 비용을 반복적으로 지불하는 것에 대해 일부 소비자들의 거부감도 만만치 않다.
‘구독경제: 소유의 종말’ 저자인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 교수는 “애플과 삼성이 앞으로 스마트폰 안 팔고 다 구독으로 묶어버리겠다고 하면서 주기적으로 하드웨어 사용료를 징수해가면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 양질의 서비스를 단기간에 저렴하게 누릴 수 있다는 점은 이익이지만 본질적으로 소비자들이 선택권을 박탈당하고 있다는 점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는 구독 모델을 통해 소비자들과 지속적인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다. 특히 콘텐츠를 가장한 광고 등을 구독모델과 함께 유통하면 또 다른 상품의 구매를 유도할 수 있어 대단히 유리하다”며 “반면 원래 상품을 구매하면 그냥 이용할 수 있는 기능에 다달이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은 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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